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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말리부, 전시차량도 없는데 1만대 돌파

한국지엠의 신형 말리부(Malibu)가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한 신차 공개 행사 이후 영업일 기준 8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 말리부 한국지엠의 신형 말리부(Malibu)가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개최한 신차 공개 행사 이후 영업일 기준 8일 만에 사전계약 1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 <사진제공ㆍ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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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19일부터 신형 말리부를 출고했다. 이 '올(all) 뉴(new) 말리부'는 국내 중형 승용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사전 구매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000대를 넘어서더니 5월 12일 기준 1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영업일수 불과 8일 만에 달성한 것으로, 한국지엠이 지난 4월 한 달간 기록한 전체 내수판매량 1만 3978대에 버금간다. 4월 내수 판매량은 지난 2004년 이후 4월 최고 실적이이다.

쉐보레 대리점은 주문을 처리하느라 비상이고, 경쟁사들은 신형 말리부의 돌풍 원인을 분석하느라 비상이다. 한국지엠은 예상을 뛰어 넘은 돌풍에 대비하느라 비상이며, 노동조합(=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은 이 돌풍을 내수시장 점유 증대에 따른 고용안정으로 이어가기 위해 비상이다. 협력업체 또한 부품 제작 주문이 쇄도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말리부의 인기는 우선 대리점에서 확인된다. 대리점들은 쏟아지는 주문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대리점에 전시용 차량이 없는데도 주문이 밀렸고, 전시차량이 들어온 19일부터는 주문은 더욱 상승세다.

쉐보레 부평로대리점 관계자는 "1998년 '레간자(말리부 전신)-누비라(크루즈 전신)-라노스(아베오 전신)' 3총사 호황시절 이후 처음이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고객에게 경쟁차종(=소나타·K5·SM6)과 비교우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책자가 있는데 읽어볼 틈도 없이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너무 바빠 18년 만에 잠못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에는 사람들이 경쟁차종과 비교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지금은 다른 차종 얘기를 아예 꺼내지 않고 말리부만 얘기한다. 소나타·K5·SM6와 경쟁하는 시장에서 말리부는 늘 꼴찌였는데 지금은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왜 잘 팔리는지 분석할 여유도 없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말리부 판매대수는 8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함으로써, 말리부 출시 직전에 르노삼성이 출시해 월 5000~6000대씩 팔리고 있는 SM6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르노삼성은 SM6 연간 5만~6만대 판매를 목표로 했는데, 말리부는 지금 추세면 한국지엠이 당초 예상한 연간 3만대를 훌쩍 뛰어넘어 6만대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지난달에 신형 말리부를 출시하면서 '아키텍처와 디자인, 파워트레인, 섀시와 안전시스템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변화한 올 뉴 말리부'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는 각종 시승기에서 확인되며 대리점에 공급할 전시차량이 나오기 전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신형 말리부는 디자인·스타일·성능·사양·연비 등, 모든 면에서 경쟁차종에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경쟁력은 더 우수했다. 또,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차량무게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전 말리부보다 무게를 130kg 줄였다. 차량은 이전보다 더 커졌지만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여기에 경량화한 터보엔진(1.5, 2.0)을 장착함으로써 출력과 힘에서 뒤지지 않으면서 연비를 끌어올렸다. 이른바 차량 구매의 결정적 요소인 디자인·성능·가격, 이 3박자를 모두 갖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말리부 폭발적 인기로 내수 점유율 상승 기대

 쉐보레 올 뉴 말리부 내부 인테리어.
▲ 올 뉴 말리부 쉐보레 올 뉴 말리부 내부 인테리어.
ⓒ <사진제공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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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말리부는 엔진이 두 종류다. 1.5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은 동급 최고 연비를 자랑하고,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은 동급 최대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1.5 차량은 일반·고급·최고급형이 있고, 2.0은 고급·최고급형이 있다.

터보엔진 라인업의 4기통 1.5리터 엔진은 166마력, 25.5kg.m의 월등한 최대 출력과 토크를 바탕으로 기존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완벽히 대체했다. 또한 다운사이징과 경량화로 복합연비 13.0km/L에 달하는 동급 최고 수준의 효율을 실현했다.

