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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가운데 마이크)이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통합 절차 강행에 맞서 삭발한 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왼쪽) 등 노조 간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가운데 마이크)이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통합 절차 강행에 맞서 삭발한 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왼쪽) 등 노조 간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외환은행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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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합병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와 합의 없이 합병 절차를 밀어붙이던 경영진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조영철)는 4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중단시켜 달라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외환은행은 6월 30일까지 금융위원회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인가를 신청하거나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승인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월 19일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신청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합병 인가 신청과 합병 관련 주주총회, 하나은행과 직원 간 교차 발령 등 2·17 합의서 위반 행위의 잠정적인 중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외환은행 노조 "김정태 회장의 독단적인 하나·외환 통합 명분 잃어"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외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 하나금융지주 그리고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2년 체결한 '2·17 합의서'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서는 당시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5년간 독립 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이 합의서는 노조와 외환은행, 하나금융지주와의 사이에서 외환은행의 경영권 행사, 하나금융지주의 주주권 행사에 관해 체결된 것"이라며 "내용이 법이나 사회 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효력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노사가 서로 장기간 대립해오다가 금융위원회의 중재 아래 오랜 시간 논의와 절충을 거쳐 신중하게 작성된 것"이라며 "당시 금융위원장은 합의서 체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공표하면서 진정성까지 표현했다"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실적이 현저히 악화되는 등 통합이 절실하다'는 하나금융지주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금융 환경의 변화가 2·17 합의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내 은행의 2014년 수익성이 2013년 대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는 등 당장 합병하지 않으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합의서의 효력이 실효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이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 명분이 약해지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가처분 결정에 의해 2·17 합의서의 법적 효력이 사법부에 의해서 인정됐다"라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이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진행해온 조기 통합 절차의 명분을 잃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사법부의 결정으로 노사정 합의를 휴짓조각으로 취급하던 경영진의 행태가 시정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르면 3월 하나·외환은행 합병을 추진하겠다던 경영진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는 "금융 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선제적인 위기대응이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면서 조기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경영진은 조직과 직원의 미래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양 행 통합 결단을 선택했다"라면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이런 측면을 간과한 것으로 보여 이의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태그:#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김정태, #금융위원회, #하나외환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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