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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15년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아래 최임위) 심의가 열리고 있다. 최임위 사용자 위원은 올해도 여전히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6700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은 최저임금 1만 원 캠페인을 올해도 펼치고 있다. 알바노조는 2015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시기인 6월 28일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이 필요한 천 가지 이유' 캠페인을 펼친다.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이 필요한 이유를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강은실] "숨만 쉬어도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친목모임을 통해 알게 된 분의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그분은 애가 셋인데 큰애는 고3, 작은애는 고2, 막내는 저희 애랑 같은 중3입니다. 한 3년 전부터 큰 애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엄마 손이 덜 필요해졌고, 갈수록 생활비는 많이 드니 대형마트 판매원으로 일하기로 했답니다. 한 1년 정도 일하다 애들 식사 문제나 교통비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김밥 집으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하루 12시간을 거의 서서 김밥을 말다 보니 손목과 다리가 너무 아팠고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에는 시체처럼 잠만 자게 되었답니다. 애들도 잘 돌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속상해하셨지요.

그러다 제가 우연찮게 공공기관 계약직 일을 주선할 기회가 생겨 그 분에게 의향을 물었습니다. 근무 시간이 길지 않고 4대 보험도 다 되고 일주일에 한 번 평일에 쉴 수 있으니 정말 좋겠다고 했고, 그 분도 생각해보겠다고 했지요.

허영구 알바노조 지도위원이 25일 신촌로터리에서 최저임금 5210원도 과하다는 사용자 대표들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기업 임원 평균 연봉 60억, 대기업 총수 일가 순이익 10배 달하는 폭탄 배당 등이 있다.
 허영구 알바노조 지도위원이 25일 신촌로터리에서 최저임금 5210원도 과하다는 사용자 대표들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기업 임원 평균 연봉 60억, 대기업 총수 일가 순이익 10배 달하는 폭탄 배당 등이 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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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퇴근시간에 연락이 와서 그 분을 만났습니다. 제가 제안한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속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하루 12시간 김밥을 말아 받는 급여는 180만 원이고 제가 제안한 곳의 급여는 130만 원 정도였습니다. 4대 보험이 안 되고 근무시간이 더 길어도 김밥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 달에 50만 원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겁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 포클레인 지입차주였던 남편의 벌이가 들쭉날쭉 해지면서 가세가 많이 기울어 결국 집을 팔고 17평 아파트로 옮겨 가게 되었답니다. 애들 셋과 그 분까지 누우면 자리가 없어서 남편은 동가숙서가식을 하며 버티고 있다고 하고요.

공부를 곧잘 하던 집안의 장손인 큰 애가 고3이 되어도 학원은커녕 급식비를 내지 못해 돈 내라는 가정통신문을 들고 오기도 하고, 작은 애는 마이스터고라 학비가 크게 안 들지만 이제 막내까지 고등학교 진학하면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막막하답니다.

그 얘기를 듣는 내내 저는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화가 끝나갈 즈음에 그 분이 하셨던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숨만 쉬고 살아도 드는 돈이 얼만데…."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더라도 그 분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질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숨통은 좀 트이겠죠. 그래서 소망해봅니다. 최저임금 1만 원.

[최진혁] 최저임금 1만 원, 액수만 올리는 게 아니다

노무사로서 알바노동자 노동 상담을 하다보면, 2014년인 지금도 근로계약서 미작성, 연장·휴일·야간수당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상황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은 말 그대로 근로조건과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한 것일 뿐인데도, 알바노동자들에게는 그것이 최고 수준의 근로조건이 되고, 그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근로기준법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각종 교묘한 방법들이 활용되기도 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 어렵도록 고용형태를 바꾸기도 하고, 주휴수당,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일방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근로시간을 조작하기도 한다. 편법의 탈을 쓰고, 합법인냥 자행되는 불법은 너무 많다.

