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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시가 만든 서울시 천주교순롓길 3코스. 1코스는 한국 천주교의 탄생이 2코스는 박해가, 3코스는 순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마이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아 순롓길 탐방을 제안한다.
 지난 6월 서울시가 만든 서울시 천주교순롓길 3코스. 1코스는 한국 천주교의 탄생이 2코스는 박해가, 3코스는 순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마이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아 순롓길 탐방을 제안한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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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슈퍼스타가 한국에 옵니다. 전 세계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부터 4박 5일간 한국에 머뭅니다. 지난해 3월 즉위한 뒤 세 번째 외국 방문입니다. 교황 방한은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번째 방문 이후 25년 만으로, 가톨릭계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의 경사입니다.

가난한 이들의 편에서 서야 한다는 그의 말에 많은 이들이 감동받았습니다.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황은 16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가족은 물론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교황 방한을 맞아 <오마이뉴스>는 서울 시내 천주교 순례길 3코스를 소개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천주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순례길을 걸으며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이 순례길들은 지난 6월, 서울시가 천주교 순교자현양회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것입니다.참혹했던 천주교 박해와 성당, 신학교 등 한국 천주교 23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현장을 두루 잇고 있습니다. 또 명동, 청계천, 북촌 한옥마을, 광화문 등을 거치며 서울의 과거와 현재도 알 수 있습니다.

광복절인 15일부터 17일까지, 하루에 한 코스씩 걸으며 천주교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관련 정보는 서울시 천주교 성지순례 앱과 서울시 관광정보 누리집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순교자 성월 도보 순례의 달'로 지정해 순례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①코스] 한국 천주교 탄생 역사를 하나씩

김범우의 집터는 1784년부터 처음으로 신앙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당시 사람들은 주일이 7일째에 온다고 생각해 매월 1일, 7일, 14일, 21일, 28일에 정기적으로 모였다.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던 이들을 '명례방 공동체'라고 불렸다.
 김범우의 집터는 1784년부터 처음으로 신앙 집회가 열리던 곳이다. 당시 사람들은 주일이 7일째에 온다고 생각해 매월 1일, 7일, 14일, 21일, 28일에 정기적으로 모였다.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던 이들을 '명례방 공동체'라고 불렸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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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있는 석정보름우물. 외국인 사제 중국인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숨어 살면서 영세물로 사용했던 곳이 우물. 15일 동안은 맑고 다음 15일 동안은 흐려지곤 해서 보름우물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있는 석정보름우물. 외국인 사제 중국인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숨어 살면서 영세물로 사용했던 곳이 우물. 15일 동안은 맑고 다음 15일 동안은 흐려지곤 해서 보름우물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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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km에 달하는 이 구간은 총 소요 시간이 약 5시간에 이릅니다. 15일인 이날 교황은 대전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후 제6회 아시아 청년 대회에 참가합니다. 아직 날이 더우니 시원한 얼음물과 간식을 챙겨 출발해야겠죠?

이 코스는 한국 천주교의 탄생과 연관됩니다. 1784년, 이승훈(세례명 베드로)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으며 시작된 한국의 천주교는 유교가 지배하는 조선 왕조와는 어울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몰래몰래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코스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한국 천주교의 심장인 명동성당에서 출발합니다.

1882년 한미수호 조약이 체결되면서 종교의 자유가 허용됩니다. 조선의 제7대 교구장 블랑 주교는 명동 언저리에 우선 종현 서당을 설립, 운영하면서 예비 신학생을 키웠습니다. 이 건물은 완공된 1898년에 축성식을 열고 한국 천주교의 상징으로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이후 성당 지하 묘소에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믿음을 지킨 순교자들의 유해를 안치해왔습니다.

성당을 나와 한국의 최초의 순교자 김범우(토마스)의 집터와 한국천주교회 창립터를 지납니다. 김범우의 집터는 1784년부터 처음으로 신앙 집회가 열리던 곳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주일이 7일째에 온다고 생각해 매월 1일, 7일, 14일, 21일, 28일에 정기적으로 모였다고 합니다. 교리를 공부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집회를 열었던 이들을 '명례방 공동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1785년 봄, 이들의 모임이 발각되면서 공동체는 와해됐습니다. 끝까지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범우는 결국 유배를 가게 됩니다.

청계천을 따라 올라가 보면 수표교 북단에 이벽(세례자 요한)의 집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국 천주교사상 첫 세례식이 거행됐습니다. 북경에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이 이벽과 김범우 등에게 세례를 합니다. 세례를 통해 결속된 복음을 수행하는 신앙공동체는 바로 교회입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회의 발상지로서 '한국 천주교회 창립터'라고 부릅니다.

길은 좌포도청 터와 종로성당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으로는 동대문에서 한양도성을 따라 걷습니다. 낙산공원에서 서울시내 전경을 볼 수 있어요. 근처 카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을 지나 대학로 거리를 걷다가 창경궁과 창덕궁을 거쳐 북촌 한옥마을에 이릅니다.

