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바다고향에 온 듯한 느낌, 검은 바위들이 제주임을 실감나게 한다.
김민수
2007년 9월 29일 토요일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제주, 버스터미널에서 접이우산을 하나 사들고는 일주도로를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탔다. 종달리까지 요금은 3천원, 지난 밤 설렘으로 피곤했던 탓인지 태풍 루사로 인한 상처의 흔적들을 눈으로 더듬으며 안타까워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조천을 지나 만장굴 들어가는 길에 버스가 서자 만장굴 여행을 마친 듯한 청년이 버스에 올라탄다. 내 옆에 앉아 수첩을 꺼내더니만 '성산포까지 얼마에요?'라고 쓴다. 버스기사에게 물으니 천원이란다. 나는 수첩에 '1000원이래요'라고 적었다. 그리고는 '성산포에 가요?'라고 적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세화, 하도를 지나 창흥동에서 내렸다. 도보 여행을 하는 청년에게 잘가라고 손짓을 하고는 버스기사에게 "아저씨, 저 분 성산포에서 내려주세요"했다.
종달리를 한 정거장 남겨두고 창흥동에서 내린 이유는 하도바닷가에서 시작해 종달리 해안도로를 온전히 걷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이전에 차로 다닐 때에는 참 가깝게 느껴지던 거리였는데 생각보다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