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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 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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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는 낯선 이름이었다. 얼마 전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를 통해 처음 접한 이름이다. 그런데 제이미 올리버란 이름과 함께 생각나는 것은 '긍정'과 '노력'과 '미소'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런 단어들과 함께 기억될 것 같다.

저자에 의하면 제이미 올리버(아래 제이미)는 '현재 영국에서 데이비드 베컴만큼 유명한, 인터넷 검색창에 '영국'과 '요리사'를 동시에 치면 1순위로 나오는 게 바로 제이미'일 정도로 영국에선 매우 유명한 인물이란다.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니 과연 그렇다.

'개천에서 용 난다'란 말은 케케묵은 말이 된 지 오래. 이젠 부모 혹은 누군가의 뒷받침에 따라 한 사람의 일생이 크게 달라지는 세상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미 올리버 같은 인물 그 뒤에는 자녀의 성공을 바라며 오직 자식만을 위해 헌신한 부모의 노력이 있을 것만 같다.

제이미 부모,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존중

물론 제이미의 부모도 제이미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그런데 우리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좋은 학교 입학을 목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학원을 보낸다거나 유능한 강사의 과외를 시키는 것과 전혀 달리 자신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맘껏 일해보라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제이미의 부모는 지역에서 꽤 인기가 많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꼬마 제이미는 부모의 레스토랑을 놀이터 삼아 놀곤 했다. 그런데 각양각색의 다양한 어른들을 접하다 보니 말투와 행동이 어린 아이의 것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었으며 요리에만 관심을 보였다.

부모로서 걱정은 당연할 것이었다. 이 경우 우리의 부모들은 면학분위기 조성에 전전긍긍한다. 그런데 제이미의 부모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만 놀아 공부보다는 식당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아들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린다. 그리고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준다.

제이미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기시작했어요. 냅킨을 접거나 접시를 치우는 일, 또는 감자나 양파를 정리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죠. 제이미의 나이는 고작 여덟 살.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1,2학년인데,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일을 시키다니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구요? 그러나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어요. '아무리 어리더라도 부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교육철학이었어요. 그래야 독립적으로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제이미의 아버지는 2009년, 영국 신문 <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아버지의 펍에서 계속 일을 했고, 내 힘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은퇴하기 전에 나는 손주들에게 '만약 어떤 것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어요"-<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에서

어린 제이미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하여 요리사가 되고 싶어 했다. 제이미의 뜻을 알게 된 그의 부모는 8살 어린 아들의 꿈을 믿고 존중하며 이제부턴 식당에서 맘껏 일해보라는 제안을 먼저 한다. 물론 일하는 만큼의 보수를 받는 당당한 일꾼으로 말이다.

장차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는 8살 아들을 요리사가 되라고 나서서 부추긴다?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쉽지 않다. 다른 꿈을 갖게 하려고 관심사를 돌려보려 하거나, 어린 마음에 잠깐 가져보는 꿈이려니 좀 더 크면 다른 꿈을 가지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러나 제이미의 부모는 아들의 꿈을 믿고 후원한다. 덕분에 부모의 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운 제이미는 13살에는 다른 레스토랑으로 옮겨 요리사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15세에는 요리사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선망하는 'WKC요리학교'에 입학한다.

제이미는 영국의 초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으로 나오는 음식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폭로했고, 심각한 비만의 나라, 미국으로 건너가선 패스트푸드에 길든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햄버거와 감자칩을 끊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며 강도 높게 충고하기도 했어요. 아이들에게 치킨 너깃의 비위생적인 조리과정을 바로 앞에서 보여주는가 하면, 닭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길러지고 죽임을 당하는지 스튜디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제이미의 이러한 생각은 때로 고집스럽고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단호해서 사람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누구도 그의 의지를 꺾진 못했어요.

제이미는 방송국을 벗어나 거리로 나갔고, 외면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인 먹을거리의 '불편한 진실'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요리사에서 음식 운동가로 변신한 제이미 올리버. 사람들은 그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가정과 학교, 레스토랑에서 마주하는 음식들을 신중하게 관찰했어요. 그리고 곧 먹을거리는 건강과 직결되며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제이미 올리버,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에서

요리사, TV프로그램 진행자 혹은 미디어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 학교급식 개선운동가 혹은 음식혁명가, 영국왕실이 인정한 애국자, 세계 유명 배우들과 친한 셀러브리티. TV스타.

영국인들은 제이미 올리버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광고 모델 겸 기획자로도 활동했으며, 현재 전 세계 수십 개 체인점을 갖춘 레스토랑의 사장이자 프로덕션 회사의 대표이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의 회장인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를 걸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가장 솔깃하게 읽은 부분은 학교 급식을 바꾼 이야기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사람들도 점차 제이미의 진실어린 말과 행동에 동참을 한다. 그리하여 결국 토니 블레어(영국 총리) 정부로부터 3년 동안 학교급식 개선비 2억 8천만 파운드(487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영국 정부의 이와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고 동시에 학교급식의 심각성을 폭로하는 일대 사건이 된다. 덕분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학교 급식이 개선되었음은 물론이다.

덧붙여, 제이미는 요리사는 되고 싶지만, 형편이 따라주지 않는 10대들을 위한 '피프틴 재단'을 운영, 실력 있는 요리사들을 여럿 배출해내기도 했다고 한다. 여하간 <제이미 올리버,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를 통해 만나는, 요리사로 머물지 않고 요리를 통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들을 한 제이미 올리버 스토리는 감동적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 중에는 생각이 트인 부모의 믿음과 정신적인 후원 덕분에 일찌감치 제 뜻을 맘껏 펼친 유복한 인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이는 이 책을 전혀 읽지 않았을 때의 지레짐작에 불과하다.

난독증 있어도 요리사를 꿈꾸었던 그

제이미는 어렸을 때부터 심각한 난독증을 앓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난독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수많은 요리 재료들을 알아야 하고, 요리 하나하나의 레시피를 적어야 하는 요리사 지망생에게 커다란 장애였다.

하지만 제이미는 좌절하거나 주저앉는 대신 자칫 놀림과 멸시를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단점을 주변에 알림으로써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 즉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대신 소리로 기억하는 방법을 택한다.

유명인사가 된 제이미 올리버의 '어린 시절부터 난독증을 앓았다는, 여전히 난독증을 앓고 있노라'는 고백은 난독증을 앓고 있거나 혹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자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때문이었다.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는 '살아있는 대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자'는 취지로 발간되는 토토북'내꿈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동시대인들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것. 다양한 직업(전문가)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어떤 직업에 대해 알 수 있게 함으로써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꿈을 갖게 하자는 것. 이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쓰게 함으로써 주인공 직업의 세계를 충실하게 담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취지에 맞게 요리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국제요리대회 취재 등 요리 관련 글을 지속해서 써오고 있는 저자가 요리사이자 음식혁명가인 제이미 올리버의 삶을 진솔하고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아울러 요리사라는 직업의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것들을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청소년들이 구체적이여 현실적인 꿈을, 그 꿈을 향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최현주 씀 / 탐 / 2014-01-02 / 1만 원)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 공부보다 요리가 더 재미있다고?, 요리사

최현주 지음, 탐(2014)


태그:#제이미 올리버, #요리사, #난독증, #내꿈사, #음식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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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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