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굴렁쇠 굴려보니 그게 아녀

[현장] 충북 괴산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총동문체육대회

등록 2007.09.27 11:07수정 2007.09.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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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이가 훌쩍 70을 넘으니 그 쉽기만 하던 굴렁쇠 굴리기도 마음대로 되지 않나 봅니다. 2회 졸업생 임양수 님입니다.

나이가 훌쩍 70을 넘으니 그 쉽기만 하던 굴렁쇠 굴리기도 마음대로 되지 않나 봅니다. 2회 졸업생 임양수 님입니다. ⓒ 임윤수

나이가 훌쩍 70을 넘으니 그 쉽기만 하던 굴렁쇠 굴리기도 마음대로 되지 않나 봅니다. 2회 졸업생 임양수 님입니다. ⓒ 임윤수

몸이 말을 듣질 않는 모양입니다. 어렸을 때는 구불구불한 논둑길, 돌멩이로 울퉁불퉁 했던 골목길에서도 요리조리 재주를 부리며 마음껏 굴릴 수 있었던 굴렁쇠였지만 70 나이를 훌쩍 넘기고 나니 판판한 운동장에서조차 마음대로 굴릴 수가 없나봅니다.

 

구부정한 허리에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들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였습니다. 편을 갈라 한쪽은 청군이고 한쪽은 백군이 되어 나란하게 줄을 맞췄습니다. 지금이야 허리가 구부정하고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들이지만 50∼60년 전에는 바로 이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하고 친구들과 까르르 거리며 웃던 아이들, 딱지치기를 하고 뜀박질을 하던 졸업생들입니다. 

 

두 눈 지그시 감고 잠시 뒤 돌아보면 훌쩍 한 걸음에 돌아갈듯 한 초등학교 시절이지만 흘러가는 세월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다람쥐가 체 바퀴를 돌리듯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굴렸던 굴렁쇠도 이제는 마음대로 굴려지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a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느티나무도 이제 쌍지팡이를 짚고 울타리로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약해져 있었습니다.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느티나무도 이제 쌍지팡이를 짚고 울타리로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약해져 있었습니다. ⓒ 임윤수

학교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느티나무도 이제 쌍지팡이를 짚고 울타리로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약해져 있었습니다. ⓒ 임윤수


마음 같아서는 폼 나게 굴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채 1m도 가질 못해 굴렁쇠는 픽하고 땅바닥으로 넘어집니다. 저만치서 지켜보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손녀들에게 멋진 할아버지로 보이려면 그럴싸하게 한 바탕 굴려야 하는데 이놈의 굴렁쇠가 말을 듣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넘어진 굴렁쇠를 다시 세우며 진지하게 다시 시작해 보지만 역시 서너 걸음을 가지 못해 쓰러지기만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끔 왕년의 실력이 되 살아난 듯 멋지게 굴리는 할아버지가 나오면 '와∼'하는 함성이 들려오지만 그 함성 뒤에는 다른 할아버지들의 부러움이 쏟아집니다.

 

굴렁쇠도 마음대로 굴릴 수 없게 된 노구를 실감하며 운동장 가운데서 쩔쩔매고 있는 할아버지들의 체면과는 상관없이 이를 지켜보는 운동장가 사람들은 동동 발을 구르기도 하지만 박장대소를 하며 즐거워합니다. 

 

시끌벅적해진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운동장

 

추석 다음날인 26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 운동장에서는 연례행사로 '우리는 하나'라는 슬로건으로 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유치원생을 포함한 재학생 총원이 16명이라고 하니 평소 같으면 한적하기조차 할 운동장이 시끌벅적해지면 생기가 돕니다.

 

a  추석 다음날인 26일,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에서는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초등학생 훌라후프 돌리기 시합에서 외사분교 1학년 재학생이 일등을 하였습니다.

추석 다음날인 26일,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에서는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초등학생 훌라후프 돌리기 시합에서 외사분교 1학년 재학생이 일등을 하였습니다. ⓒ 임윤수

추석 다음날인 26일, 칠성초등학교 외사분교에서는 총동문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초등학생 훌라후프 돌리기 시합에서 외사분교 1학년 재학생이 일등을 하였습니다. ⓒ 임윤수


개교 64주년을 지나며 졸업생 수가 2000명을 넘었고, 한때는 재학생이 400여 명이 넘었던 초등학교지만 시대의 흐름처럼 번져간 이농의 광풍을 피하지 못해 어떤 학년은 재학생이 달랑 한 명뿐일 정도로 재학생이 줄어들다보니 이젠 유치원생까지 전체 재학생 수에 포함을 시켜야 겨우 전교생수가 16명이 되는 분교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결석생 한명 없이 재학생 전체가 등교를 한다고 해도 한 구석도 차지 않을 학교겠지만 추석을 전후한 이맘 때쯤 되면 매년 총동문체육대회로 학교운동장이 시끌벅적 해지며 활기가 넘쳐납니다.