북촌은 조선에 들어온 최초의 사제, 중국인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숨어 살던 곳입니다. 1975년, 이곳 최인길의 집에서 조선 땅에서는 처음으로 미사를 드립니다. 이후 체포령이 떨어지자 6년을 숨어 살면서 전교활동을 벌였습니다. 당시 주 신부가 영세물로 사용했던 곳이 석정보름우물입니다. 15일 동안은 맑고 다음 15일 동안은 흐려지곤 해서 보름우물이라고 불렸답니다. 아쉽지만 현재는 우물에 손을 댈 수는 없다고 하네요. 1코스 마지막으로 가회동성당에서 북촌 한옥마을의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②코스] 교황도 찾는 서소문 순교성지...박해의 현장

중림동 약현성당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 건물이다.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서소문 순교성지를 관할하는 성당으로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중림동 약현성당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 건물이다.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서소문 순교성지를 관할하는 성당으로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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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코스는 3.65km, 3시간 코스로 오후 한 나절이면 충분합니다. 16일인 이날 오전에는 교황이 서울 시내에 옵니다. 오전 9시에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하고, 10시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순교자 등 124위의 시복식을 주재할 예정입니다. 시복식은 가톨릭교회가 공경하는 인물인 복자(福者, 성인 이전 단계)로 선포하는 행사입니다. 오전에 시복식을 지켜본 뒤 점심을 먹은 다음 두 번째 코스를 걸으면 어떨까요?

이 코스는 천주교 수난과 박해의 역사의 현장입니다. 경기감영터, 형조터, 우포도청 터는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고 끌려와 고문을 당한 곳이죠. 고문을 받고 나온 이들이 인근의 서소문 순교성지에서 처형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신유박해 이후 신도들이 처형된 대표적인 순교지입니다. 한국 103위 성인 중 44위, 이번에 시복되는 124위 중에도 정약종을 비롯해 여성 평신도의 대표적 인물인 강완숙, 조숙·권천례 부부 등 27위가 순교했습니다.

서소문 밖은 한양의 공식 처형지였습니다. 서소문은 인근에 칠패 시장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최종 판결을 내리는 형조나 의금부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형장으로는 적격인 곳이었죠.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인 정약종(아우구스티노)도 이날 시복되는 124위 중 한 명입니다. 그는 교리 연구를 통해서 한글 교리서인 '주교요지'를 쓰며 한국 최초의 조선 천주교 회장을 지냈습니다. 신유박해가 시작되자마자 검거돼 의금부로 압송됐죠. 검거된 뒤에도 신념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도 결국 서소문 순교성지에서 처형을 당합니다. 다음은 의금부에서 정약종이 남긴 말입니다.

"천주를 높이 받들고 섬기는 일은 옳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천주는 천지의 큰 임금이요, 큰 아버지입니다. 천주를 섬기는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천지의 죄인이며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같습니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자료)

코스 마지막 방문지인 중림동 약현성당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 건물입니다.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하는 곳이지요. 순교지를 관할하는 성당으로 순교성지 전시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③코스] 순교성지에서 순례길의 의미를 되새겨

당고개 순교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당시 10명이 순교한 곳이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1839년 기해박해 당시 10명이 순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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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 자리잡은 절두산 순교성지. 절두산은 수많은 교인이 이곳에서 처형된 이후에 ‘천주교인들이 목 잘려 죽은 곳’이라 불린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 자리잡은 절두산 순교성지. 절두산은 수많은 교인이 이곳에서 처형된 이후에 ‘천주교인들이 목 잘려 죽은 곳’이라 불린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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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3코스는 10km, 6시간을 걸어야 하는 장거리 구간입니다. 용산역 인근의 당고개 순교성지-왜고개성지-새남터 순교성지와 나머지 절두산 순교성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용산에서 합정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아니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변을 따라 5km의 거리를 걸을 수도 있습니다.

3코스의 테마는 순교입니다. 한국 초기 천주교의 주요 인물들이 박해를 받고 피를 흘린 곳입니다. 용산역 인근에 순교성지가 모여 있네요. 한국의 최초로 영세를 받은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순교지가 새남터 순교성지입니다. 서소문 순교성지가 평신도들이 순교했던 곳이라면 이곳은 주로 성직자들의 순교한 곳입니다.

새남터가 천주교 순교자들의 처형지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신유박해로 주문모 신부가 효수형을 당한 때부터였습니다. 이후로도 1839년 기해박해에는 프랑스 선교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과 성 샤스탕 신부가 이곳에서 숨졌습니다.

1845년 상해에서 신부에 임명된 김대건 신부는 그 다음해 새남터에서 망나니의 칼에 숨졌습니다. 25세의 나이였습니다. 이날 교황은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당고개 순교성지는 기해박해 당시 10명이 순교한 곳입니다.

순례길의 마지막 코스는 절두산 순교 성지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산봉우리의 형상이 누에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잠두봉이라 불렸답니다. 1866년부터 1873년까지 병인박해 기간에 많은 이들이 숨진 곳입니다. 절두산은 수많은 교인이 이곳에서 처형된 이후에 '천주교인들이 목 잘려 죽은 곳'이라 불린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절두산성당과 함께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성지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연휴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네요.


태그:#교황, #순롓길, #순교성지,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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