알바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면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근로계약서도 없고, 근로시간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자신의 노동을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또 고용이 불안정한 지위에서의 권리 주장이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간접고용으로 인해 누구에게 나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근로기준법과 이를 형식적으로 적용하며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는 노동부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소송비용이 부담스럽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안타깝게도 법은 노동자의 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수고로움에 비해 찾을 수 있는 임금도 많지 않고, 낮은 임금으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노무사의 입장에서도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면 무력감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에 나서는 노무사가 많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구조적으로 예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 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분배의 문제에 있어 자본이 가져갈 몫을 노동자의 몫으로 돌리는 일이다. 노동자들의 권리영역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무사가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규제를 피해 임금을 줄이고 이윤을 남기는 방법을 자문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지키도록 자문을 하고, 노동자의 삶을 챙기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적어도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4대보험 가입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노동자들을 상담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박종웅] 아이아빠 입장에서 본 최저임금 1만원

25일,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에서 한 시민이 최저임금 1만 원 이유에 대해 '부모님께 학비 부담을 줄이고 싶다'고 쓰고 있다.
 25일,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에서 한 시민이 최저임금 1만 원 이유에 대해 '부모님께 학비 부담을 줄이고 싶다'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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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뜀박질을 시작하고 몸을 곧잘 가누면서부터 집안 한켠에서 혼자 노는 것이 쓸쓸해 보였다. 아내에게 둘째를 가지자고 이야기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처음에는 아이의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둘째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다음엔 남자아이가 좋을까 여자아이가 좋을까를 고민했다.

길을 지나다 예쁜 아기 옷을 보면 한참을 서서 행복한 상상을 나누는 일까지 이어졌다. 한동안 우리 가족은 둘째 아이이자 첫째의 여동생(첫째는 자기 동생이 여동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던 중에 정말 둘째가 생겼고 아이를 낳는 일과 키우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실감을 하기 시작했다. 진료 받을 병원을 선택하고 받을 진료의 종류를 선택(실제 병원들은 너무 많은 검사들을 제시한다. 부모가 정보를 얻어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다)하며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해야 했다.

태아보험이 필요한 건지, 출산 비용에 대한 지원이나 의료보험은 어떤지, 조리원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 줄을 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고민과 판단에는 비용 문제가 따라왔다.

첫째를 낳았을 때 그때까지 모아둔 적금을 사용하고 얼마간의 빚을 냈었다. 비용이 좀 들어도 꼭 필요한 검사는 해야 하고 꼭 필요한 예방 주사는 맞춰야했다. 이제 첫째의 세 돌이 지나면서 빚은 갚았고 다시 적금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최저임금을 받는 단체 활동가로 살아오면서 저축도 알맞게, 외식도 알맞게, 옷도 알맞게 모든 것을 알맞게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한 달을 사는 일에 임금을 이리저리 나누다보면 빚을 갚는 일도, 저축을 하는 일도 너무나 어렵다. 둘째 소식을 들은 얼마간 어두운 표정으로 지냈던 것이 아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요즘은 아이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 출산부터 첫 돌이 될 때까지 들어 가야하는 대략적인 비용을 계산하고 그에 맞는 대출을 은행에 알아두었다.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우선 비용의 문제는 덮어두기로 했다. 아빠가 어두운 표정으로 아이를 만날 수는 없느니 행복한 마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둘째 아이를 맞이하는데 좀 더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일에 돈 걱정부터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내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은 1시간 일하면 1만 원 정도는 받는, 노동의 대가가 그만큼 존중받는 사회이길 바란다.

[김영철] 편의점 알바에게 최저임금 만원이란?

'최저임금 1만원이면 여름휴가 갈 수 있다.' 알바노조가 25일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이면 여름휴가 갈 수 있다.' 알바노조가 25일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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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최저임금이 만 원이 된다면 아마도 저축을 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알바는 미래가 보장되는 직업이 아니다보니 일한 시간만큼만 돈을 벌잖아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게 되고 그런 미래를 위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생길 것 같아요. 시간 여유도 생긴다는 얘긴데 그렇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 늘지 않을까요?

저는 일하고 남는 시간에 사람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싶어요. 사실상 알바는 여행을 갈 수가 없잖아요.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거라, 빠지는 만큼은 돈을 못 받는 거고요. 월차를 쓰거나 그런 것도 없잖아요. 그런 것에 비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겠죠.

시급이 만 원이 되면 알바와 직원 간의 차별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알바와 직원은 하는 일이 비슷한 경우도 많거든요. 직원이라고 해서 남들이 못하는 일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임금을 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건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일의 능률도 더 오를 거예요.

하지만 우리 사장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최저임금 만 원을 생각한다면 글쎄요. 편의점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알바에게 시급 만 원을 줄 정도로 가게가 잘 운영되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최저임금 만 원은 대기업 본사와 가맹점의 수익구조부터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우리나라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 매출의 35%를 로열티로 떼어간다는데... 그 비율만 낮춰도 사장님도 살고, 알바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알바노조 www.alba.or.kr 02-3144-0936



태그:#알바노조, #최저임금, #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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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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