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수활동비 자료 제출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1.4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025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후에 검찰과 법무부의 반발이 거세다.
법무부 장관 등이 수사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있고, 일부 언론은 그런 발언을 검증 없이 보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기능 마비'같은 표현까지 써가면서 검찰 특활비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세금도둑질', 당연히 삭감대상
'특정범죄 가중 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국고손실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횡령이나 배임죄를 저지른 경우가 국고손실죄에 해당한다.
이런 국고손실죄는 쉽게 말해서 세금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액수가 1억 원~ 5억 원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5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는 중범죄다.
이런 세금도둑질에는 단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횡령이나 배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세금을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고 맘대로 '쌈짓돈'처럼 쓰는 것도 세금도둑질이다. 그리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해서 처벌받은 것이 아니다. 청와대에 '국정운영을 위해 쓰라'고 줬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국고손실죄를 인정했다. 특수활동비라고 하는, 엄격하게 용도가 제한된 예산을 용도 외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설사 청와대가 상납받은 돈을 국가운영을 위해 썼다고 해도 국고손실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을 이런 논리로 기소한 사람이 바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똑같은 잣대를 검찰 특수활동비에 들이대면 된다.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세금도둑질을 했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작년 6월 이후에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서 검찰이 한 세금도둑질이 '빙산의 일각' 정도는 드러났다. 아마 국회가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응해서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도입했다면, 빙산 전체의 실체가 드러났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비록 늦었지만 야당들이 이번에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삭감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세금도둑질이 드러났는데, 그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구분해야
이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 특수활동비와 함께 검찰 특정업무경비 예산도 삭감했다. 그러나 헷갈리면 안 된다.
특정업무경비는 일반수사에도 쓸 수 있는 돈이다. 특정업무경비가 삭감된 이유는 검찰이 제 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수활동비는 삭감 이유가 다른 것이다. 특수활동비의 삭감 이유는 '세금도둑질'로 봐야 한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도둑질을 했느냐 아니냐가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쓰는 '세금도둑질'을 해 왔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가 작년 6월 이후에 숱하게 해 온 기자회견과 <뉴스타파> 보도만 보더라도,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특수활동비 오·남용 사례를 들이대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추궁할 때이다. 그리고 이들이 계속 '버티기'로 나온다면, '검찰 특수활동비 불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안과 특별검사안을 야당 차원에서 발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의힘 의원들도 할 말이 없어진다. 세금도둑질을 옹호하는 것은 아무리 여당 의원이라고 해도 하기 힘든 일이다. 세금도둑질은 정파적 논쟁의 대상도 아니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프레임을 '자료미제출'이 아니라 '세금도둑질'로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그리고 공기청정기 렌탈비 같은 소액의 세금도둑질 외에 거액의 세금도둑질도 제대로 추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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