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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출범 6개월을 맞은 국민행복기금에 대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반면 일각에선 "은행만 행복한 기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민행복기금 성과점검 세미나에서 신 위원장은 "10월 말까지 약 18만명이 채무조정을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출범 당시 5년간 32만6000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내 이어진 토론에서는 패널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토론에는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이형주 금융위원회 과장, 안종식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당선 공약 국민행복기금 출범 6개월, 평가는?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서민의 과다채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공식 출범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국민행복기금 상담 받는 시민들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지원 및 서민의 과다채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이 공식 출범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창구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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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행복기금 성과라는 데 공감이 잘 안 간다"며 "박 대통령의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던 공약인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우선 행복기금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며 "대통령의 의지가 있는데 돈을 퍼줘서 금융기관들의 협약을 의무화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들의 협약을 의무화 하기 위해 서민금융총괄기구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 대표는 "협약 기관을 늘리기 위해 당근을 주는 것이냐"며 "게다가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해 수익 잔치를 하겠다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토론에선 행복기금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할 때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사후정산은 부실채권을 일정한 가격에 사들인 뒤, 빚 상환으로 추가 이득이 발생하면 이를 금융기관에 되돌려 주는 방식. 제 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강기정 의원이 2018년에 금융기관이 받을 배당이 9천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음을 밝혔다"며 "월 소득이 50만 원도 안 되는 사람에게서 굳이 빚을 받아 금융기관에게 이익을 줘야 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체 350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 중 114만명이 기초수급자, 고령자 등 장기연체자인데 이들 1인 가구 소득이 월 50만 원"이라며 "상환 능력이 전무한 사람들에게 빚을 돌려받겠다는 것이 야박하고 치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21일 캠코가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말까지 국민행복기금이 매입할 예정인 10조8000억 원의 채권에 15%의 회수율을 적용한 채권회수액은 1조6200억 원이다. 여기에서 사업비 2700억 원·예상인수원가 4500억 원을 뺀 수익 규모는 9000억 원이다.

반면 캠코는 채권회수율을 8.7%로 잡아 채권회수액 9350억 원, 예상인수원가 6000억 원으로 계산해 총 650억 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강 의원은 "채권회수율을 지나치게 낮게 잡고 인수원가를 부풀려 잡은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돌아가는 수익 부분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이 아니라 은행행복기금"

이날 토론에서 최경선 매일경제 논설위원도 "국민행복기금이 아니라 은행행복기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논설위원은 또한 "행복기금의 원칙으로 금융회사의 손실부담을 내세웠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후정산을 통해 이익을 출자해준 금융회사들한테 돌려주면 행복기금은 배당을 위해 일하는 구조가 된다"며 "국민들이 과연 행복기금에 계속 박수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주식회사로서의 행복기금은 생명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에 이형주 금융위원회 과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해명했다. 이 과장은 "회수율이 15%인지 8.7%인지 하는 문제를 지금 얘기하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며 "행복기금이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라면 회수율이 올라갈 것이고, 채무조정 잘 안 되면 회수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행복기금이 은행 배불리기라는 비판에는 "금융기관들이 출연한 돈으로 채무자들 돕는 것이니 금융기관이 국민행복기금을 일정 부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후정산방식은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여 최대한 많은 채무자가 채무조정의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더 많은 금융기관들을 참여시키려면 정당한 채무조정과 회수되는 돈을 착취하지 않겠다는 조건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채무연체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전체 약 350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 중 약 172만 명은 자체적으로 상환능력을 회복하거나 국민행복기금이나 신용회복위원회, 개인회생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빚을 갚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14만명 가량은 기초생활수급자, 고령 등의 이유로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해 단순히 채무조정만으로는 충분한 지원이 안 되는 사람들이다. 나머지 65만명은 연령으로 볼 때 근로능력은 있지만 직업이 없어 돈벌이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아예 채무조정을 신청하지 않는 계층이다.

이에 금융위는 채무불이행자 특성별 지원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소득창출 기반이 부족한 65만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행복기금이나 법원의 개인회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태그:#국민행복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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