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아 그만 좀 파고들어!"

[견뭉치의 애견일기①] 뭉치가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계절

등록 2007.10.19 10:03수정 2007.10.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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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자 뭉치는 이불 속으로만 파고든다 견뭉치
날씨가 추워지자 뭉치는 이불 속으로만 파고든다견뭉치서강훈

2주 전, 애완견인 뭉치를 애견미용실에 보내 털을 깎았다.


털이 뭉치 눈을 찌를 정도로 지저분해 보였었는데 이제 한결 깔끔해진 모습이다. 그런데 털을 깎은 뒤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면서 이 녀석이 추운 밤이면 이불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뭉치는 엄마를 워낙 좋아했던지라 주욱 부모님 방에서 잤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영 달라졌다. 엄마께서 '뭉치 녀석이 이불속으로 파고들고 들락날락 하는 통에 잠을 못자겠다'고, 녀석을 내 방으로 ‘귀양’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요즈음은 내가 잠을 설치고 있다.

“박 박 박.”

녀석은 설핏 잠든 내 곁으로 다가와 자기를 이불 속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 또 녀석을 몰래 내 방에 집어 넣으셨나보다.


“알았어 알았어. 들어와라.”

엉겁결에 깬 나는 투덜대면서도 이불을 번쩍 들어 녀석을 들어오게 해주었다. 뭉치는 신이 나서 들어오더니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를 벅벅 긁고 핥고 난리가 났다. 잠시 후 녀석은 내 오른쪽 허벅지에 제 엉덩이를 붙이고는 아주 조용히 잠들어 버린다.


이 녀석과 살아온 5년여의 긴 세월. 그 세월 동안 보아온 바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녀석은 너무도 얄미운 존재라는 사실이다. 밥 안준다고 짖지를 않나,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오줌 마렵다고 나가자고 긁지를 않나, 내 소중한 물건들을 물어뜯지를 않나 등등….    

그러나 또 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뭉치나 나나 둘이서 붙어 있는 동안에는 전기장판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따뜻하다는 것. 

이 글을 쓰고 있는 밤늦은 시각, 녀석은 또 깔아놓은 이불 속에서 잘 자고 있다. 녀석이 춥게 느낄 수도 있으니 나도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뭉치의 애견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뭉치의 애견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견뭉치 #애견일기 #서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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