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운하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서평]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파헤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등록 2007.10.20 14:58수정 2007.10.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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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경부운하'에 대한 찬반 검증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쪽에선 경부운하의 비현실성과 위험성을 지적하고, 다른 한쪽에선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감에서 경부운하의 타당성 여부를 가지고 찬반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공약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경부운하 노선인 한강과 낙동강을 답사하고 독일 남부의 힐폴트슈타인 갑문을 찾았다. 그때 이 후보는 총 길이가 171㎞나 되는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는 인공운하의 이 갑문을 보고 경부운하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자신감의 배경엔 건설회사 사장으로서의 경험과 청계천 복원사업이 깔려있을 것이다.


그는 경부운하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경부운하 건설을 통해 우리나라를 ‘4만 불 시대’로 가는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공사 기간 4년에 총 건설비용 14조 원 중 8조는 골재채취로 충당하고, 나머진 민자유치로 사업비를 확보하여 세금은 한 푼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단체와 각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 어불성설이라며 반대논리를 펼쳤다. 지난 10월 5일 대선후보정책공약검증 '한반도 대운하 정책' 토론회에서 계명대 경영학 최만기 교수는 경부운하의 실체가 뭔지 모르겠다며 마치 허수아비를 앞에 놓고 토론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a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박진섭 . 장지영 지음 / 공동기획 <오마이뉴스>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박진섭 . 장지영 지음 / 공동기획 <오마이뉴스> ⓒ 오마이뉴스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박진섭 . 장지영 지음 / 공동기획 <오마이뉴스> ⓒ 오마이뉴스

실체가 없는 대운하? 그럼 그 운하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운하라는 말을 듣고 한가로이 떠있는 유람선을 생각하기도 했다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그리 한가로운 게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말하는 운하는 한강과 낙동강 사이 553㎞를 뱃길로 만들어 물동량을 물길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경부운하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출판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을 했고 현재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을 창립한 박진섭 부소장과 장지영 연구원이 오마이뉴스와 공동기획하여 출판한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다.


글머리에서 박진섭 부소장은 국민들에게 경부운하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책은 운하에 대한 이론서가 아니라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현장답사서라고 볼 수 있다.


책을 쓰기 위해 한강과 낙동강을 하나하나 탐사했다. 여기에 운하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독일과 네덜란드 운하를 직접 방문하여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기간이 무려 6개월이다. 그 탐사와 연구 결과 운하는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는 물은, 강은 국민의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또 운하를 만들기 위해 골재채취를 하면 하천생태계는 파괴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운하를 만들면 경제적 이득은 물론 수질도 개선된다고 하는 논리의 찬성 측 입장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그들의 의견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말한다. 운하 공약은 정책이라고 하기보단 대선의 이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책은 총 10부로 되어 있다. 경부운하로 4만불 시대를 연다고 한 이명박 후보의 생각을 담은 1부 <2007년 대선 향한 이명박 발 경부운하>, 운하의 의미와 세계 운하의 역사건설의 역사를 담은 2부 <운하의 정의와 역사>, 우리나라 4대 강과 하천의 특성을 파악한 <우리나라 하천의 현황과 특성>을 3부에서 담고 있다.


4부, 5부 6부에선 우리나라의 운하 논쟁과 경부운하의 경제적 허구성을 구체적 도표와 분석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7부에선 경부운하와 연안 소송시간, 철도와 선박의 대기오염 절감효과 등을 비교하며 그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8부에선 우리가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보고 우리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물의 오염과 생태계 파괴하는 골재채취의 위험성을 지적한 <경부운하는 먹는 물을 위협한다>가 다양한 수치비교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9부 10부에선 우리 국민의 2/3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한강과 낙동강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와 독일의 내륙주운과 마인-도나우 운하, 네덜란드의 운하를 돌아보고 나서 운하는 경제적 타당성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 운하의 물은 식수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전문가의 말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나라에서 식수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수원에선 배는 커녕 낚시질도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식수원으로 이용될 물 위로 화물선이 오고가는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을까. 아마 마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필자도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란 책을 읽어보기 전엔 운하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희망 같은 것을 가지기도 했었다. 좁은 국토에서 운하가 생겨 많은 물동량이 오고가고, 여기에 맑은 물까지 마실 수 있다니 어찌 안 좋을 것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도 말만 들으면 똑같은 생각을 한번쯤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운하는 결코 우리 미래에게 아름다운 미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책의 본문 중에 나와 있는 글 몇 개를 적어볼까 한다.


“흐르는 물은 흐르도록, 굽이치는 물길은 굽이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경부운하 찬성측은 19개 갑문과 16개의 수중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강과 낙동강 전체 553㎞ 구간에 29㎞마다 수중보를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다. 흐르는 강물이 수중보에 의해 가로막히면 수질은 급격히 악화되고 토사가 쌓여 결국 국민들은 먹는 물을 포기해야 하고 선박운행도 불가능하다.”


“물류해결로 제시된 운하가 이제는 부의 상징으로 둔갑했다. 하지만 수십조 원을 트자하고서도 ‘경부운하’에는 하루에 고작 12척의 배만 다니는 정도다. 정치인의 입에서 출발한 ‘표 모으기 용’ 경부운하 선전문구는 정치적 슬로건은 될 수 있겠지만 국민정책으로까지 발전할 수는 없다.”


“왜 그들은 난센스를 즐기고 있을까. 철학의 빈곤이다. 21세기 국가를 이끌어갈 통치능력과 비전에 무능하다는 것이다. 토목산업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의 산물이다.”

2007.10.20 14:58ⓒ 2007 OhmyNews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

박진섭.장지영 지음,
오마이뉴스, 2007


#경부운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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