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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처럼 논란이 되는 이슈가 자주 바뀌고, 그에 따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도 드물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 필요한 기본적 권리를 토대로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는 의미이고, 제도와 법률 등 국가의 수단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사회 이슈 중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몇 가지가 있다. 무엇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집단이 왜 그런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거나 마땅한 이유와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자유한국당의 삭발 릴레이, 조국 장관을 둘러싼 언론의 태도,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가 그렇다. 이 세 가지는 지인들과 만나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대화 주제이면서 모두 속 시원하게 답을 못 찾는 이슈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의 삭발 릴레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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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비판하며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삭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황교안 대표가 삭발에 참여했다. 야당 대표가 단식한 사례는 있어도 삭발을 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렸고, 의원들의 삭발 릴레이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가 또 다른 관심 대상이다.

삭발은 단식과 함께 강력한 저항 의지의 표현이다. 권력에 저항하는 집단이 말로 하는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의 하나다. 신체의 일부이고, 삭발 후 변하는 외양 때문에 무게감을 주면서 사회적 주목도도 높다. 오랜 기간 시위를 진행하는 노동자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이 삭발하면서 결기를 표현하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한국당 의원들의 삭발이 이해 안 되는 것은 그들에게 삭발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한국당은 국회 의석 110석을 가진 제1야당이다. 엄청난 힘을 가진 정당이다. 우리 사회 권력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 110명이 모인 집단이 장관 임명을 비판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삭발이어야 하는가. 입법 활동, 예산 심의 이외에도 국정 조사, 탄핵 소추 등 정상적인 국회의 권한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여당과 협상하거나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연대해서 민심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그동안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에 저항하는 소중한 수단을 빼앗은 건 아닌지 씁쓸하다. 삭발로 보여줄 수 있는 저항의 진정성이 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당 의원들이 삭발을 멈추고 제1야당의 힘과 국회의원으로서 가진 법적 권한을 고려하는 게 낫지 않을까?

조국 장관을 둘러싼 언론의 태도

 
 ‘조국 5촌 조카’ 보도에 조국 장관 얼굴 내보낸 MBN(9/9~16)
 ‘조국 5촌 조카’ 보도에 조국 장관 얼굴 내보낸 MBN(9/9~16)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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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고 50여일간 쏟아진 언론 기사는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내보낸 언론들은 마치 약속한 듯 한 방향으로 쏠렸다. 명확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들에게 검증하는 노력은 소홀했다. 다루어야 할 사안에 대한 기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찾기 어려웠다. '조국 정국'에서 언론 개혁이 튀어나온 것이 이상할 게 없었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실 왜곡과 반성 없는 태도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다룬 수많은 언론 보도가 다음 날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가 많다. SNS를 통해 기사를 반박하고, 검증한 사례가 계속 등장했다. 너무 명백해서 기사를 액면 그대로 이해했던 사람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분명히 오류를 범한 언론의 정정 보도는 찾기 힘들고, 반성, 사과는 없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실명을 밝히지 않거나 '○○팀'으로 내세워 뒤에 숨기도 했다. 본인들도 민망했던 것인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떳떳하지 못한 언론의 태도에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언론이 왜 장관 임명에 이토록 과몰입해서 본질을 잃어버렸을까?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전국 58개 인권시민사회종교단체는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도로공사 점거농성 중인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 인권침해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전국 58개 인권시민사회종교단체는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도로공사 점거농성 중인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 인권침해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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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에게 기존의 일터가 아닌 버스정류장, 졸음쉼터 등에서 청소, 조경, 관리업무를 맡기겠다고 했다. 직접고용의 형식은 취했으나 업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장애가 있는 상당수 요금수납원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결정이다.

이들의 아픈 사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들은 정규직 신분으로 근무하다가 이명박 정권 때 모두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2013년 직접 고용을 요구하면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요금수납원들의 편이었으나 도로공사의 정책은 변화가 없었다.

지난 7월 직접 고용 대신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만든다. 자회사 근무를 거부한 요금수납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서울톨게이트 옥상 등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1500명 규모다. 이들은 대법원 판결에 환호했으나 도로공사의 기대와 다른 가혹한 결정에 도로공사 본사에서 다시 분노를 표출해야만 했다.

도로공사는 정부가 만든 공공기관이다. 더구나 지금 정부는 일자리정책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노동 존중을 강하게 내세우며 출범했다. 정부의 철학을 공유하며 함께 가야 할 공공기관이 이를 역행하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지금 도로공사는 노동 탄압으로 비난받기 쉬운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언론, 한국도로공사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공공성을 근간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사람들은 이들의 선택과 행동이 공익에 부합하길 기대한다. 정당 운영을 위해 보조금을 주는 이유, 언론을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부르는 이유, 도로 설치와 관리를 위해 공사(公社)를 설립한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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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