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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진행한 ‘다문화가정 학부모 간담회’
 구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진행한 ‘다문화가정 학부모 간담회’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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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문화 이해 강사로 초등학교에 가서 다문화 이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수업시간이 다 되자 제가 뻔히 보는 앞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하는 거예요. '야, 다문화 이리와. 수업해라' 그러니까 아이들이 한 친구를 향해 '야, 너 다문화니까 빨리 가라'고 말했고 그걸 듣는 친구는 '아냐, 난 다문화 아니야'라고 말해요. 그랬더니 다른 아이들이 '너네 엄마 필리핀이잖아. 너 다문화야'라고 놀리기 시작했고 그 아이는 머뭇거리다 울고 말았어요."

구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윤성은)에서 다문화 이해 강사로 활동하는 이주여성 A씨의 이야기에 어떤 사람은 놀랐고 어떤 사람은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200만 명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는 한국에서, 그것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선생님이 '다문화'라는 말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면서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비다문화가족 자녀들과 구별하고 결과적으로 차별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웃 도시에서는 학기 초에 선생님이 학생들을 향해 "다문화, 손들어 봐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이 선생님은 다음날 한 아이를 지목하며 "야, 너 다문화 맞는데 어제 왜 손 안 들었어?"하고 말해 이 아이를 당황케 했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차별은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이주여성 A씨는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 딸이 '저 다문화 맞아요?'하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저는 다문화 되기 싫어요'하고 울더라고요. 다문화는 나쁜 것이 아니라 엄마가 외국에서 온 경우를 일컫는 말이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그래도 싫어요. 친구들이 놀려요'하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어요"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례는 다문화를 구별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반 아이들에게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를 차별하고 왕따를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해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구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지난 9일 저녁에 진행한 '다문화가정 학부모 간담회'는 그래서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주여성 B씨는 "학교에 상담하러 갔는데 선생님이 아이 얘기는 하지 않고 출신국, 남편 나이 등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질문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이주여성 C씨는 "학교 부모회 엄마들의 끼리끼리 문화가 심각해 도저히 섞일 수가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주여성 D씨는 "동사무소에 서류를 제출하러 갔더니 '다문화세요?'하고 물어서 불쾌했다. 내가 다문화가족인 것은 맞고 인정하지만 '다문화'냐고 묻는 것과 '다문화가족'이냐고 묻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가족을 뺀 그냥 '다문화'는 비하하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승남 경기도의원이 참석해 교육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다문화교육 차별사례를 꼼꼼히 적었다. 안승남 도의원은 "다 이해하지 못했던 다문화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럴 수 있구나'하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교육현장의 차별적인 사례를 정리해 해결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태그:#구리, #다문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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