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으로 떨어지는 불자동차, 우리 농업. 우리는 불을 끄지도, 브레이크를 밟지도 못하는 현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아스팔트 농사로 'WTO 반대! FTA 반대!'를 외쳤건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농민 열사의 죽음뿐. 농업은 어느새 건드릴 수 없는 아득한 미완의 과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여기 캄캄한 농민의 얼굴에 던져진 다소 파렴치한 책 하나가 있다. 바로 <우리농업, 희망의 대안>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http://www.eplatform.or.kr/) 농업분과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진 이 책은 고사 직전의 한국 농업을 진단하고 유일한 활로로 '국민농업'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기존의 틀을 깨는 이 농업의 전환은 어떻게 보면 농민들에게 버거운 짐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대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이 책에서 말하는 대안농업과 구조개선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파렴치하다. 그러나 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보아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의 대안농업으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지속 가능한 국민농업'을 말한다. 이러한 국민농업은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쿠바를 들 수 있다. 사회주의권 붕괴로 인해 식량난의 위기에 처한 쿠바가 생태농업으로 전환하면서 죽음의 땅은 생명의 땅으로 변했다.
국민농업은 생산과 유통, 소비가 통일적인 시스템을 갖춘 생태농업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생태농업을 위해 제기된 것이 바로 '도시농업'이다. 농산물 소비자를 직접적 이해당사자로 만드는 도시농업은 생산과 소비의 간극을 최소화 한다.
독자들에게 도시를 경작한다는 말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캐나다 밴쿠버시는 도시민의 44%가 농업에 관여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시의 경우 시유지에 마련된 커뮤니티 농장에서 8만 명의 시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농민들은 도시농업에 대해 출로가 좁은 농산물 유통과정을 도시농업이 더욱더 잠식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다. 생태농업을 통해 도시민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농민들과 함께하는 강력한 원군이 된다. 현재 유기농 농산물의 증가율은 매년 60% 정도 증가하고 있지만 소비율은 30%에 그친다고 한다. 소비자의 전환이 없이는 농산물 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없다.
도시농업은 생태농업의 일반화를 위한 전사회적 시스템 구축의 중심고리다. 농업을 통해 도시는 노인복지, 교육과 의료, 도시환경 개선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든다. 도시민들은 생태농업을 공통된 함의로 인식하고, 이는 농업의 구조를 바꾸는 큰 원동력이 된다. 즉, 더 많은 농민들이 생겨나면서 우리나라의 농업문제는 전 국민의 문제로 대두되고 이슈화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농업은 도시 내부의 지역순환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먹을거리 공동체를 만든다. 도시에서 부족한 농산물들은 농촌의 농산물이 유통되면서 더 큰 순환경제를 만들어낸다.
생태농업을 통한 지속 가능한 국민농업은 대안농업의 큰 좌표로 설정되면서 농업구조의 변화를 촉진한다. 소농중심의 협업체계, 기간농민제 도입과 농업공사, 소유권과 사용권 분리에 입각한 농지공유제 확립을 통해 대안농업의 구조는 혁신되고 전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국민농업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식량자급의 완성을 높이는 통일농업과도 함께 할 수 있다.
단꿈 같은 이러한 이야기는 하나의 대안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대안을 무기로 삼고, 사회를 바꾼다면 이것은 현실이 된다.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속에 공론화를 하고 실현하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나도 당장 도심 속 작은 텃밭 하나를 만들어봐야겠다.
1.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폴 플라이쉬만 지음. 청어람 미디어) : 도시농업이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묘사된 책(사진 왼쪽).
2.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요시다 타로 지음. 들녘) : 쿠바의 생태농업 혁명을 다룬 책(사진 가운데).
3.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안미란 지음. 창비) : 세계화라는 명목 아래 자본에 잠식당한 미래농촌사회에서 토종 씨앗을 지키려는 판타지 동화(사진 오른쪽).
4. <쿠바농업혁명>(SBS) : 쿠바 농업 혁명을 다룬 영상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