아울러 고성능·고효율 터보엔진에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더해져 부드러운 변속과 구동으로 전보다 향상된 주행 품질을 제공하며, 중형차 시장뿐만 아니라 준중형차 시장까지 파고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쉐보레 부평로대리점 관계자는 "구매층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그중에서도 40~50대가 많다. 그리고 1.5 차량 구매자가 2.0 차량 구매자보다 많다. 특히, 가격이 좋다보니 중형차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준중형차(크루즈·아반떼급)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아울러 차체가 커지면서 준대형(그랜져급) 시장까지 먹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내수시장 점유율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평균 10~11%수준이다. 과거 대우자동차가 1998년에 '레간자-누비라-라노스' 3총사의 선전과 마티즈의 인기에 힘입어 38%를 달성한 이후, 2002년에 대우차를 인수한 한국지엠은 20% 이상을 달성한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지난 4월 한 달간 총5만 580대(완성차 기준, 내수 1만 3978대, 수출 3만 6602대)를 판매했다. 내수판매량 1만 3978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2% 증가한 것으로, 2004년 이후 4월 최고 실적이다.

한국지엠의 내수 신장은 스파크와 임팔라가 견인했다. 스파크는 지난해 5만 8978대 팔렸는데, 올해는 4월까지 2만 6585대가 팔렸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해 출시한 임팔라는 지난해 6913대 팔렸고, 올해 4월까지 6138대 팔렸다.

여기에 신형 말리부가 돌풍을 일으키며 내수시장 점유율 상승에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신형 말리부의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그동안 지속된 생산물량 축소에 따른 고용불안 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형 말리부 돌풍 지속, '출고 대기기간 단축'에 달려

한국지엠이 4월 27일 국내 최초 돔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쉐보레 중형 세단 올 뉴 말리부 신차 공개행사를 가졌다.
 한국지엠이 4월 27일 국내 최초 돔구장인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쉐보레 중형 세단 올 뉴 말리부 신차 공개행사를 가졌다.
ⓒ 한국지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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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스카이돔에서 열린 말리부 신차 공개행사 때 제임스 김 힌국지엠 사장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기아자동차의 K5가 독과점체제를 이루고 있는 중형차 시장을 뒤흔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실제로 신형 말리부는 중형차 시장에서 사전예약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신형 말리부가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지난해 겪었던 임팔라 사전예약 취소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한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준대형 임팔라는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만 2000여 명이 출고를 기다려야 했다. 임팔라는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가져와 판매하는 차로, 구매자들은 3개월 이상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었다.

임팔라 역시 신형 말리부처럼 디자·성능·가격 면에서 3박자를 갖추며 동급 시장에서 현대차의 그랜저부터 아슬란·제네시스와 경쟁했는데, 사전예약이 말해주듯이 시장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수입차라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대기기간이 길어져 사전예약 취소로 이어졌고, 돌풍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형 말리부 또한 이 같은 우려를 안고 있다. 1.5엔진은 창원공장에서 생산하지만, 2.0엔진은 전량 미국에서 수입한다. 현재 1.5모델과 2.0모델이 약 7대 3의 비율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2.0에 대한 수요가 늘 경우를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신형 말리부의 상승세를 위협하는 두 번째 요인은 차량 출고 대기기간이다. 한국지엠은 말리부를 연간 3만대가량 판매할 것으로 예상하고 말리부와 캡티바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 조립라인의 JPH(시간당 조립 자동차 수)를 24대로 맞춰 놓았다. 이중에서 말리부 조립라인의 JPH는 15대다. 하지만 신형 말리부는 8일 만에 사전예약이 1만대를 돌파했다.

즉, 모처럼 중형차 시장에서 1위를 달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생산물량이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임팔라처럼 예약 취소 사태가 발생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초반 인기만 보고 다시 JPH를 변경해, 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JPH가 15대인 상황에서 잔업과 특근 없는 근무로는 현 사전예약을 소화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잔업과 특근을 하면 한 달에 약 4000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선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형 말리부의 사전예약이 돌풍을 지속할 경우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 조립라인 재편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지엠,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중형차시장, #말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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