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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자료사진).
 서울대 정문(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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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진보 교육감 후보들인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이청연(인천)·장휘국(광주)·장만채(전남)등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공약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서울대를 포함하여 전국의 국공립대를 통합한 프랑스식 통합국립대를 발족하면 매년 3500명 정원인 서울대를 들어가려는 경쟁이, 3만5000명의 정원으로 늘어 그만큼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이런 주장을 했던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이 번 6·4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며 또 다시 서울대 폐지론이 꿈틀 대고 있다.

선거철이면 나오는 서울대 폐지론은 그동안 허무맹랑한 공약쯤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교육감들이 이에 동참하고 차기 대선주자가 이를 공약으로 한다면 정부의 부처 하나쯤 없애는 게 어렵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나는 지난해 서울대는 단순히 기표일 뿐 서울대가 폐지된다고 해서 입시경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기사화 한 적이 있다.[관련기사: 서울대는 기표일 뿐이다] 이러한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가 입시지옥이 된 근본원인은 서울대가 아니라 서울집중현상과 서울대 출신의 기득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 원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서울대가 없어진다고 해도 또 다른 서울대가 등장 할 것이 분명하다.

입시지옥 서울대만의 문제 아니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입시 경쟁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입시 경쟁은 곧 사교육 경쟁으로 통한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사교육 열풍은 보통 고2까지 이어진다. 물론 고3 때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줄어든다. 아마도 고교에서 자정이 다 돼야 끝내 주고 주말도 없다 보니 사교육 받을 시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비로 고통 받는 학부모나 입시 경쟁에 찌들 린 학생들 모두가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범주를 넓혀 서울권 대학만을 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사실 고교에 진학하면서 교과성적은 거의 결정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서울대, 서울권대, 수도권대, 지방대 등으로 자신의 한계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도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대만 폐지하면 우리나라 입시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생각이 씁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전체 학생 수에 비교했을 때 소수에 불과하다. 지역에선 특히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균형선발 추천장을 받을 수 있는 전교 1,2등 아니면 수능점수가 최고점이 나오는 학생 이외엔 감히 서울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부모와 학생들이 그토록 원하는 '인 서울' 대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도 지역 일반고에서는 극히 일부다. 소위 지역 명문고를 제외한 지역 일반고에서는 인 서울 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사교육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권 대학들이 국가 정책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듯, 학생들에 대한 교육정책의 관심도 차별화가 심하다. 고교 현장에서도 상위권 학생들 관리에만 우선한다. 일부 학교는 자교의 명예(?)를 올릴 수 있는 학생들 외에는 아예 무관심하다. 이들도 입시지옥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나는 지난 2012년 지방 소규모 국립대에서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입학생들에 대한 사교육영향평가를 한 적이 있다. 이 대학 입학생들의 평균 합격 등급은 내신 4-6등급 정도다. 물론 대부분 지역 일반고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교육영향평가결과 조사대상 569명 중 49.4% 인 281명이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물론 입학생들이 이 대학을 목표로 사교육을 받진 않았겠지만 현실적인 성적을 감안 했을 때 서울권 대학 진학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사교육을 그만두지 못 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이 대학에 합격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방대라고 하더라도 평균 경쟁률은 5대1이 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부모, 학생 서울대 관심 못 가져

서울대가 폐지되든 유지되든 이것은 소위 일부 계층들의 관심사이다. 통합국립대를 발족하여 그 정원을 3만5000명으로 늘린다 해도, 이 숫자는 전체 수험생의 10%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진보 교육감 당선자들에게 일부 재벌들이 독차지한 경제를 민주화시켜야 하듯, 소위 명문대가 독차지한 입시를 민주화시켜 90% 넘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 만들기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공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설움은 무관심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경우 내 자식이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현재의 성적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고 그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없다. 하다못해 학교에 가서 상담을 하기도 힘들다. 간혹 지방에서 열리는 대학입시설명회도 온통 서울권 대학 입시 전략뿐이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것은 모든 교육감들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사교육비의 대부분을 지출하는 하위 90%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정책 만들기를 먼저 하는 것이 옳다.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교육정책은 내 자식이 서울대는 고사하고 사교육 없이 현재의 성적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혁제 기자는 '전남학부모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학부모 권익향상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대 폐지론, #진보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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