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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서장 역할 지시사항 ⓒ 오마이뉴스 심규상
▲ 대학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서장 역할 지시사항
ⓒ 오마이뉴스 심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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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시물 및 메일 내용 수집해 법무 담당에게 일일전달'
'학생선동자 소환경고 및 일일보고'
'사범대 학생 가운데 교수협의회 동조자 개별 면담 및 일일보고'
'현수막 설치 즉시 철거'
'경리팀 학생지원비 자료 유출자 색출 및 징계조치'
'사진 및 비디오 촬영 일일 점검 및 보고'
경찰의 사건 수사나 첩보활동을 위한 지침이 아니다. 한 대학이 '현 학교 상황에 대한 각 부서장의 역할 지시사항' 제목으로 작성한 문건 내용 중 일부다.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대전의 한남대학교(총장 이상윤)에서 벌어진 일이다. 모든 이메일 내용을 검열당하고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당해야 하는 대상은 소속 교수와 학생이다. 학내 교직원과 학생들의 의사표현을 차단하기 위해 감시와 통제를 해왔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11명의 실처장별로 40개 항의 지시사항을 담은 이 문건에는 총장의 자필로 추정되는 지시메모도 들어있다.
최근 이 같은 문건을 입수, 공개한 한남대 교수협의회(교협) 신운환 회장은 "지난 7월경 학교 당국자가 총장의 지시사항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독재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것으로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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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장실과 부총장실이 있는 대학 본관에 걸린 현수막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총장실과 부총장실이 있는 대학 본관에 걸린 현수막
ⓒ 오마이뉴스 심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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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측도 학교 당국자가 작성한 문건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 측 "지시하지는 않고 폐기한 듯"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학교 당국자 중 누군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어느 부서장도 이같은 문건을 본 적도, 지시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문건을 작성했지만 지시하지는 않고 폐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 당국자 중 누군가가 작성한 것은 맞지만 실제 지시된 사항은 아닌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반면 교협 신 회장은 "얼마 전 용역회사 직원이 교수들이 정문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대학 측이 학교 홈페이지에 학교 당국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모 학생의 아이피를 추적하고 학부모에게까지 연락해 징계하겠다며 협박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협 측은 '학생지원비 자료 유출자를 색출해 징계조치'하라는 지시내용도 '적반하장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 측은 지난해 학생지원비와 관련, 예년보다 10억원이 많은 32억여원을 집행했고 총학생회장이 이 중 2억60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교직원 두 명이 치르지도 않은 행사비를 학생회에 지급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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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대 학생들이 농성중인 총장실과 부총장실 입구에 붙여 놓은 지지글 ⓒ 오마이뉴스 심규상
▲ 한남대 학생들이 농성중인 총장실과 부총장실 입구에 붙여 놓은 지지글
ⓒ 오마이뉴스 심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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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사진 찍고 비판 글 문제 삼아 아이피 추적도..."
신 회장은 "발견된 문건은 그동안의 감시와 협박이 학교 측의 치밀한 사전계획과 지시에 의해 이루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며 "경위와 책임을 묻고 독재 총장의 해악을 널리 알려 더 이상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학교 측은 "문건 작성 경위를 파악하거나 책임소재를 가릴 계획이 없고 그럴 필요 또한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남대 교수협의회는 이상윤 총장의 총체적인 무능과 밀실행정으로 인한 파행운영의 책임을 학교 측에서 총동문회 등 외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부총장실에서 지난 2일부터 12일째(14일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한남대총동문회는 동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세운 상징탑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27일째 총장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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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본관 건물에 걸린 현수막 ⓒ 오마이뉴스 심규상
▲ 대학본관 건물에 걸린 현수막
ⓒ 오마이뉴스 심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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