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세상학교'엔 학비가 없습니다

첫 학생이 모래 토요일에 옵니다

등록 2007.09.27 14:27수정 2007.11.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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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세상학교'의 첫 학생이 모래(9월 29일) 옵니다. 학교운영과 학육('교육'이라는 말은 일방적이라 학육이라 씁니다)과목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저랑 같이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제가 준비하고 있는 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칭은 '마리학교 장계분교 스스로세상학교(약칭 스스로 세상학교)'로 합니다. 저 한 사람으로 한 인격을 감당하기 벅찹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루어놓은 마리학교(www.mari.or.kr)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마리학교의 학교법인 인 '사단법인 밝은마을'의 감사이기도 합니다.

 

이미 '사단법인 밝은마을' 이사회에서 '스스로 세상학교'에 대해 공인 했으며 마리학교의 모든 교육과정과 행사에 본교 학생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 할 수 있고, '스스로 세상학교'의 재정과 운영은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습니다. 모두 요청 했던 대로입니다.

 

교육철학과 이념은 마리학교의 것을 그대로 원용합니다. 용어나 지명 등은 '스스로세상학교'에 맞게 고칩니다. 세상 모두 배움의 대상이고 나를 갈고 닦는 도장으로 생각합니다. '스스로 세상학교'는 '세계의 공민'을 기를 생각입니다(이 부분은 따로 소개합니다. 제가 만든 '세계 공민사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생명의 농사'를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생명의 농사가 진정한 진보다'라는 말을 제가 4~5년 전부터 써 오고 있습니다. 생명농사의 시대적 진보성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 할 것입니다. 다음 달에 나올 <신동아> 11월호에 70매 분량의 제 인터뷰기사가 실리는데 여기에 생명농사의 진보성 이야기가 좀 나옵니다. 학교운영원칙은 ‘엄격한 자율과 맘대로 학교’가 되겠습니다.

 

학생 스스로가 모든 것을 정합니다. '스스로'한다는 것은 '마음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참 자기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름 피우고, 게임만 하는 것도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서 하면 됩니다. 학부모나 교사는 학생이 하고자 하는 것은 뭐든지 잘 이루어지도록 뒷받침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정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안 지킨다고 해서 제재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세상학교'의 변함없는 규칙입니다.

 

학생이 밥 값, 글 값, 잠 값부터 하는 학교를 지향합니다. 학비가 없는 학교로 갈 생각입니다. 학비는 결국 '글 값'입니다. '스스로 세상학교'의 교사는 사부(師父)이고자 합니다. 어버이 같은 스승의 덕성과 지혜를 갖추고자 합니다. 세상 어느 사부도 돈 받고 제자를 모셨다는 얘기가 없습니다.

 

학비는 또한 잠 값, 밥 값입니다. 대안학교들의 생활관비가 그것입니다. 특별학습비, 세상 체험비 등등도 이것입니다. '마리학교 장계분교 스스로 세상학교'에서는 학생이 처음부터  자신의 밥 값과 잠 값을 하는 학교, 글 값을 하는 학교로 갈 생각입니다. 학생과 교사가 각각 단 한 사람인 학교이므로 그것이 가능 하리라 봅니다.

 

이는 학생이 더 이상 친부모에게 얽매이지 않고 독립하는 삶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해외여행이나 돈 들어가는 기획수업은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합니다. 학생이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 배우고 익히려고 해도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교재와 과목이 있습니다.
나락 한 알 속에도 우주가 깃들어 있는 법인데 굳이 남의 신세 져 가며 해외여행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여기서 '남'이라는 것은 당연히 부모가 포함됩니다.

 

친부모의 무의식 속에는 '내가 낳아주고 길러주고 공부시켜 주는데...'하는 것이 있습니다. 유독 자기 자식에게 만큼은 냉철하지 못한 연원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자식이 부모에게 갖는 부채의식은 일탈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세상학교’의 이런 원칙은 17살 사지 멀쩡한 청년이 자기 밥 값, 잠 값, 글 값을 못 할 것이라고 지레 예단 하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 된 고부민중항쟁 준비모임에서 사발통문에 서명한 20명의 지도자 중에는 10대 지도자가 두 명이며 그 중 송국섭은 14살이었습니다. 다른 10대 지도자도 17살이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나 주변 뜻 있는 분들의 자발적인 성원은 감사하게 받을 생각입니다. '스스로 세상학교'는 '세계의 공민'을 기르는 곳이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후원하고 지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원에는 물질, 지혜, 시간, 조언 등이 포함됩니다.

 

중요한 과목의 하나로 ‘50인보(五十人譜)’를 할 생각입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서 가을걷이도 도우면서 그 분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50인보'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강의 나가는 '장수군 국제결혼 이주여성센터'에도 가서 '50인보' 수업을 할 생각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업과 나이와 신분의 높낮이를 두지 않고 학생 자신이 궁금해 하는 인생의 이모저모를 살펴 나가는 수업입니다.

 

우리집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도 삶을 배울 수 있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 역시 '50인보' 수업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10월 초에 대안중학교인 '지리산 실상사 작은학교' 학생 하나가 3박 4일 일정으로 우리집에 와서 생활합니다. 3학년의 교과목 중 하나인 '세상익히기'로 저를 정했나 봅니다. 이 학생이 와서 생활하는 동안 이 중학생이 '50인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0월 생명축제를 비롯하여 본교인 ‘마리학교’ 행사나 주요한 수업에도 학사일정을 맞춰가고자 합니다. 하늘 모심식(입학식)은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두루 의논하여 하늘 푸르게 높고 계곡 물소리 청아한 어느 가을날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토요일(29일)에 내려오는 제 제자가 짐을 다 챙겼다면서 또 필요한 게 뭐가 있는지 말해 달라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학부모께서도 물어 왔습니다. 뭘 가져가면 되는지를.
그래서 저는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챙기지 말고 필요 없는 것부터 없애고 오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뭐든지 필요한 모든 것은 현지에서 내 손으로 다 마련 하겠다"는 그 '단단한 마음 하나만' 가져 오라고 했습니다.

2007.09.27 14:27ⓒ 2007 OhmyNews
#스스로세상학교 #마리학교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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