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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웰다잉 강의시간에 사전연명치요의향서에 대한 설명 중 50대 남성의 질문이 들어왔다. 자신은 대가족 출신이라서 지방에서 노인들의 자연사를 많이 봐왔노라했다.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그런 삶을 살 때 2, 3일 앓다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장례 절차도 마을의 잔치처럼 치른다. 

많은 노인이 그렇게 말을 한다. 건강하게 살다가 저녁 잘 먹고 자는 듯이 죽고 싶다고. 그러나 현대에서의 자다가 죽는 경우를 자연사로 보지 않는다. 사고사일 경우를 고려해서 경찰서의 조사가 이루어진 후 사망진단을 내린다. 

그의 질문의 요지는 이랬다. 그런 분들을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모실 때 과잉진료로 강제급식 투여와 강제 호흡기를 부착해 1, 2년이고 살려둔다는 것으로 그것은 불필요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요지였다. 사전연명치요의향서를 작성할 경우 뇌사상태에 이르렀을 때의 과잉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는 80세 이상 산 분들에게 뇌사 상태가 아니어도 강제로 살려놓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3동뿐인 작은 단지인 우리 아파트의 경로당에 종일 누워서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이 떠올랐다. 강하게 부인하지 못한 채 "그것은 본인의 생각이고 당사자에게는 뇌사상태가 아닌 자신의 인지 상태가 온전할 경우 연명치료는 필요할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 그 이후 일주일 내내 나의 심기가 썩 편치는 않았다.
 
포크댄스팀 댄스체조팀
▲ 포크댄스팀 댄스체조팀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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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5일 오전 우연히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린 중구청장기 및 협회장배 체조대회를 가보게 되었다. 

평소에 우리 동네 작은 경로당에 누워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체조대회에 참가한 중구 관내의 경로당 분들을 보면서 덩달아 즐겁고 한편으로는 희망도 보게 되었다. 

참가팀은 분야별로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 노년부 등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년부의 참가가 제일 많았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준비해온 프로그램에 맞는 옷들을 단체로 맞춰 입고 한껏 들떠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은 정말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오전 11시,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국민 의례와 관계자들 소개가 있었다.
 
한량무 팀 한국무용 민속체조팀
▲ 한량무 팀 한국무용 민속체조팀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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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인보다, 대회 입상보다 대회 참가를 위해 1년 내내 모여 동작을 맞추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냈다는 사실이 내 눈에는 더 의미가 컸다. 

65세부터 96세까지의 노년부 참가자들 표정을 찍는 내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한편으로는 어쩌면 나의 미래를 미리 보는 것 같아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웰다잉 강의할 때 50~60대들에게는 쉽게 창업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으라 했다. 70~80대에게는 경로당에 가지 말고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아보라고 권하였었는데, 이제는 경로당에 다니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체험하라고 권해야 하겠다.
 
화관무 팀 소녀처럼 고운 화관무팀
▲ 화관무 팀 소녀처럼 고운 화관무팀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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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단장하고 공연복을 갖춰 입은 어린아이 같은 어르신들의 표정에서 '노년은 노년대로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가까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음 주 웰다잉 강의에서 체조대회 이야기를 할 것이다. "50대가 60대, 70대, 80대, 90대 그 이후의 삶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있는 것만도 축복"이라고.  
이주숙 강사 신바람체조강사
▲ 이주숙 강사 신바람체조강사
ⓒ 신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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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요청에 응해준 이주숙 강사의 라이프스토리는 시니어들의 제2의 인생 설계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7년 전 아픈 남편을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고 준비하는 중에 접하게 된 실버체조는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55년생인 그녀는 현재 실버체조강사로 3개의 노인복지관을 나가면서 시니어 모델, 노래 강사 등 자신이 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누구보다도 즐겁고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은 체조대회를 위하여 일 년 내내 노력했고 결과가 어떻든 그들의 노년은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하버드의대 연구소에서 젊은이의 시각에서 보면 노년의 삶이란 무기력하고 불행할 것 같은데 그들의 표정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서 노년의 삶도 과연 보람이 있을까 행복할까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해보니 노년은 인생의 황금기라고 결론 내렸다. 

연명치료 말고 과잉 진료 말고 자연사하라던 50대에게 해줄 이야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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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오페라앙상블 기획위원/ 조각보공예작가/ 웰다잉강사 웰리빙-행복만들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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