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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나요?"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 3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TOS)>의 원화가 성아무개씨는 트위터 상으로 여성단체 계정을 팔로우하고, 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게임 유저들로부터 공격받았다. 이에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제작사인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는 성씨와 나눈 면담 내용을 직접 공지사항으로 올려 '메갈 논란'을 해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글을 통해 직원에게 위와 같은 추궁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상검증'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누리꾼들뿐만 아니라, 여성민우회와 민주노총 등에서도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증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들이 쏟아지며, 동시에 게임업계에 만연한 '페미니즘 마녀사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이 사건에 대해 노동청이 '재발 방지'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5월 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은 "재발 방지를 당부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IMC게임즈에 전했다.

이번 노동청의 권고는 온라인을 통해 사건을 지켜보던 제3자였던 김아무개(28, 남)씨의 진정에서 비롯됐다. 김씨가 직접 사건 개요를 정리해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진정 민원을 넣었고, 이후 IMC 게임즈의 소재지인 강남지청에서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어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비록 근로기준법상의 처벌 규정이 없어서 실질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못했으나, 게임업계의 반 페미니즘 분위기에 대한 정부 기관의 공식 메시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상당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서 진정인인 김씨에게 보낸 사건 처리 결과 통지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서 진정인인 김씨에게 보낸 사건 처리 결과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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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어느 시민단체에도 속해 있지 않은, 평범한 20대 남성이었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씨는 "또래 집단의 여성혐오 문화를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더 이상 이런 흐름을 막지 못할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는 내부에서 페미니즘을 악마화하고 있다"며 "게임업계 '메갈 색출'은 게임에서 사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앞으로도 페미니즘 탄압에 대해선 항의 전화·제보·SNS 공유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페미니즘 마녀사냥 흐름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

- 노동청에 진정 넣을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저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즐긴다. 속칭 '오타쿠 집단'에 속해있다. 그런데 이 집단이 지금 '메갈 사냥'을 주도하고 있다. 제 친구 중에도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 김자연 성우 비난할 때부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계속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다가는 이런 흐름을 막지 못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어서 국가인권위에 먼저 전화를 거니, 노동청 쪽에 이야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 사이트 민원마당에서 '기타 민원'으로 진정을 넣었는데, 다행히 강남지청 근로감독관님에게 배정되어 수사가 진행됐다. IMC게임즈의 대표나 임원들도 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 저도 5월에는 진정인 자격으로 출석해 근로감독관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 근로감독관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근로기준법이 50년 전에 만들어져서 사상의 자유가 침해당했을 때의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했다. '재발 방지 권고' 정도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근로감독관님은 본인이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노무사나 시민단체와 접촉하여 충분한 조언을 받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 권고로 끝난 것이 아쉽지는 않나?
"제가 듣기로는 지금껏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부당한 노동권 침해를 당한 것에 대한 법적 기록이 없다고 하더라. 일단 진정이 접수됐으니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했고, 권고조치만 내려진 것이지만 공적인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 앞으로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않나 싶다.

다만 '트리 오브 세이비어' 홈페이지에 아직도 사상검열한 대화 내용이 남아있다. 글을 내리라고 강제할 수단이 없지 않은가. 권고만으로는 회사가 반성하지 않는 것 같다."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로 변화... 남성 집단에 '일침' 가할 것"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 지난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부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21일 오후 강남역과 사건 현장을 오가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이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현장 부근에서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부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2016년 5월 21일 오후 강남역과 사건 현장을 오가는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행진'이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현장 부근에서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추모행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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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남성들과 다른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공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거쳤다. 남자가 많은 공대의 여성혐오적 풍토에 예전부터 반감이 있었다. 처음에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그게 왜 나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계의) 페미니즘 공격도 그냥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씨는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자신이 변화했다고 말한다. 당시 추모 집회에 참석한 김씨는 충격을 받았다. 남성들이 지나가며 "여자들이 이렇게 과격하게 모여서 시위를 안 하면 좋겠다", "여자들은 군대도 안 가면서"라는 말을 던지는가 하면, 마스크를 쓴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시비를 걸며 집회에 훼방을 놓았기 때문이다.

그때 인근에 살던 한 아주머니가 울면서 "살인사건 장소 주변을 수백 번도 지나다녔다. 나와 딸도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여성들이 불안해서 소리치는 게 그렇게 싫으냐"고 말한 게 김씨의 뇌리에 박혔다.

그 이후 김씨는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반 페미니즘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SNS상에서 여성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박하며 속칭 '키배'(온라인 상의 싸움)를 떴고, 여성차별을 가하는 회사에는 항의 전화를 넣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꼈고, 약간의 희망을 얻었다고 한다.

- 동성 또래 집단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은 없었나?
"페미니즘을 지지하면, '남자 메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끊기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저도 처음에 고민 많이 했다. 그런데 한두 번만 그렇게 강하게 의견을 드러내면, 다음부터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는 여성혐오 발언이 안 나올 거다. 그런 말을 할 경우 귀찮은 상황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혐오의 확대와 재생산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진정도 한 것이다."

- 게임·애니메이션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반 페미니즘 정서가 상당하다. 왜 그럴까?
"학교나 회사에서는 여자들을 직접 마주하니 이상한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할텐데, 트위터 같은 SNS는 다르지 않나. 특히 트위터는 더 익명에 기반하고, 더 관계가 가벼우므로 필터링을 안하고 혐오발언을 더 세게 한다. 그게 또 리트윗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악순환이 일어난다. 루리웹-나무위키-트위터를 거치며 자기들의 편협한 세계를 강화하는 것 같다.

내부에서 페미니즘을 악마화하고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이들에게 '페미니즘 마녀사냥'은 일종의 게임이다.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들을 '메갈'이라고 지목하며 사냥한다. 그리고 '게임회사의 응답'이라는 리워드(보상)를 받는 것이다."

- 앞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저는 남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남성 집단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불평등한 (발화)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성별에 따른 권력 차를 없애기 위해, 이 권력을 활용하고 싶다. 앞으로도 페미니즘을 탄압하는 곳에 지속적으로 항의전화할 것이다. 누구나 하루에 5분 정도는 전화할 수 있고, 그걸 100사람이 하면 한 회사의 업무를 마비시킬 수 있지 않나.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기자들에게 제보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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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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