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도 '제2의 김대업'인가

이명박 후보는 정정당당히 '검증'에 임해야

등록 2007.10.19 21:09수정 2007.10.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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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왜 '귀국'을 결심했을까

김백준씨가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기한 '항소취소 판단 판결유예'가 기각됐습니다. 그래서 BBK 주가조작사건의 주범 김경준씨는 귀국이 예정돼 있습니다.

'시기 결정'이 남아있지만,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법조계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미 행정부의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판결후 대략 한달후에 국무부의 승인이 내려지는 데다 호송팀이 도착해 신병을 인수하는 과정까지 감안한다면 대선 직전인 11월말이나 되어야 가능하다는 의견"이라고 하네요.

로스앤젤레스 소재 연방검찰의 톰 로젯 공보관 역시 "김씨가 언제 한국으로 건너갈 수 있을 지 아무런 예측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해집니다. 일단 앞서 전제했듯이,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11월말'로 예상되는 듯합니다.

한나라당은 나경원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예의 '제2의 김대업'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5년 전, 김대업씨의 '이정연 병역비리 의혹 제기'가 이회창씨 낙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잊기 어려운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김대업이나 김경준이나, 엄연히 '범법자'의 신분입니다.

확실히,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김경준씨가 지난 6월부터 갑작스레 "한국으로 돌아가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마음을 바꾼 것이 뭔가 이상하기는 합니다. 원래 '한국으로의 인도 판결'은 2005년 10월에 내려졌는데, 민사소송 방어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인신보호 청원'을 제출하면서 송환을 거부해왔습니다.

한나라당은 여기에서 '범여권의 정치공작'을 주장하면서 "김경준이 제2의 김대업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비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김경준'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이라는 고민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죠. 이명박 후보에게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혔고,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과 '김경준'은 그런 관계입니다. 그런 관계인 상황에서, 한쪽이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쥐게 된다면 다른 한쪽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순리입니다.

'범여권의 정치공작' 여부는 지금 시점에서 확실하게 뭐라 반응을 내보일 수 없습니다. 사실, 그 '김대업 병역비리 의혹'만 해도 아직까지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김경준씨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에 대해서죠. 아마도 그 이유는 제가 앞서 이야기한 저 이유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신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자연스럽게 불안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정치인'을 신뢰한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김경준'은 제2의 김대업? 하지만…

a 이명박 후보의 명함?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가 공개한 '이명박의 명함(?)',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이 신분 과시를 위해 제작한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명함?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가 공개한 '이명박의 명함(?)',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이 신분 과시를 위해 제작한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가 공개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김경준은 제2의 김대업"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내놓을 반응입니다만, 역학관계를 잘 살펴봐야죠.

김경준씨의 주장은 널리 알려진대로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며 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BBK는 (설립자인) 김경준씨가 저를 만나기 이전에 이미 설립, 운영하던 회사로서, (김씨와) 만나서 별도의 회사(LK이뱅크)를 설립하려 했으나 도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창립을 중단했고 영업을 한 바도 전혀 없다"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김경준씨가 송환되면 곧바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텐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범죄자'가 되는 것입니다. 청와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로 가야 할 운명이 될 수도 있는겁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정무위 국감에서 육탄저지를 불사해가면서까지 김경준·에리카 김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려는 통합신당의 움직임을 막으려 하는 것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지는 순간, 한나라당은 집권이고 뭐고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지는 것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김경준'은 '제2의 김대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경준'은 '김대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애초에 'BBK 의혹'을 폭발시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전직 대표로서 이명박 후보와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뤘던 박근혜 캠프 측이 터뜨렸습니다.

그뿐일까요? 박근혜 캠프는 '이명박의 명함'으로 추정되는 '의문의 명함'까지 배포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의 이름이 '이뱅크코리아'의 '회장/대표이사'로 표시돼 있을 뿐 아니라, 그 아래에는 분명하게 'BBK투자자문주식회사'가 새겨져 있음으로써, 이명박 후보가 '실소유주'임을 암시하는듯한 명함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박근혜'도 '제2의 김대업'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가 "나는 BBK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음에도, '김대업'처럼 '유력해보이는 증거'를 제시해가면서 '의혹'을 확산시켰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도 '제2의 김대업'"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길 바랍니다.

