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지금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된 한동훈 전 검사는 젊은 시절 법무부와 검찰의 요직을 거쳤다. 그 중 한 자리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다. 한동훈 대표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맡았었다.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필자가 추적해 온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알려지지 않은 핵심 보직이다. 그러나 정책기획과장이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까지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조각조각의 정황들이다.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의 역할
필자가 원고가 되어 대검찰청을 상대로 한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 1심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대검찰청은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가 한 장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송은 매우 긴장되고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변론기일이 열리는 날 법정에서 치열하게 변론을 끝내고 나오는데, 대검 공판송무2과장인 부장검사가 갑자기 '변호사님, OOO 검사가 이거 담당인데요. 변호사님하고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라고 말을 걸었다.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소송에는 보통 여러 명의 검사들이 소송수행자로 법정에 출석하는데, 당시엔 대검찰청 공판송무2과장이 직접 법정에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날 공판송무2과장이 말한 검사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이었다. 당시엔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고 얘기하고 헤어졌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그 검사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라는 자리가 검찰 특활비와 관련된 핵심 보직이라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알아볼 방법은 없었다.
다만 정책기획과장이 대검찰청 내부에서도 핵심보직이라는 언론보도는 숱하게 찾을 수 있었다.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상으로도 기획조정부에 속해 있는 정책기획과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했다. ▲주요업무 기획에 관한 사항 ▲국정감사 및 국회 관련 업무 ▲검사장회의 관련 업무 ▲대통령,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지시사항 관리 및 전달 ▲대검찰청 각 부서 간의 분장 사무 및 현안 업무 조정 등 검찰총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할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자리다보니, 특수활동비 지출에도 관여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재차 들었지만, 명확하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검찰 특활비 제도 개선 TF'에 포함된 정책기획과장
2023년 4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면서 검찰로부터 특수활동비 자료 6805쪽을 수령하게 됐다. '한 장도 없다'던 자료가 수천 쪽이나 존재했다는 것을 이 때 확인하게 되었다.
그 뒤 자료 분석을 위해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그동안의 자료들을 샅샅이 찾게 되었는데, 2017년 6월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이 드러난 직후에 법무부·검찰이 구성한 '특수활동비 제도개선 TF'에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들어간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법무부와 검찰은 일종의 '무마용'으로 제도 개선 TF를 구성했다. TF 팀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었고 팀원은 법무부 기획재정담당관,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