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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1일 오후 대전 산내유가족들이 유해를 수습하기 전 추모제를 지내고 이다. 앞쪽에 보이는 것이 희생자의 유해다.
 1일 오후 대전 산내유가족들이 유해를 수습하기 전 추모제를 지내고 이다. 앞쪽에 보이는 것이 희생자의 유해다.
ⓒ 모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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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①] 건축 도중 땅 속에서 유해가 쏟아져 나왔다. 농사를 짓는 도중에도 유해가 드러났다. 관련 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구청에 신고했다. 구청 측은 구청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곳에 알아보라고 했다. 다른 기관에서는 다시 구청 소관이라고 안내했다. 구청 측은 거듭 구청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2001년 대전 동구청 얘기다.

대전 동구청은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건축 도중 한국전쟁 직후 군경에 의해 불법 살해된 민간인 집단희생자 유해가 드러났는데도 신고 접수조차 거부했다.

[사례②] 현장 유해가 계속 훼손되자 관할 구청에 공문을 통해 현장보존 조치를 요청했다. 관할 구청은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곧 유해매장추정지 한복판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대전 동구청 얘기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 2000년 현장보존 조치를 약속하고 이듬해인 2001년 10월 유해매장지에 축사 건축을 허가했다. 이로 인해 건축 과정에서 다량의 유해가 부서지고 쪼개졌다.

 지난 2001년 대전 동구청이 대전 골령골 유해매장 추정지에 교회를 세운 건축주에게 보낸 공사중지 명령 공문. 공문에는 '제주 4.3사건 관련 특별법에 의거 현장보존'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동구청은 지금까지 현장보존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 한현택 동구청장은 '4.3특별법과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1년 대전 동구청이 대전 골령골 유해매장 추정지에 교회를 세운 건축주에게 보낸 공사중지 명령 공문. 공문에는 '제주 4.3사건 관련 특별법에 의거 현장보존'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동구청은 지금까지 현장보존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 한현택 동구청장은 '4.3특별법과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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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③] 잘못된 건축 허가에 항의했다. 관할 구청이 뒤늦게 제주 4.3특별법에 의거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건축주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3년 관할 구청이 승소했다. 대전 골령골에는 수백여 명의 제주 4.3 관계자가 매장돼 있어 4.3 특별법에 근거한 현장보존이 가능하다.

하지만 건축주는 공사를 계속 벌인 후 용도를 교회로 변경해 지금까지 보란 듯이 사용 중이다. 관할 구청은 건축주에게 '원상회복'을 요청한 후 받아들여지지 않자 십 수년째 이행강제금만 부과 중이다. 대전 동구청 얘기다.

대전 동구청은 지난 2007년에는 희생자 유족회에 보낸 공문회신을 통해 "관계법령에 따라 철거 등 적극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게 끝이었다.

[사례④] 보다 못해 정부 기관이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2003년 논란이 된 교회부지 매입 및 현장복구 예산으로 3억 원을 긴급 편성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중앙 정부가 할 일'이라며 예산집행을 거절하고 반납했다.

지난 2009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2005년 1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활동한 독립국가기관, 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대전 골령골에 현장 안내판 설치 예산을 내려 보냈다. 관할 구청은 '지가 하락 '등을 이유로 예산을 반납했다. 대전 동구청 얘기다.

현장 안내판 설치 예산을 거부한 곳은 전국에서 대전 동구청이 유일하다. 2003년 대전 동구청장은 임영호 (전 자유선진당 대전 동구 국회의원)이고 2009년 대전 동구청장은 이장우 현 새누리당 대전 동구 국회의원이다.

[사례⑤] 희생자 유족회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희생자 유족회는 관할 구청장에게 매년 추도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추도사를 보내거나 참여하지 않았다. 대전 동구청 얘기다.

이런 사례 또한 전국에서 대전 동구청이 유일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전 동구청장이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교체됐다. 한현택 대전동구청장이다. 한 구청장이 민간인집단희생 사건을 보는 시선은 어떨까?

유해훼손 방지 긴급조치 요청에 "구청장 권한 벗어나는 일"

 한현택 대전동구청장(새정치연합 소속)
 한현택 대전동구청장(새정치연합 소속)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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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 구청장을 면담하고 온 유족회는 "기존 구청장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실망스럽다"는 평이다.

유족회는 "최근 유족회와 시민사회단체가 매장된 유해를 확인하고도 수습하지 못하고 되묻어야 했다"며 "유해 매장지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도록 유해가 묻혀있는 토지에 대한 임대비 지원 등을 해 달라"고 한 구청장에게 요청했다. 또 "일부 수습된 유해마저 컨테이너 박스에 방치돼 있다"고 호소했다. 유족회가 한 구청장에게 분담을 요청한 예산은 모두 200만 원이다.

이에 한 구청장은 "국가사무이고 구청장의 권한을 벗어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유족회에서는 "정부기구인 '진실화해위원회'가 군경의 골령골 민간인 살해사건에 대해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 위령제 봉행,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에서 17개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인희생자위령제지원조례를 제정해 추모제 및 위령제 등을 지원하고 있고 조례가 없더라도 지원 가능한 지방정부 업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 골령골에는 4.3관련 희생자가 많아 4.3특별법에 의거, 현장보존조치 등 행정지원업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3특별법에는 집단학살 암매장지 조사와 유해 발굴 등을 4.3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 구청장은 "다른 지역 얘기는 할 필요 없다, 지역적으로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4.3특별법에 따른 조치 요구에 대해서는 "산내 골령골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2003년 대전 동구청에서 제주 4.3특별법에 의거해 암매장 추정지에 지어진 교회건물에 대한 '공사중지명령'을 내렸고,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얻어내지 않았냐는 유족회의 설명에도 한 구청장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현택 구청장 "과거 잘못 얘기해서 뭐하나, 잊을 건 잊자"

 1950년 당시 촬영된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현장
 1950년 당시 촬영된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현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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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원의 긴급조치 예산 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금전적인 것은 이 자리에서 답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유해매장추정지에 들어선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는 "사용 중인 교회는 미준공 건축물이지만 철거할 수는 없다"며 "건축주도 이전하고 싶어 하는데 여러 문제점(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는 6월 예정된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해 달라는 유족회의 요청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일이 과거 지난 10여 년 동안 대전 동구청의 행정 오류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유족회가 지적하자 한 구청장은 "과거 잘못된 것을 얘기해서 뭐하나, 잊을 건 잊자"고 말했다. 골령골 현장 상황은 이전보다 더 심각해지고 구청의 태도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뭘 잊자는 것일까?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한 구청장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의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할 듯하다. 평화에 대한 의식도, 공직자가 꼭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감수성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실낱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한 구청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말 한 마디를 남겨서다. 영혼 없는 의례적인 답변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재소자를 대상으로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2차 : 7월 3~5일 1800명, 3차 : 7월 6~17일 1700~3700명)이 벌어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하지만 유해 대부분이 방치돼 훼손되고 있다.

 한 유해발굴단원이 수습한 유해를 정돈하고 있다.
 한 유해발굴단원이 수습한 유해를 정돈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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