 

말이 체육대회지 차려진 마당을 보면 동네잔치

 

올 체육대회는 1974년도에 졸업을 한 25회 졸업생들, 마흔일곱이라는 중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졸업생들이 준비를 하였습니다. 말이 체육대회지 차려진 마당을 보면 동네잔치입니다. 체육 종목이라고 해봐야 기껏 동네별로 대항을 이루는 피구나 줄다리기 정도이고 나머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 어울리게 되는 게임입니다.

 

a  어린이들의 훌라후프 돌리기에 이어 어머니들의 훌라후프 돌리기도 있었습니다. 쭉 내민 엉덩이가 조금은 민망하지만 그래도 잘 돌려 1등을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의 훌라후프 돌리기에 이어 어머니들의 훌라후프 돌리기도 있었습니다. 쭉 내민 엉덩이가 조금은 민망하지만 그래도 잘 돌려 1등을 하였습니다. ⓒ 임윤수

어린이들의 훌라후프 돌리기에 이어 어머니들의 훌라후프 돌리기도 있었습니다. 쭉 내민 엉덩이가 조금은 민망하지만 그래도 잘 돌려 1등을 하였습니다. ⓒ 임윤수


할아버지들의 굴렁쇠 굴리기가 끝나니 그 할아버지들의 손자손녀, 야들야들한 허리를 가진 초등학교 재학생들이 훌라후프 돌리기를 시작합니다.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외사초등학교에 다니는 재학생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추석명절이 되어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 댁을 들렸던 손자손녀일 수도 있고, 엄마를 따라 외가댁엘 들린 초등학생 외손자손녀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어울릴 수 있는 또래의 나이면 되니 아버지를 따라 대전에서 온 초등학생도 있고, 어머니를 따라 평택에서 온 초등학생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할아버지나 아버지, 할머니나 어머니들이 벌이는 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해 한바탕 재롱을 펼치는 셈이 됩니다.

  

아이들 허리에서는 알록달록한 훌라후프가 사뿐사뿐 돌아갑니다. 그냥 돌리기만으로는 끝이 없을듯하니 진행자가 심술(?)을 더해갑니다. 한쪽 발을 들고 돌리거나 무릎을 구부리고 돌리라며 난이도를 더해 가지만 모두들 참말 잘 돌립니다.

 

금방이라도 떨어트릴 듯 비실거리다가도 야들야들한 허리를 꿈틀거리면 어찌 어찌 살려냅니다. 하나 둘 훌라후프를 땅바닥에 떨어트리며 탈락을 하더니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 아직 애티가 줄줄 나는 어린이가 1등을 합니다.

 

a  말이 체육대회지 차려진 마당을 보면 동네잔치입니다. 졸업생들의 손자손녀들이 올망졸망 달려들어 풍선을 굴리고 있습니다.

말이 체육대회지 차려진 마당을 보면 동네잔치입니다. 졸업생들의 손자손녀들이 올망졸망 달려들어 풍선을 굴리고 있습니다. ⓒ 임윤수

말이 체육대회지 차려진 마당을 보면 동네잔치입니다. 졸업생들의 손자손녀들이 올망졸망 달려들어 풍선을 굴리고 있습니다. ⓒ 임윤수

1등에게 큼지막한 상품이주어지니 밖에서 지켜보고 계시던 할머니가 손녀에게로 다가갑니다. 할머니의 입이 정말 귀에 걸렸습니다. 상품도 상품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곰실곰실한 손녀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1등을 했으니 덩실덩실 어깨춤이라도 출 수 있을만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할머니들은 저만치 놓였던 의자를 들고 조금씩 다가앉으며 적극적으로 구경을 시작했지만 할아버지들은 체면을 지키시느라 그러는지 아직 저만치인 천막그늘에서 구경을 하고 계십니다.

 

천막 그늘에서 초등학생들의 훌라후프경기를 바라보고 계시던 할아버지지 한 분이 슬그머니 허리로 손을 가져다 댑니다. 장작처럼 뻣뻣해졌거나 구붕해진 허리를 은근슬쩍 만지는 할아버지의 표정에서 만감이 배어납니다. '이 허리도 저렇게 살갑고 야들야들하던 때가 있었는데'하며 회상에 젖는 듯 쓱쓱 허리를 만지십니다.

