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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본사는 한국광고문화회관 18, 19층에 입주하고 있다.
 옥시 본사는 한국광고문화회관 18, 19층에 입주하고 있다.
ⓒ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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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이다. 24일 기자회견에 이어 26일 오전 11시 서울시 송파구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본사 앞에서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소비자연대)와 녹색시민권리센터(이하 권리센터)의 항의집회가 열렸다. 마찬가지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날씨는 더욱 무더워졌음에도 이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20여 명의 중년 여성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피켓과 성명서를 집어 들었다.

"건물 18층까지 들릴 수 있도록 크게 외칩시다!"

이 날도 24일과 같이 옥시 관계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본사 앞에는 중년 여성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더위와 옥시의 무응답에 지친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그 때마다 선창하는 연대 관계자는 "건물 18층까지 들릴 수 있도록 크게 외칩시다! 힘을 냅시다!"라고 외쳤다. 옥시는 한국광고문화회관 18, 19층에 입주하고 있다. 구호는 지표면의 열기처럼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다. ▲ 충분한 안정성 검토없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한 기업은 공식 사과하라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소비자 배상을 위해 피해 사실이 인정된 가습기 살균제 생산, 판매업체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이 함께 참여하는 '소비자·기업 피해 대책협의회'를 즉각 구성하여 적극적인 소비자피해 대책을 논의하라 ▲ 정부는 소비자피해 배상을 기업의 개별 소송에만 맡기지 말고 기업이 소비자피해 배상에 적극 나서도록 역할을 다하라

"충분한 안정성 검토없이 제품 만든 기업은 사과하라"

이우신(47·여·서울시 광진구)씨가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우신(47·여·서울시 광진구)씨가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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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적극적인 여성이 있었다. 이우신(47·여·서울시 광진구)씨였다. 녹색소비자연대를 통해 참가했다는 이씨는 "울컥하다"고 했다.

"4년 전에 피해를 겪었는데 그걸 잊고 있다가 여기 오니까 약간 울컥하는 느낌이 좀 들어요."

아이가 3년 동안 천식을 앓았다는 이씨는 "저는 처음엔 그게 액상 때문인지 모르고 가습기 관리를 못해서인가 해서 그것(가습기)만 교체를 했어요"라고 말했다. 천식 때문에 가습기와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이후 오히려 아이의 천식이 심해졌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아이들이 성장을 해서 괜찮은데 당시에는 한의원이고 양약이고 진짜 안 가본 병원이 없어요, 그게 여기 와서 되뇌어지니까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11월부터 녹색소비자연대와 여성환경연대, 법무법인 위더피플에서는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 및 개별조정을 통해 피해배상을 요구해왔다. 그 후 역학조사 및 피해사실, 피해액 등을 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조정이 약 120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 옥시관련 집단분쟁조정건은 60여 건(20여 건이 사망건)이다. 그 외 신고자 수가 50인 미만으로 집단분쟁조정 성립이 어려워 개별분쟁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사건이 60여 건으로 알려져 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와 녹색시민관리센터 관계자가 입구에서 건물 관리 직원에게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와 녹색시민관리센터 관계자가 입구에서 건물 관리 직원에게 공문을 전달하고 있다.
ⓒ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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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나갈 때 즈음, 공문을 전달하러 박인례 소비자연대 공동대표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건물 관리 직원 2명이 가로막았다. 18층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앞에 두고 다가갈 수 없었다.

"옥시에 통보만 하셨지 약속잡은 게 아니시잖아요. 지금 옥시가 연수기간이라 아무도 없습니다. 다 해외로 연수갔어요. 사무실 비었습니다."

직원이 말하는 가로막은 '이유'였다. 박 공동대표는 잠시 말을 나누고는 대신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공문을 전달한 뒤 돌아섰다. 권리센터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이었어요"하면서도 "그런데 말도 안 되죠, 건물 18, 19층을 다 비웠다는 게…"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표는 "다른 기업들은 어쨌든 간에 긴밀하게 소비자와 연결하면서 방안을 찾는데 이번은 (자신이 겪은 소비자 운동 중에서)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옥시는 지난해부터 모든 사람들이 '노코멘트'하고 대응이 없다, 외국기업이라 그렇다는 분석인데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소비자 시대'라 불리는 상황에 더욱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모든 원인이 다 밝혀졌으니 구체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며 "배상이 꼭 법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기업이 먼저 자기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하나의 윤리적인 측면이라는 것이다. 또 "적극적으로 대책협의회를 구성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보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덧붙이는 글 | 이윤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1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옥시, #가습기 살균제, #항의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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