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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기춘-<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비서실장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기춘-<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 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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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4일, SBS의 간판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가 "비선의 그림자 김기춘"이란 콘텐츠를 방송했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 고 김영한씨의 업무수첩을 중심으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횡을 파헤쳤다.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長(장)'으로 표기된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추정되는 자가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었다.  

"정권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두려움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에게 있어서, 정권과 대통령은 동일한 것이고 그에 도전하는 것은 왕조시대의 모반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이혜훈 의원(바른정당)의 말에 의하면, 실제로 그는 자신이 이전에 몸담았던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접촉 시에 박근혜를 주군(主君)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주군의 충직한 신하로서 주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체의 언어, 예술, 문화 등에 대해 공안통치의 전술을 구사했다. 박정희가 그러했듯이, 추정컨대 그가 원했던 것은 대통령긴급조치 혹은 심지어 계엄령선포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국민들이 두려움을 가질 터이니.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독재자 박정희의 통치이념인 유신헌법 작성에 참여하고,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일하면서 '재일동포 유학생 학원침투 간첩단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을 조작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무고한 사람을 구타와 고문을 통해 간첩으로 몰아 사형 혹은 수십년의 영어생활을 하게 했던 자다운 발상이고 표현이다.  

중정 대공수사국장 재임시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는 김기춘-<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중정 대공수사국장 재임시 간첩단 사건을 발표하는 김기춘-<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 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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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이 공안관련 공직에 재직 중일 때 조작된 공안 사건으로서 후일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사건은 총 77건이다. 이 숫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의 엔딩 자막을 참고하여 계수한 것이다.

시기별로 보면, 그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 재임기간(1974.9-1981.11) 중 조작된 사건 41건, 법무부 검찰국 국장 재임기간(1981.12-1987.5) 중 조작된 사건 35건, 검찰총장 재직 기간(1988.12~1990.12) 중 조작된 사건 1건이었다(87항쟁 이후 조작사건 수는 현저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공안 관련 공직에 재직하기 전인 1958년부터 1973년까지 조작된 사건은 총 14건이었고, 그가 검찰총장을 퇴임한 1990년 12월 이후의 조작사건은 5건이었다. 즉 총 96건 중 77건이 김기춘의 공안관련 직임 수행 기간 중 발생한 것이라는 점은, 이런 조작이 김기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된다.

방송 내용에서 보면, 세월호 참사 직후, 유민아빠와 방인성 목사, 김홍술 목사의 40일 단식을 비롯하여 수많은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서 광화문 단식의 열풍이 불 때, 김기춘(추정, 근거는 김영한 수석이 일관되게 '長'의 말로서 구분하여 기록했기 때문이다)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적 비난이 가해지도록 언론지도"를 하라고 수석들에게 지시한 정황은 분명하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중 일부-<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내용중 일부-<그것이 알고 싶다> 화면 갈무리
ⓒ 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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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광화문에서는 짜장면과 피자를 먹어대는 소위 '폭식투쟁'이란 게 전개 됐었다. 자식을 잃고 참담한 심정으로 단식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이들 앞에서 버젓이 그런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저들의 행위는 결코 오비이락(烏飛梨落)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수사/기소권이 포함된 제대로 된 특별법제정을 요청하는 열망에 대해, 청와대가 주도하여 여론을 부정적으로 조작하고 정권취향의 단체를 움직였다는 불법의 명백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조작 사건 데이터를 통해 익히 추정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런 지시는 언론통제와 조작에 익숙한 김기춘으로서는 몸에 익숙한 옷을 입고 벗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박근혜의 지시였는지 김기춘의 자발적 지시였는지는 알 수 없다. 박근혜의 지시였어도 이는 내란선동죄에 해당될 수 있는 명백한 탄핵과 구속 사유이고, 김기춘의 단독 지시였다 해도 명백히 내란선동죄에 해당되는 구속사유에 해당된다.

운현궁의 흥선대원군처럼 경복궁 뒤 청와대의 소위 '기춘대원군'은 제왕이 아니면서 제왕의 권력을 누렸다. 이제 그는 흥선대원군처럼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지만 그가 심어 놓았던 자들은 여전히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 경제 문화 각계에서 호가호위하고 있다.

특검이 이번 주에 김기춘을 소환한다고 한다. 청문회에서 일체의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김기춘에게 특검은 문화계에 대한 정부의 관제테러라고 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인지 및 가담여부를 물을 것이다. 김기춘은 당연히 그 사실을 부정할 것이다. 그러나 증거가 그 범증(犯證)을 말해준다.

김기춘은 구속되어야 한다. 검찰로서는 신망 받는 대 선배를 취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은 지엄해야 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나는 특검의 검사들을 믿고 싶다. 부디 나의 믿음이 맹신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타협은 없다. 회색지대는 없다. 강철같은 의지로 대통령 대한민국보위"

2014년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김기춘이 했던 말로 추정되는, 김영한 수석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말이다.

이 말을 김기춘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의 검사들에게 이렇게 들려주겠다.

"타협은 없다. 회색지대는 없다. 강철같은 의지로 법과 국민을 보위하라


태그:#김기춘, #공안조작, #세월호 참사, #국정농단, #박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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