 

어린이경기가 끝나니 20∼30대의 새댁들이 참가하는 훌라후프 시합이 이어집니다.  어린이들 허리에 비해 펑퍼짐한 허리지만 잘들 돌립니다. 큼지막한 엉덩이를 실룩 거리며 쉽사리 끝 낼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훌라후프를 세 개 씩 돌리는 시합이 시작 되고서야 판가름이 날 정도로 아주머니들도 잘 돌립니다. 

 

a  할머니들이 할 수 있는 경기가 없어 잠시 그랬지만 손자손녀들이 마련한 잔치다 보니 서운함도 오래지 않아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할머니들이 할 수 있는 경기가 없어 잠시 그랬지만 손자손녀들이 마련한 잔치다 보니 서운함도 오래지 않아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 임윤수

할머니들이 할 수 있는 경기가 없어 잠시 그랬지만 손자손녀들이 마련한 잔치다 보니 서운함도 오래지 않아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 임윤수


어른들 게임이 한바탕 끝나니 다시 졸망졸망한 어린이들이 커다란 고무풍선을 굴리는 고무풍선 굴리기가 시작됩니다. 고만고만한 초등학생들이 집채 만 한 고무풍선을 굴리며 골인 점을 돌아오는 경기입니다. 보기에는 눈덩이를 굴리듯 떼굴떼굴 굴리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무리 커도 풍선인지라 이리저리 퉁퉁 튀기니 마음대로는 되질 않는 가 봅니다. 

 

만국기와 동심이 함께 펄럭이는 운동장

 

이래도 우습고 저래도 웃게 되니 어느새 운동장은 웃음바다입니다. 동네별 줄다리기 시합도 벌어지고, OX 퀴즈대항도 벌어지지만 알고 보면 동네별 대항도 아니고 꼭 이겨야 하는 시합도 아닙니다. 수를 맞춰 줄을 서다가 한쪽 동네사람이 많으면 숫자가 적은 동네 편으로 가서 선수가 되어 줄을 당기니 우리 동네도 너희동네도 아닌 같은 마을, 한 고향 사람일 뿐입니다. 경기에 이기고 진다는 것은 단지 잔치 마당에 마련된 선물을 나눠주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운동장 가운데선 이런 게임 저런 시합이 이어지고, 운동장 가에 있는 나무그늘에선 끼리끼리 동창들이 모여 초등학교시절을 공통분모로 사는 이야기들을 나눠갑니다. 최소 십수 년에서 수십 년 전에 뛰놀 던 운동장, 함께 놀던 친구들과 어울리니 곳곳에서 고색을 달리하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집니다.

 

하늘에서 펄럭이는 만국기만큼이나 사람들의 동심도 하늘에서 펄럭입니다.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은 할아버지들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당신들의 초등학교 시절을 담은 필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a  동네 대항 줄다리기를 하지만 알고 보면 상품을 주기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동네 대항 줄다리기를 하지만 알고 보면 상품을 주기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 임윤수

동네 대항 줄다리기를 하지만 알고 보면 상품을 주기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 임윤수


명절 끝이라 구진할 리 없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니 입맛도 돌고 술맛도 당기지 만 콩 한 쪽도 나눠먹던 그 시절, 그때의 인심만큼이나 먹거리조차도 넉넉하니 그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추억의 타임머신입니다. 먹거리도 할아버지들의 며느리거나 딸, 아이들의 어머니거나 아주머니들인 부녀회원들이 준비를 하였으니 정갈하고도 맛납니다. 

 

70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졸업생들은 할아버지시대의 옛날을 이야기하고, 갓 사회인이 된 20대 졸업생들은 10여 년 전을 추억합니다. 여기 가서 귀동냥을 하면 6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고, 저기 가서 귀동냥을 하면 20년 세월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니 어디를 가도 동심(童心)이고 어느 이야길 들어도 푸근합니다.

 

잠시나마 할머니들 토라졌을 듯

 

행사의 대막을 장식하는 노래자랑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손녀가 큰 상을 탄 할머니처럼 몇몇 할머니들을 제외하곤 할머니들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들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 없었습니다.

 

a  천막을 무대주변으로 옮기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노래자랑이 시작됩니다.

