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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실업급여 신청, 취업지원 등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5월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실업급여 신청, 취업지원 등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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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갖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 다시 말해 노동자는 시민권이자 기본권인 노동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써 줘야 노동자로 인정이 되고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써주지 않으면 노동자가 아닙니다.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데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그냥 일하는 사람'입니다. 고용­-피고용 관계에 있는 노동자도 기업규모 간 격차나 고용 형태로 인한 격차가 너무 커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노동기본권은 공허합니다.

근로소득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 바로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노동기본권은 ▲ 노동3권을 보장받을 권리(노동자 결사의 자유를 사회적으로 지원, 고용상 지위 조작을 근절하고 사용자 책임 강화) ▲ 차별받지 않을 권리(고용관계 여부‧고용상 지위‧성별‧나이‧사업체 규모로 인한 근로조건의 격차 해소) ▲ 좋은 일자리를 가질 권리(산업정책과 노동복지정책의 융합, 비정규직 남용 제한, 교육‧훈련‧알선의 공적 책임) ▲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위험과 질병‧인격권침해로부터 보호와 쉴 권리, 사회안전망 적용 확대) ▲ 정책 결정에 참여할 권리(정부 정책 결정에 참여할 권리 제도화, 민주적 노사관계 지원)로 구분하여 과제와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이로써 일하는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현대국가의 책무입니다. 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심각한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었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러한 불평등 구조를 깨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과 번영은 유지되지 못할 겁니다. 정부는 일자리‧노동정책과 사회제도개혁을 통해 국민 누구나 노동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일부 의무를 부과하고 정부는 나 몰라라 쏙 빠져나간다면 '갈등 유발자'이지 정부라 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정부라면

사용자가 없어져서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감이 없어지면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이런 개념이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의 핵심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빨리 현행 고용보험제도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현행 고용보험제도에서 의무가입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 밖에 있는 노동자가 정부 통계로 378만 명입니다. 정부는 고용보험 미가입신고센터를 운영하기도 하고, 신고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30인 미만 사업장 특별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2018년 이후 자진신고 기간의 실적을 보면 '취득 신고'가 8만3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상실 신고'는 12만 2천여 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행 '법의 한계'라기보다는 '행정의 방치'입니다. 이 대목에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그래서 우리 스스로 해볼까 합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고용보험미가입신고센터와 3.3%사업소득세를 떼면서 고용관계를 조작하는 사례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해서 '행정의 방치'를 확인하고 정책과 제도의 개혁을 희망하는 노동자 연대를 조직할 것입니다.

심각한 격차 완화를 위해서 영세사업장 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혁신적인 노동복지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대기업에나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처럼 17개 광역지자체에 공동노동복지기금을 만들어서 영세사업장 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복지 격차 완화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정부가 과감하게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노동자가 생활상에 위험을 당했을 때, 영세사업주에게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늘린다고 자연스레 소상공인 종사자의 노동복지가 나아지지 않습니다. 플랫폼 산업을 활성화한다고 자연스레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복지가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험이 더 많았습니다. 격차 완화를 위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정치와 정부의 몫입니다. 비루하게 시장 탓을 하려면 구태여 국가 운영을 하겠다고 덤비질 말아야겠죠.

이런 이야기들을 '2021년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에서 노동자‧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5월 25일 대행진을 선포했고, 6월 5일까지 주거권과 기후위기, 민중연대‧투쟁연대, 노동과 지역의 교류와 연대, 공공의료와 필수노동자, '을'들의 STOP­DOWN­UP 연대와 같은 주제를 갖고 차별과 불평등의 현장에서 서울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그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회복'이 아닙니다.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여기에 공감하는 노동자‧시민과 연대하는 행동이 바로 '2021년 차별 없는 서울 대행진'입니다.

'을(乙), 불평등 서울을 바꾸자' 릴레이 기고 전체 보기 http://omn.kr/1tjvl

태그:#차별없는 서울대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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