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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긴급 지원이 필요한 280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일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 지급한다. 현금 지원 대상자는 별도 신청이나 방문 없이 생계급여·기초연금·장애인연금 지급용 계좌에서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걸린 긴급재난지원금 안내 현수막.
 정부가 긴급 지원이 필요한 280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일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 지급한다. 현금 지원 대상자는 별도 신청이나 방문 없이 생계급여·기초연금·장애인연금 지급용 계좌에서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걸린 긴급재난지원금 안내 현수막.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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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지자체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재난지원금 형식의 경기부양에 나섰다. 경기도는 4월부터 광역단체 최초로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 역시 애초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려던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해 지난 4일부터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지급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재난지원금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나는 장사를 하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몇 년 전까지, 20여 년간 가게를 했다. 2000년 9.11 테러가 있던 날, 자동차용품점인 우리 가게 매출은 4천 원. 달랑 물건 하나 팔았다. 원가를 빼면 부부가 종일 매달려 번 돈이 고작 1천 원 남짓인 것이다.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형편없는 매출이 계속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600만 원을 빚내야만 했다. 영세사업자에게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돈이었다.

장사를 하며 선거나 입학, 명절 등 크고 작은 일들의 영향을 어김없이 받곤 했다. 심지어 인근에 큰 음식점이나 할인마트가 생겨도 매출이 출렁였다. 전혀 상관없는 업종인데도 그랬다. 그런 마당에 세계적 경제대국인 미국에서 큰 사건이 터졌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마음으로까진 이해하지 못했다. 영세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누군가 우리의 사정을 딱히 여기며 "장사 안 될 때 호기 있게 며칠 문 닫고 실컷 쉬는 것이 좋다"고 권하기도 했지만 문을 닫진 못했다. 장사를 쉬어도 어김없이 내야만 하는 공과금과 임대료, 가게를 확장하며 대출받은 빚이나 신용카드 대금처럼 특정 날짜에 반드시 메꿔야만 하는 돈이 있어서였다. 당장 한 푼이 아쉬워서였다.

장사가 안 될 때 가장 두려웠던 건 수입이 없는데 매달 공과금 내는 날이 돌아온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순간에 누가 급한 불을 끄라며 돈을 잠시 융통해주면 숨통이 텄다. 얼마나 눈물겹도록 반가웠는지 모른다.

최근 코로나19로 발길이 끊긴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모습을 TV로 볼 때마다 그때가 떠오른다. 재난지원금 역시 살길이 막막해진 상인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돈과 같을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많이 쓰기
         
4인가구인 우리 가족은 경기 고양시에 산다. 경기도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10만 원과 고양시에서 추가로 지원하는 위기극복지원금 5만 원을 합쳐 1인당 15만 원, 총 60만 원을 받았다. 고양시에서는 지난 4월 18일 10만 원짜리 선불카드 2장으로 수령했고, 경기도에서는 4월 25일 30만 원이 충전 선불카드 한 장으로 지급했다(딸은 자기 몫을 온라인 신청해서 받았다).

선불카드는 별도로 카드 등록을 할 수 없어 분실 시를 대비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하루라도 빨리 쓰는 것이 제대로, 그리고 의미 있게 쓰는 것이란 생각에 재난기본소득을 열심히 쓰고 있다. 5월 1일 현재 우리 가족은 수령한 지원금의 절반가량을 썼다.

지자체에서 받은 돈으로 그동안 장 본 것들은 채소나 생선 같은 식재료다. 전복처럼 평소 쉽게 사 먹지 못하던 것도 구입했다. 아직은 좀 비싼 참외도 두 번이나 사 먹었다. 이런 것들은 주로 인근의 재래시장인 원당시장에서 구입했다. 아이들과 치킨파티도 했고 곱창볶음도 포장해 와 먹었다. 그리고 남편과 의미 있게 쓸 곳을 찾아 지역 탐방을 하는 중에 괜찮아 보이는 국숫집이 보여 한 그릇씩 사 먹기도 했다.

