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밀어붙이기 개발, 시민단체 '화났다'

시민단체와 프로야구선수협, 서울시민 무시하는 정책에 강도 높은 비난

등록 2007.09.04 15:34수정 2007.09.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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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누구를 위한 재개발정책인가. 서울시의 정책에 시민단체는 강경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정책인가. 서울시의 정책에 시민단체는 강경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 이호영

▲ 누구를 위한 재개발정책인가. 서울시의 정책에 시민단체는 강경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 이호영

시민단체들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4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과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서울시의 밀어붙이기식 신개발주의를 놓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지난달 20일 열렸던 동대문운동장 철거반대와 보존을 위한 각계각층 100인 선언 및 기자회견과 비교해 볼 때 한층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는 면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서울시청·동대문운동장·정수장 모두 보존해야

사회자인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의 참석자 소개로 막을 연 이번 기자회견은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사무총장의 배경 설명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기자회견을 하는 배경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서울시청 본관 철거에 대한 문제다. 서울시청 신청사는 도시 역사경관에 의해 문화재위원회로 세 차례나 신축허가가 불허되었으나 조건부 신축 통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발굴조사 없이 터파기 공사 및 신축 강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는 서울시청을 전면 철거 후 전면과 중앙 돔을 남겨두겠다고 하고 있다. 예전부터 서울시가 등록문화재인 서울시청을 철거할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어 허 총장은 동대문운동장 철거 강행과 구의·신월 정수장의 야구장 신축 문제도 언급했다.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 100인 선언 이후 서울시의 100인 서명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음이 체육시민연대에 의해 드러났다. 이는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해야 될 행동인지 의심스럽다.

또한 서울시는 여전히 동대문운동장의 개조를 통한 소통형 공원화의 제안에 대해 아무런 대답이 없으며 이에 대한 서울시민의 여론 수렴과정이 전무하다. 당선 공모작도 건축가가 아닌 건축 이론가의 작품을 당선시켜 시각적 이미지만을 부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풍물시장도 신설동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도서관 등의 교육 시설과 주변 주거 지역과의 조화가 어려워 현실적으로 힘들다.


동대문운동장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구의·신월 정수장은 아예 야구장을 짓기에 부적합하다. 구의 정수장은 등록문화재로 가치가 인정되자 일부 시설만을 남겨서 보존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구의 정수장의 문화재적 가치와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신월 정수장의 경우 상태환경서식지로 판명되었는데 그곳에 서식하는 천연 기념물은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


이와 같이 회견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서울시청 본관의 철거와 동대문운동장 철거, 구의·신월 정수장의 야구장 신축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a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 이날 기자회견은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를 펼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 이날 기자회견은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를 펼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 이호영

▲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 이날 기자회견은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를 펼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 ⓒ 이호영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기자회견 배경 설명을 마치고 분야별 발언에서는 강찬석 문화유산연대 대표와 홍성태 상지대 교수(참여연대)가 서울시청사의 파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는 "시청철거는 반문화 반친화적인 정책이다"고 말했으며, 홍 교수는 "외국인들이 서울 600년 역사를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500년 역사를 보존 하는척 실제로는 파괴를 일삼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연을 파괴한 복원을 빙자한 개발이었다. 청계천이 아니라 명박천이었다"며 서울시의 개발정책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동대문운동장 파괴에 대해서는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사무총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나 총장은 "선수협은 동대문운동장을 방문해 시민여론을 수렴하고 그들의 추억에 대해 경청한 적이 있다"고 운을 띄운 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병현(플로리다 말린스)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김병현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구장인 펜웨이 파크(Fenway Park)를 지켜내기 위해서 미국인들의 엄청난 애착과 노력이 필요했는데 하물며 동대문운동장과 같이 엄청나게 많은 체육인들이 거쳐 간 체육 시설을 없애면 되느냐고 말했다. 우리들이 보존해야 되는 가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의장은 풍물시장 이전에 대해 "서울시가 풍물시장의 이전이 전부 합의된 것처럼 얘기했지만 극히 일부가 합의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이전 계획 장소인 신설동 부근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구축된 곳이고 인근에 도서관이 있다. 더구나 주거지로 포위되어 풍물시장이 형성되고 활성화되기 어렵다. 이렇게 서울시의 일방적인 풍물시장 이전에 전국빈민연합은 강력한 연대로 저항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순철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구의·신월 정수장 파괴 문제를 들고 분야별 발언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 위원장은 "구의 정수장은 그 자체로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신월 정수장은 산과 늪지로 되어 있어 맹꽁이와 같은 멸종위기인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런 곳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것은 문화와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이런 정책의 경우 궁극적으로는 서울시가 추구하는 녹지대와 생태공원의 확장이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난개발로 서울시민을 속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청 주변에는 각 지역의 홍보가 잦다. 오늘도 전라북도에서 자연환경과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등 홍보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는 자연과 문화, 환경에 대해 무분별한 재개발정책으로 일관하며 파괴를 하고 있다.

 

더구나 시민들의 합의가 되지 않았고 일부 시민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서울시청 본관 철거 문제와 신축 문제도 시민들에게 전혀 경과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제2의 시립미술관과 같은 사례가 될까 심히 우려된다."

다음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진행한 기자와 주요 인사의 일문일답.


- 앞으로 관련 시민단체가 서울시의 일방적인 개발정책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철거 가능성이 높은 서울시청과 동대문운동장, 구의 정수장은 근대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 일방적인 철거가 되지 않도록 막을 예정이다. 이에 관한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농성을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1인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 고척동 하프돔 구장 건설 계획이 나왔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우리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대문운동장 철거 반대를 외친 적이 있다. 서울시는 이때 우리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했다. 공교롭게도 풍물시장 이전 계획과 고척동 하프돔 구장 건설은 다음날인 21일에 발표됐다.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행동이다. 고척동 하프돔 구장의 추진은 그 사실만 발표되었을 뿐 구체적인 진척사항은 없는 상태다."(허정훈 체육시민연대 사무총장)

- 풍물시장이 완전 합의되었다는 보도가 난 걸로 아는데.
"풍물시장 이전은 서울시가 합의를 거쳐 마치 당장이라도 이전될 것 같이 보도됐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극히 일부의 상인들이 합의를 했고 아직 많은 상인들은 서울시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나도 최초의 언론보도를 접했을 때 완전 합의가 이루어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사무총장)

- 동대문운동장 수호를 위해 추진 중인 일은 없나.
"선수들과 상의해 동대문운동장 개조를 위한 모금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의 다각적인 협력도 계속할 계획이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


 

a 철저하게 무시된 시민단체의 목소리. 기자회견을 마치기 전 서울시의 교묘한 방해가 이루어져 시민단체와 취재진 등 관계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철저하게 무시된 시민단체의 목소리. 기자회견을 마치기 전 서울시의 교묘한 방해가 이루어져 시민단체와 취재진 등 관계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이호영

▲ 철저하게 무시된 시민단체의 목소리. 기자회견을 마치기 전 서울시의 교묘한 방해가 이루어져 시민단체와 취재진 등 관계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이호영

 

- 기자회견 마지막에 서울시가 방해를 했는데.
"오늘 전라북도 홍보 행사가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우리들은 가급적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행사를 빙자해 교묘하게 방해를 했다. 정중히 권유하는 방법도 있는데 굳이 이런 유치한 수단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더구나 기자회견은 마무리를 1분도 앞두고 있지 않았다." (나진균 선수협 사무총장)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2007.09.04 15:34ⓒ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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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동대문운동장 #구의정수장 #신월정수장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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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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