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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갯벌의 생명들을 지켜내기 위한 새만금신공항  건설 반대 1인 시위중인 새만금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
 수라갯벌의 생명들을 지켜내기 위한 새만금신공항 건설 반대 1인 시위중인 새만금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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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방조제가 건설됐다.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러나 기네스북에 오른 것은 방조제의 길이뿐 아니라 수라갯벌의 무수한 생명체들을 죽이는 생태 파괴 기록도 포함될 듯하다.

새만금방조제는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이어준다. 총 33.9km로 네덜란드 자위더르 방조제의 32.5km보다 1.4km 더 길다. 군산시 비응항, 야미도, 신시도, 가력도 등 바다 위에 떠 있던 3개의 섬을 연결, 여의도 면적의 140배인 409㎢의 바다를 육지로 만든 현장이기도 하다. 

문제는 방조제로 인해 사라지는 갯벌이다. 현 군산공항 활주로에서 1.35km가량 떨어진 수라갯벌은 아직도 조석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때문에 조수 간만의 차가 없어 갯벌의 기능을 잃었다고 말하는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방조제로 막힌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수라갯벌은 염생식물과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터전 역할을 하고 있다. 
 
수라갯벌에서 발견된 흰발농게의 갯구멍. 멸종 위기 2급인 흰발농게는 11~3월까지 약 30cm의 굴 안에 머무른다. 수컷은 번식철이 되면 자기 굴 입구에 반돔(semidome)을 건설하는 습성이 있는데, 구애용은 아니고 길 찾기용이다.
 수라갯벌에서 발견된 흰발농게의 갯구멍. 멸종 위기 2급인 흰발농게는 11~3월까지 약 30cm의 굴 안에 머무른다. 수컷은 번식철이 되면 자기 굴 입구에 반돔(semidome)을 건설하는 습성이 있는데, 구애용은 아니고 길 찾기용이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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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비행장 앞에 위치한 수라갯벌은 멸종 위기 1급인 저어새와 수달, 붉은어깨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42종 이상의 멸종 위기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생명을 품은 태초의 갯벌이다.

아름다운 염생식물 군락지와 갯벌이 다채로운 빛깔로 어우러져 있는 넓은 연안습지이다. 새만금 만경 수역에 남은 마지막 원형 갯벌이기도 하다. 봄이면 수많은 도요새 아래 너른 초원과 갯벌이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저어새를 비롯한 40여 종의 법보호종 새와 수달, 삵, 너구리, 그리고 수많은 고라니들이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는 곳이다.

갯벌은 블루카본을 저장하는 탄소 흡수원이다. 1997년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에는 갯벌의 편익은 간척 농지의 10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된 바 있다. 서울대 김종성 교수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갯벌은 약 1300만 톤 규모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고,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사라질 위기에 놓인 수라갯벌을 지켜 내기 위해 세종시 국토교통건설부 앞 천막농성장에서 387일째 새만금신공항 건설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새만금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을 만나 새만금신공항 건설의 부당성과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라갯벌의 도요새들. 해마다 약 1만여 마리의 도요새들이 수라갯벌에서 겨울을 난다.
 수라갯벌의 도요새들. 해마다 약 1만여 마리의 도요새들이 수라갯벌에서 겨울을 난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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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국제 사회에서도 연안 습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표방하며 갯벌, 염습지 등의 복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새만금 마지막 갯벌과 대규모 염습지를 파괴하는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새만금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에 따르면 새로 건설될 활주로의 길이는 기존 활주로보다 더 짧은 2.5Km이다. 대형항공기의 이착륙에는 최소 3.0Km의 활주로가 필요하다. 이는 국제공항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미군기지에 활주로 하나를 더 만들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소중한 지구의 자산인 갯벌을 매립하고 멸종 위기 생명들을 없앤다는 것은 생태 파괴행위이자 인간의 오만일 수밖에 없다" 

- 새만금신공항 건설과 수라갯벌의 생태환경과의 연관성은? 

"수라갯벌에서 1.3km 떨어진 지척에 이미 군산공항이 있는데도, 정부는 수라갯벌을 없애고 그 위에 340만3054㎡의 새만금신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지역마다 적자공항이 10개나 운영되고 있고, 군산공항도 수요가 없어 매년 30억 원가량이 적자다. 이미 기존 공항으로도 충분한데, 왜 새만금신공항이 필요한가? 수라갯벌이 매립되면 멸종위기종 생물들은 갈 곳이 없다. 해마다 찾는 철새들도 줄어들고 먹이사슬에도 많은 변화가 와 기후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새만금신공항 후보지와 저어새 서식지.
 새만금신공항 후보지와 저어새 서식지.
ⓒ 새만금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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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새만금신공항이 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새만금신공항은 표면적으로는 전북 경제를 발전시킬 독립된 민간 국제공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한 미군의 대중국 견제 기지화를 위한 예비 활주로나 다름없다. 그 이유로 활주로는 군산공항 활주로 2.7km보다 더 짧은 2.5km로 C급 항공기만 취항할 수 있고, 비행기를 댈 수 있는 주기장의 수는 5개뿐이다. 전남의 무안국제공항의 주기장 수가 50개인 것과 비교하면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규모이다."

- 수라갯벌을 지켜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나?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탄소를 흡수하고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인 연안습지를 파괴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긴장 상태로 만들어 한반도를 전쟁 위협에 노출하는 이름만 민간공항인 미군의 예비군사시설 확장 사업으로 봐야 한다. 우리에겐 평화를 유지하고, 후세대들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소중한 갯벌 등 습지를 보존할 권리가 있다. 기존 군산공항을 사용하면 미군에게 땅을 주지 않아도 되며, 수라갯벌도 지킬 수가 있다."

- 우리나라에서 기존 방조제의 부영양화를 많이 봐왔다. 이에 대한 대책은? 

"수문을 관리하는 농어촌진흥공사가 2020년 12월부터 수문 야간 개방을 통해서 하루 2번 해수를 왕래시키고 있다. 유입되는 해수의 양에 따라 갯벌 내의 용존 산소량이 풍부해지는데 수심이 깊은 저층부는 아직도 산소가 부족해 갯벌 생물들이 살아남기 힘들다. 수문 개방일수를 늘려야 한다. 방조제 내부의 수면 관리 수위를 현재의 -1.5m(바다 수위와의 차이)에서 더 좁혀 해수면 수위에 가깝게 조정해야 된다." 

- 수라갯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수라갯벌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담은 영화 <수라>가 상영된 적이 있다. 전국적인 시사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갯벌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현재 팀 단위로 수라갯벌을 찾는 이들을 대상으로 새만금방조제로 인한 갯벌 생태계의 파괴 현황을 알리겠다.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면 인간의 삶도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태그:#새만금신공항 반대운동, #수라갯벌 지킴이, #새만금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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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기록하고 찰나를 찍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지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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