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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지난 2003년 정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단속을 게을리 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고등법원까지 갔으나 기각돼 2007년 마무리됐다.

소송이 기각된 후 6년 넘게 흘렀다. 소송이 끝난 후 배까지 없어진 어민들도 있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배가 있어야 먹고 사는 지역인데, 배를 팔고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정부에 묻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다가 그렇게 됐다. 그런 어민들이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해5도 어민들은 왜 다시 소송에 나서게 됐을까. <시사인천>은 지난 6월 8일 연평도를 방문해 어민들이 소송에 나서는 배경을 취재했다. 1편 중국어선, 쌍끌이배로 산란지까지 싹 쓸어가 기사는 <시사인천>에만 실렸다. - 기자 말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가 어민 보호 의무를 해태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이는 어민들(위 사진)과 이를 도우려는 변호사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사진 아래)이 공익소송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 서해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 정부가 어민 보호 의무를 해태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이는 어민들(위 사진)과 이를 도우려는 변호사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사진 아래)이 공익소송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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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어민들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인천지부는 이전에 패소 판결과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날 연평도를 찾은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의 박경준 변호사는 우선 예전의 법원 판결에 대해 "문제는 국가가 보호할 임무를 해태했느냐는 것인데, 법원은 어업자원보호법, 수산어법, 배타적경제수역법 등의 목적이 '서해 주민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단속의무가 없다고 했다"면서 "또 해경이 경찰직무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법인데, 서해5도 해상이 광범위하고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위험이 있어 해경이 취한 정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사실과 어획량이 감소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사실, 어획량 감소 원인이 불법조업이라는 사실이 판결문에 나와 있다"며 "법원은 또 어민들의 어업 권리가 재산권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해경이 2003년부터 단속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천착해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의 김숙희 변호사는 "불법조업 사실과 그로 인한 피해 사실이 인정된 만큼 법정에서는 피상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니 (정부의) 단속행위를 특정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법원이 어업자원보호법과 수산업법 등을 해석할 때 어민 피해는 인정하면서도 단속의무가 어업허가권 보호에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실은 중국어선이 어업자원을 해치고 있는 게 분명하고, 그게 재산 침해로 이어졌다, 다툼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이어 "2002년부터 중국어선이 출몰했다, 앞선 판결은 2007년에 진행됐다, 그리고 지금은 2013년이다"며 "지금은 아예 중국 어선들이 상주하고 있고 언제든지 넘어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사정이 변했으니 청구 내용을 변경해 소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변 인천지부의 윤대기 변호사는 "8월 중순 또는 말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인데, 지난번 1심에서만 2년 걸렸다, 우선 자료를 취합할 계획이다"라며 "당시 재판에 쓰인 자료를 찾고 있는데 판결문밖에 없다, 피해 사실과 단속 실태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는 게 우선 급하다"고 덧붙였다.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은 "향후 소송 역시 지난 번 소송과 마찬가지로 1심에서만 약 3500만 원 상당의 인지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우선 이 비용을 마련하는 모금운동을 인천에서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 뒤 "소송 준비에 들어가니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어민들이 다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어획량 변화량은 어민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수협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시 시작하는 소송인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번 소송에서 어민소송인단 대표를 맡았던 전 연평도 어촌계장 최율씨는 다시 소송에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고향이 연평도라서 떠날 수 없다'는 그에게, '이제 그만하고 다른 일 하자'는 아내의 말이, 그의 가슴을 후벼 판다. 그만큼 이번 소송에 신중을 기해 접근하고 있다.

최율씨는 "나도 한 때는 배가 있었다, 그런데 이젠 배도 없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배를 운영하려면 한철에 2억원(=수입)은 해야 한다"며 "사람도 사고 배에 들어가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데, 어획량이 줄어들어 빚은 빚대로 늘고 결국 배까지 처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어업 지키는 일을 20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됐다. 연평도에 나 같은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이대로 가면 연평도에서 살 수 없다, 나야 그렇다 치고 남은 선주들은 살려야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물론 이번 소송이 어찌될지 모른다, 다만 지난번 소송과는 다르게 자료도 모으고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라며 "사실 지난 번 소송 시작할 때 순복음교회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자기네들이 변호사 선임해주고 비용도 대겠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재판이 진행 되는 동안 그 변호사를 소송인단 대표를 맡았던 나조차도 한 번밖에 못 봤다, 그러니 제대로 됐을 리 있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송 후 별의별 얘기가 다 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꼼꼼하게 준비해 서해어민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NLL, #서해5도, #연평도, #백령도, #불법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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