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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 대부분 학원에 보내면 성적이 오를 것이다고 기대하지 않고 보낸다. 학원에 안 보내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보낸다고 응답했다.'

보름 전쯤(아마도) 이런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글을 쓰며 공교육의 부실로 인한 학부모들의 희생에 관한 그 기사가 불현듯 떠올라 훑어볼까? 검색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 그 관련 뉴스들이 너무 많아 찾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교육환경이나 정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만큼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염려하는 중요한 문제이니 관련 뉴스가 넘쳐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선거 때면 후보들마다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라 확신하는 공약들을 쏟아내고, 지난 수십 년 간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 나름의 정책들이 실행되곤 했는데도 우리 교육은 왜 여전히 제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부모들은 왜 지금과 같은 희생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걸까요?

"... 밤 11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붙잡아두면 대학 입시 성적은 나아질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두 다 대학을 갈 필요는 없잖아요. 답을 맞히는 교육은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입니다. 답은 인터넷에 거의 다 있어요. 이제는 스스로 생산하고 스스로 자기 길을 찾게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꿈이 사실은 엄마 아빠의 꿈인 경우가 많아요. 어느 대학에 가라, 어느 분야의 일을 해라. ...그런 방법은 아이들한테 죄짓는 거예요.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따로 있을 수도 있거든요." - 253쪽.

교육 정책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많겠지요. 그런데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그래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날아라 꿈의학교> 책표지.
 <날아라 꿈의학교> 책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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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라 이번 대선 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에 관심 둔 부모들이 많을 텐데요. 학부모들과 교육 관련 일을 하는 분들께,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은 물론 함께 나라를 이끌 분들께 <날아라 꿈의학교>(오마이북 펴냄)를 권합니다. 정책을 펼 때 가장 중요한 걸 알려주고 있거든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물론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학교나(국가)나 부모가 꼭 해줘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아마도 가장 잘 드러낸 책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요즘 청년들이 참 힘들어해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동안 어른들이 이렇게 말해왔잖아요. 너희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나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요. 그런데 나와 보니 직장도 없는 헬조선인 거예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에 도전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어른들 사이에서 일도 해보고 돈도 벌어봐야 하는데, 그렇게 해보지 못했으니 그럴 수밖에요." - 258쪽.

둘째도 이미 성인인데요. 아이들이 자랄 때 알고 지내던 엄마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고민은 "우리 애는 꿈이 없어서 걱정"이었습니다. 실은 제 고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우리나라 많은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의 현실이자 고민일 것 같네요.

게다가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20가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그래서 꿈이 없거나 있어도 현실이나 자신의 능력 등이 반영되지 않아 막연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학 입학만을 목표로 한 교육도 아이들이 꿈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어른들이 원하는 꿈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해요.

경기도교육청에서 이런 현실을 고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꿈의학교를 공모했다고 합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판단, 선택하게 하거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하자는, 즉 꿈을 갖고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꿈이란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고요.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생각이 확장됐어요." 
"꿈의 학교를 통해 제 꿈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전문적인 공부도 할 수 있었고, 대학에도 진학하게 됐어요. 꿈의학교를 몰랐다면 지루하고 평범하게 지냈을 것 같아요."
"여기선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 달라요. 학교나 학원은 실패하면 혼나잖아요. 콩나물 꿈의학교에서는 아예 실패의 경험을 맛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줘요. 한번 넘어져보라는 의미의 '꽈당 콘서트'가 열리거든요." - 262~269쪽.

꿈의학교는 이렇게 시작되었는데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학교는 모두 20곳. '사과나무숲 꿈의학교'를 시작으로 아름앙상블 꿈의학교,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청평호반 수상스포츠 꿈의학교, 공양미 삼백석 심봉사 꿈의 학교, 꿈★담 자연요리학교, 안성맞춤 공예 꿈의학교 등, 다양한 분야의 꿈의학교들을 취재, 인터뷰와 함께 들려줍니다.

취재와 인터뷰 형식인데다 취재기자인 저자가 아이들과 축구를 하는 등으로 참여했기 때문인지 읽는 중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아이들이 있는 풍경들이 떠오를 정도로 생동감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들 때엔 왜 없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요. 이런 학교에서 참여할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대학에 입학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휴학했다는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좀 더 일찍 꿈의학교 같은 학교들이 있었거나 그런 교육 환경이었다면, 책 속 아이들처럼 실패를 겪기도 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겠죠. 좌절하는 청춘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겠지요. 책을 낸 이민선 기자는 말합니다.

"책을 낸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지역으로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간절함 때문입니다. 제가 만난 꿈의학교들은 자유로웠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매우 적극적이었죠. 취재를 하면 할수록, 그리하여 아이들을 만날수록 공교육이 꿈의학교화되면 좋겠다, 바람직한 교육방법이다, 그간 실패를 되풀이한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이런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기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는데다가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학교가 많지 않아 아쉽네요. 꿈의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참 많아요. 취재하면서 수업할 장소 구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안타깝지요.

연극 연습을 하는 등 해야 하는데, 그 장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죠. 학교나 시청 등 관공서에서 협조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쉽지 않네요. 관공서에서 일하는 분들도 마을의 구성원이니 우리아이 함께 잘 키운다는 마음으로 적극 협조해주면 좋겠습니다."

3년 차에 접어든 꿈의학교는 첫해인 2015년 143개에서 2016년 463개로 늘 정도로, 그래서 꿈의대학까지 생길 정도로 참여와 성과가 눈에 띄게 좋다고 합니다. 게다가 경기도 전체 학교에 해당되는 방과 후 활동이고요.

그런데 아쉽게도 어떤 대선후보도 꿈의학교 용어 자체는 물론, 꿈의학교 정신이나 내용 비슷한 정책조차 이야기하지 않더군요. 아니, 제가 못 들은 건가요? 여하간, 공약 결정에 앞서 한번이라도 교육 현장으로 갔다면, 그리하여 학교나 학생, 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인데. 그래서 더욱 더 권하고 싶네요. 지나친 요구, 지나친 기대인가요?  

<날아라 꿈의학교>는 '행복한 사회, 행복한 삶'을 고민, 그 대안으로 펴낸 오마이북 행복사회 시리즈 네 번째 책입니다. 가장 이상적이며 바람직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이 책을 길잡이 삼아 행복한 교육, 행복한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날아라 꿈의학교>(이민선) | 오마이북 | 2017-04-20 ㅣ정가 14,000원.



날아라 꿈의학교 - 꿈을 만드는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 이야기

이민선 지음, 오마이북(2017)


태그:#꿈의학교, #행복사회시리즈(오마이북), #이민선(오마이뉴스), #교육정책,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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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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