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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녹두전. 전통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녹두전. 전통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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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 시장 어귀에 들어서면 마음이 설렜다. 노릇하게 튀겨진 통닭과 빨간 떡볶이를 파는 가게를 지날 땐 나와 어머니는 실랑이를 벌였다. 대부분 입가에 떡볶이 국물을 묻힌 채 웃고 있는 나의 작은 승리로 끝났다. 반찬거리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길었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만난 옆 동네 순희 엄마와 한참을 길에 서서 이야기를 했다. "집에 가자"며 칭얼거려도 아줌마들의 수다는 멈출 줄 몰랐다.

지금도 가끔 어머니와 장을 보러 간다. 과거와 비교하면 변한 건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어머니와 동네 시장이 아닌 대형마트라는 점이다. 쇼핑카트에 상품을 넣고 계산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건값을 깎으려 주인아줌마와 옥신각신할 일도 없고, 이웃집 아줌마가 어머니를 붙잡고 이야기할 일도 없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왠지 아쉽기만 하다.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소비자들

예전에는 집 주변에서 전통시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대형마트가 차지하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은 2005년 1660곳에서 2010년 1517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2005년 265곳에서 2010년 442곳으로 늘어났다. 즉, 전통시장이 사라진 만큼 대형마트가 생겼다.

전통시장의 수가 말해주듯 매출액도 감소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간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40조1000억 원에서 24조 원으로 약 40% 감소했다. 반면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15조4000억 원에서 33조7000억 원으로 약 118%가 증가했다. 위와 마찬가지로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감소한 만큼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증가했다.

전통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가 무얼까?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자 서울 명동, 시청에서 시민 100명을 만나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총 다섯 가지로 객관식 네 문항과 주관식 한 문항이다.

"전통시장을 한 달에 몇 번 방문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방문하지 않는다'가 37명, '1회 방문'에 25명이 응답했고 '6회 이상'이 20명, '2회' 13명, '3~5회'가 5명으로 응답했다.

다음은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 문항에 대해선 복수 응답이 가능했다. 그 결과 '가격'이 40명으로 가장 높았다. '분위기'가 33명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거리' 23명, '기타' 11명, '서비스' 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가격'을 꼽은 이유는 "전통시장에서는 에누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만족도'를 5점 만점 기준으로 물었을 때 '3점'이 39명으로 가장 높았다. '4점'이 24명으로 두 번째로 나타났고 '5점' 16명, '2점'이 15명, '1점'이 6명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응답자들은 전반적으로 전통시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며 느낀 불편한 점'을 물었을 때, '시설'이 40명으로 가장 높았다. '위생· 환경'을 34명이 꼽았고, '기타' 22명, '서비스' 11명, '가격' 4명 순으로 응답했다. 대형마트와는 달리 수유실과 화장실, 냉난방 시설 등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응답자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전통시장에 바라는 것'이라는 주관식 문항에서는 "깨끗한 위생이 필요하다"고 24명이 대답했다. 주차시설 확충과 시설의 현대화를 이야기하는 시민도 많았다. 연말정산과 구매의 편리를 위해 "카드사용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외에도 원산지 표시와 가격 정찰제, 소량 단위 판매, 호객행위 금지, 서비스 향상이 있었다. 특이한 점으로 '인간미'가 있었다. 시민들은 "전통시장에 인간미가 사라지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라고 대답했다.

전통시장의 진짜 모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추석이라는 대목을 맞아 그런지 시장은 평소보다 분주하다. 어느 상인의 이야기처럼 "시장은 시끄러워야 제 맛이야"라는 말이 더 다가온다.
 추석이라는 대목을 맞아 그런지 시장은 평소보다 분주하다. 어느 상인의 이야기처럼 "시장은 시끄러워야 제 맛이야"라는 말이 더 다가온다.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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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를 통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들을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는 응답자가 많고 시설에 대한 불만족이 높았다. 상인과 상품에 대한 불신도 많았다.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시장의 모습은 어둡고 불신 가득한 곳이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는 소비자에게 전통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줬다. 과연 전통시장의 모습의 진짜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시장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 속에서 시장을 형성하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앞으로 서울 시내 전통시장 30곳을 연재할 계획이다. 골목시장부터 특성화된 시장까지가 취재 대상이다. 취재방법은 간단하다. 시장이 문 여는 시간부터 닫을 때까지 그들과 함께 일하며 생활하는 것이다.

과거부터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우리는 이 연재를 통해 우리 시대의 전통시장을 재조명하길 바란다.

연재의 첫 번째는 봉천종합제일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무성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이 연재는 김진석 사진작가가 기획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재학 중인 안형준(29), 임경호(29), 박기석(27) 3명이 취재를 진행합니다.



태그:#전통시장, #재래시장,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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