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대선구도, 5년 전과 비교해보니

[D-100일 관전 포인트] 11월 초중순 돼야 선거구도 압축될 듯

등록 2007.09.10 09:03수정 2007.09.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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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2년 11월 16일 당시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TV토론과 국민 여론조사를 뼈대로 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놓고 극적 대타협을 이뤄낸 뒤, 포옹하고 있다

2002년 11월 16일 당시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TV토론과 국민 여론조사를 뼈대로 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놓고 극적 대타협을 이뤄낸 뒤, 포옹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002년 11월 16일 당시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TV토론과 국민 여론조사를 뼈대로 한 후보단일화 방안을 놓고 극적 대타협을 이뤄낸 뒤, 포옹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공교롭게도 5년 전이나 지금이나 10일이 대통령선거 D-100일째로 날짜가 같다.

 

같은 점은 또 있다. 야당은 일찌감치 대통령후보를 선출해 놓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데 정작 여당은 대선후보 구도가 ‘오리무중’인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5년 전 당시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은 D-100일을 앞두고 이런 논평을 냈다.

 

“대선이 10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당은 후보 교체 여부를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고, 어느 무소속 후보는 대선 출마를 차일피일 미루며 검증도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

 

당시 노무현 후보를 선출해 놓고 흔들기가 지속된 민주당과 제3후보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으로서는 상대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회창 후보만 일방적으로 공격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은 9월 정기국회를 맞이해 17대 마지막 국감을 ‘이명박 검증 국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신당이 자당의 대선후보는 선출하지 않은 채 국가기관이 아닌 ‘후보 개인’에 대한 국감은 가당치도 않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에 맞서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리 개입 의혹 등 ‘권력비리 검증 국감’으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른바 신북풍(新北風)에 대한 우려도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월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남북한 두 정상이 개성공단 방문 같은 ‘깜짝 평화 이벤트’를 연출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절대 조급증을 내서는 안된다”며 “대선을 의식해 생뚱맞은 일이나 하려 한다면 꿩도 매도 다 놓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5년 전에도 ‘대선 전 김정일 답방 반대’를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당시 경의선 및 동해선 착공식과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등 연이은 남북관계의 ‘평화 이벤트’가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신북풍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선이 D-100일을 맞이했지만 후보 대결구도가 아직 유동적이어서 대선 정국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혼미한 상황이다. 특히 한나라당도 8월 20일에야 후보가 확정되었고, 이른바 범여권 진영은 아직도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데서 보듯, 이번 대선만큼 불확실성이 큰 대선은 없었다.

 

우선 범여권은 신당과 민주당으로 나뉘어 이제 막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착수한 상태다. 신당은 9일부터 시작된 순회경선을 통해 내달 15일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 가운데 한 명을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 현재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의 2강 체제이지만 ‘친노 후보’ 3인의 단일화가 성사되면 3강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신당 경선이 ‘1부 리그’라면 조순형 이인제 김민석 신국환 장상 후보의 5파전으로 경선을 시작한 민주당도 비슷한 시기인 다음달 16일 ‘2부 리그’를 매듭짓는 후보 선출대회를 갖는다.

 

개성이 강한 조순형 후보가 선출될 경우 신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성사될지도 관심사이다. 조 후보 지지도는 2002년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처럼 자력으로 당선은 못해도 남을 떨어뜨릴 수 있는 파괴력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당이 10월 중순 이후 각각 후보를 선출한 뒤에도 범여권 진영에는 후보 단일화라는 막판 변수가 남아 있다. 게다가 구심력을 상실한 범여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독자 창당을 선언한 문국현 예비후보라는 ‘장외 리그’ 주자와의 단일화 변수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10월 중순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후보, 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장외 후보의 5자 혹은 4자 구도로 가닥이 잡힌 뒤에 후보 등록이 임박한 11월 초중순께가 되어서야 3자 혹은 양강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97년 대선 때는 D-100일 당시의 대선 후보군 중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후보는 끝까지 대선을 치렀지만 김종필, 조순 후보는 선거 직전에 각각 김대중, 이회창 후보쪽과 손을 잡으며 사퇴했다.

 

또 2002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무소속 정몽준 후보의 4자 구도를 유지하다가 막판에 노무현-정몽준 후보간의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3자 구도로 재편되었다.

 

이번 대선은 선거구도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늦게 짜임에 따라 실제 본선거 기간은 정작 한 달여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선구도가 늦게 확정됨에 따라 97년 대선 때 9월부터 시작됐던 후보간 TV토론은 2002년의 10월에 이어 올해는 11월께나 이뤄질 전망이다.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선거운동 기간이 짧게 집중된 이번 대선에서 지난 1년여 동안 계속돼온 한나라당 독주체제가 끝까지 유지되어 ‘싱겁게’ 끝날지, 아니면 2002년처럼 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다시 한번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2007.09.10 09:03ⓒ 2007 OhmyNews
#대선 D-100일 #대선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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