30롤짜리 화장지도 한 팩 샀다. 한 달 후에 사도 될 화장지를 미리 산 것은 가급적 서둘러 써주는 만큼 상인들에게도 돈이 빨리 돌아갈 것이라 생각해서다. 이제까지 지원금의 대부분을 먹는 것에 썼는데, 앞으로는 그동안 주로 온라인으로 쇼핑했던 세탁 세제 같은 생필품들을 구입하는 데도 사용할 생각이다.
  
원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원당시장을 자주 이용하곤 했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오픈 마켓을 비롯한 인터넷 쇼핑몰, 인근에 들어선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면서 거의 찾지 않게 됐지만 말이다.
 
 고양시위기극복지원금을 받은 직후 찾은 원당시장. 18일 오전 11시 무렵이다.
 고양시위기극복지원금을 받은 직후 찾은 원당시장. 18일 오전 11시 무렵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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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고양시 위기극복지원금이 든 선불카드들을 들고 원당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 4월 18일과 25일. 식재료들을 구입하며 몇몇 상인들과 이야길 나눴는데, 다행히 원당시장은 코로나19 발병이 한창일 때도 지역에 있는 능곡시장이나 일산시장 등 몇몇 재래시장들보다 사람들이 많았단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형편없는 매출이지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상인들은 재난기본소득 도입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어 좋다고 했다. 처음 간 날인 18일, 한눈에 봐도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골목이 붐볐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은 25일에는 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더 많아 정책의 본래 취지가 피부에 확확 느껴졌다. 어떤 상인은 "명절 분위기까지 난다"고 할 정도였다. 시장 한 족발집 주인은 "주말인 오늘 손님의 95%는 재난기본소득(선불카드)으로 산다"고 전했다.

"국민들은 지금 하루, 한 시간이 급한데..."

오랜만에 경기 부천시에 사는 친언니와도 연락했는데, 언니 역시 재래시장에 갔다가 비슷한 광경을 봤다고 했다.

"우리 동네에 큰 시장이 있거든.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은 곳인데 코로나19 한창일 땐 정말 사람 없더라. 문 닫은 곳들도 많았거든. 그런데 웬일이라니. 요즘엔 평일에 가도 옛날처럼 사람이 많아 좋더라. 급식 중단으로 공급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팔기도 하던데 한눈에 봐도 정말 싸다 싶은 것들도 있고.

여튼 재난기본소득 덕분에 엄마 좋아하는 참외도 듬뿍 사서 보내드리고, 당신 좋아하시는 열무김치도 담가 보내드리니 정말 좋네.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은 재래시장이 물건도 좋고 싸잖아. 이번을 계기로 그동안 재래시장 잘 찾지 않던 사람들이 재래시장만의 장점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계속 이용하게 되면 좋겠다."
     
 
 4울 25일, 고양시 재래시장 중 한곳인 원당시장 일부 모습이다. 일주일 전인 18일에는 채소나 생선, 고기 등처럼 끼니와 직접 관련된 가게에 주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일주일 후인 25일에는 떡볶기나 순대처럼 군입거리로도 먹을 수 있는 가게에까지 사람들이 비교적 많았다.
 4울 25일, 고양시 재래시장 중 한곳인 원당시장 일부 모습이다. 일주일 전인 18일에는 채소나 생선, 고기 등처럼 끼니와 직접 관련된 가게에 주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일주일 후인 25일에는 떡볶기나 순대처럼 군입거리로도 먹을 수 있는 가게에까지 사람들이 비교적 많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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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당시장은 20대 중반을 넘긴 우리 아이들이 젖먹이일 때부터 이용했다. 첫애를 업고 다니던 곳이었고, 둘째를 업고 첫째 손을 잡고 다니던 곳이었다. 아이들의 옷과 신발, 장난감을 사주던 곳이었고, 남편과 맛있는 것을 찾아 기웃거리며 다니곤 하던 곳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장날이면 사주시곤 하던 팥죽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찾아가는 시장이기도 했다.

그런 추억의 장소를 편리함을 이유로 찾지 않으면서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랜만에 다시 들러 활기 넘치는 시장을 보게 돼 내 기분 또한 좋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또한 전국 방방곡곡 재래시장의 호황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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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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