'제2의 김대업', 또 있다?

a '이명박'을 다룬 <중앙일보> 인터뷰 이 인터뷰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당시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명박'을 다룬 <중앙일보> 인터뷰 이 인터뷰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는 당시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 <중앙일보>


그뿐일까요? 2000년 10월 16일 <중앙일보> 기사 <외국인 큰손 확보…첫해부터 수익 내겠다>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중앙일보>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BBK를 창업한 바 있다"는 발언을 직접 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동아일보> 2000년 10월 17일 기사 <이명박 "사이버 금융에 승부 걸겠다">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김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하면서 연방 김사장의 어깨를 토닥였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뿐일까요? <머니투데이> 2001년 11월 6일자 기사 <[일반] "이명박 전회장-김경준 옵셔널벤처 이사 고발">에서는 아예 "지난 1998년 선거법 위반문제로 국회의원직을 반납했던 이 회장은 증권사 설립을 위해 지난해 김경준씨와 공동으로 e-뱅크코리아를 설립했으며 BBK투자자문은 e-뱅크코리아의 자회사이다"라고 표현했었습니다.

자, <중앙일보>·<동아일보>·<머니투데이> 기자들, 다 '제2의 김대업' 아닙니까? 대단합니다. 2000년에는 이명박 후보가 정치일선에 떠나 있을 당시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반응대로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7년 후에 대선출마할 것을 예감하고 '제2의 김대업'이 돼 여권의 사주를 받아 정치공작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주장과는 너무 다른 뉘앙스의 기사를 게재한 사람들입니다.

통합신당이 귀신같은 통찰력으로 벌써 7년 전부터 '정치공작'을 시도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통합신당은 인간의 정당이 아니라, 용하디 용한 신선들의 정당입니다. 대단하네요.

대선후보 모두 '국감 검증' 받자

한나라당은 통합신당의 정동영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처남이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한거죠.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오히려 "어떤 검증에도 준비가 돼 있다. 이명박 후보도 검증에 당당히 임하기 바란다. 국정감사에도 함께 나가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한 의혹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측을 한방 먹인 결과가 됐습니다. 정무위 국감에서 김경준·에리카 김 양자의 증인신청을 '육탄저지'로 막은 모습, 사람들은 "뭔가 걸리는 것이 확실히 있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마당에, 오히려 '국감에도 함께 나가 검증받자'는 반론이 나왔으니 그림이 영 이상해지는 것입니다. 원론적으로, 정동영 후보의 반응은 정당합니다. 아무리 '정치인 불신 시대'라 해도 국회는 엄연히 대한민국 최고의 입법기관이며 국정 감시 기관입니다. 이런 기관에서 대통령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것은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정동영·문국현·권영길·이인제 등, 유력 대선후보 5명 모두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검증받고, 이 장면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함으로써 전국민이 지켜볼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육탄저지'와 같은 신뢰성 떨어지기 좋은 수단으로써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공정하게 같은 무대에서 낱낱히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명박 후보, 정동영 후보의 제안을 깊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아울러, 두 후보 외의 3명의 유력후보들도 모두 국정감사에서 검증받는 것을 각 정당은 검토해보길 바랍니다.

대통령, '도덕성' 부재해도 되나

경기가 안풀리다 보니 국민들은 "좀 부패해도 먹고 살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그럴 수도 있는 반응입니다만,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총체적인 권력을 움켜쥐는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를, 여러 갈래에서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차지하는 것은 문제가 큽니다.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후보자의 '도덕성'은 철저히 검증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역대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생각해서라도, 이번만큼은 보다 확실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능력'과 '도덕성'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이 상식을 알고 있다면, '김경준 귀국'도 의연하고 정정당당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김경준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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