천막을 무대주변으로 옮기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노래자랑이 시작됩니다. ⓒ 임윤수

천막을 무대주변으로 옮기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노래자랑이 시작됩니다. ⓒ 임윤수


검정색 머리카락 보다는 흰 머리카락이 더 많고, 버스를 타면 자리를 양보 받지만 새댁 같은 기분으로 이때나 저때나 한마당 펼쳐지기를 기다렸을 할머니들에게 사회자의 실수로 마당이 펼쳐지지 않으니 내심 서운하니 아이의 마음이 되어 뾰로통하게 삐치신 분도 있는듯합니다. 

 

쿵작거리는 노랫소리는 사람들 가슴속으로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치는 박수소리는 응원가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힘이 됩니다. 졸업기수별 대표가 노래를 하면 무대 앞은 기수별 춤 무대가 되는 가 했더니 그냥 동네 잔치분위기가 됩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어머니가 나오고, 누이나 동생, 남편이나 부인, 자식이나 조카들까지 응원을 하러 앞으로 나오니 자연스레 너와 내가 없는 어울림의 장이됩니다.

 

이웃집 아저씨가 '얼쑤' 어깨춤을 추고, 건넛마을 아주머니가 '덜쑤' 양팔을 추켜올리니 노래자랑 마당은 어느새 춤판입니다. 할머니와 손자손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서로 어울려 얼쑤덜쑤 춤마당을 펼쳐나가는 잔치집이 됩니다.

 

a  3회 졸업생인 시어머니 체육대회에서 며느리는 노래 부르고 아들은 탬버린은 흔듭니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어머니가 동문입니다. 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족입니다.

3회 졸업생인 시어머니 체육대회에서 며느리는 노래 부르고 아들은 탬버린은 흔듭니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어머니가 동문입니다. 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족입니다. ⓒ 임윤수

3회 졸업생인 시어머니 체육대회에서 며느리는 노래 부르고 아들은 탬버린은 흔듭니다. 그러고 보니 아들과 어머니가 동문입니다. 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족입니다. ⓒ 임윤수


노래를 하는 사이사이에 푸짐하게 마련 된 하나하나의 경품을 풀어나가니 여기서는 당첨의 환호성이 들리고 저기서는 번호 하나가 틀려 경품을 받지 못 한다는 안타까움이 탄식으로 이어집니다. 노래자랑과 경품 추천이 이어지다보니 조금 전까지 서운함을 비췄던 할머니들의 얼굴에도 어느새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빈손으로 가는 사람들 가슴에도 커다란 행복이 가득

 

내 자식이거나 손자손녀, 멀어봤자 이웃사촌들이 준비하고 벌이는 동네잔치에서 무엇을 서운해 하고 무엇에 삐질 것이냐는 듯 여느 할머니들처럼 얼굴가득 환한 웃음을 짓고 계시는 자애한 표정입니다.

 

노래자랑에서 입상을 한 사람들,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 경품에 당첨되어 이런저런 경품을 푸짐하게 받은 사람들은 손과 아름으로 그 기쁨을 실었습니다. 노래자랑을 할 때는 관객이 되어 그냥 마당에 있었고, 경품을 추첨 할 때는 번호가 어긋나 매번 안타까워하던 사람이라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가는 건 아니었습니다.

 

a  고향사람들을 위해 하루 잔치를 마련하느라 몇 년 동안을 준비한 졸업생, 1973년도에 외사초등학교를 25회로 졸업한 마흔일곱 살 중년들입니다.

고향사람들을 위해 하루 잔치를 마련하느라 몇 년 동안을 준비한 졸업생, 1973년도에 외사초등학교를 25회로 졸업한 마흔일곱 살 중년들입니다. ⓒ 임윤수

고향사람들을 위해 하루 잔치를 마련하느라 몇 년 동안을 준비한 졸업생, 1973년도에 외사초등학교를 25회로 졸업한 마흔일곱 살 중년들입니다. ⓒ 임윤수


비록 눈에 보이는 것을 손에는 들지 못 했지만 손으로 들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훨씬 값지고 그 크기를 잴 수 없을 만큼 큰 행복과 무게로는 달 수 없는 무거운 기쁨을 가득가득 가슴에 담았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코끝이 찡해지도록 행복한 시간입니다.

 

1년 후, 돌아오는 2008년에 다시 열린 총동문체육대회를 기약하며 종종걸음으로 운동장을 나서던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1년을 오늘의 행복감으로 생활하고, 오늘 보았던 그 행복한 웃음들을 내년 그 자리에서 다시 보일 수 있기만을 기대 하렵니다. 

#외사분교 #총동문체육대회 #굴렁쇠 #마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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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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