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유치환 기념사업 계속 하겠다"

'편지쓰기대회' '탄생 100주년 행사'등 진행...민족문제연구소 "당장 중단하고 예산 지원 중단"

등록 2007.10.31 15:03수정 2007.10.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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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통영시와 통영예총, 통영문협은 유치환의 친일 혐의와 관계 없이 기념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통영 남망산 공원에 있는 유치환의 시비.

통영시와 통영예총, 통영문협은 유치환의 친일 혐의와 관계 없이 기념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통영 남망산 공원에 있는 유치환의 시비. ⓒ 윤성효

통영시와 통영예총, 통영문협은 유치환의 친일 혐의와 관계 없이 기념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통영 남망산 공원에 있는 유치환의 시비. ⓒ 윤성효
'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 유치환(청마, 1908∼1967)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경남 통영시는 오는 11월 3일 ‘청마 추념 편지쓰기대회’와 내년 ‘청마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치환은 그가 쓴 시 '수'(首, 1942)와 '전야'(前夜, 1943), '북두성'(北斗星, 1944)이 친일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며 이런 가운데 최근 박태일 경남대 교수가 유치환이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에서 발행한 <만선일보>(1942년 2월 6일자)에 쓴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산문을 발견한 바 있다.

 

통영시·통영예총 “유독 청마만 흠집내려 한다”

 

통영시 문화예술과 김상영 과장은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년 "청마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라며 "지원 예산 규모는 오는 12월 말경 확정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청마 선생은 시를 한 두 편 쓴 것도 아니고 900여편이나 썼다. 시대 상황에서 마지못해 쓴 시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학자가 자료를 발견했다고 해서 그날부터 친일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더구나 모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논리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유치환 생가를 복원하고 ‘청마문학관’을 건립해 관리해 오고 있다. 통영 남망산 공원에는 유치환이 쓴 시 '깃발'을 새긴 시비가 있다. 한때 남망산 공원에 유치환 흉상이 건립되었다가 자진 철거되기도 했다. 통영시는 자투리 땅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시내에 또 다른 시비를 세워놓았다.

 

통영시는 오는 11월 3일 열리는 ‘청마 추념 편지쓰기대회’에도 예산 250만원을 지원한다.

 

통영예총은 문인․연극협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청마 탄생 100주년 행사’를 내년에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통영예총은 유치환의 대표적인 시 '깃발'을 모티브로 한 ‘깃발축제’와 ‘청마가 만주로 간 까닭은’이란 주제로 퓨전드라마를 계획 중이다.

 

통영문협 회장을 지내기도 한 정해룡 통영예총 회장은 유치환의 친일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청마는 해방 뒤 우파문학을 이끌었는데, 그런 분을 흠집내기 위한 차원”이라며 “권환이나 한용운도 친일성향의 시를 쓰거나 활동을 했다. 그런데 유독 청마만 친일성을 부각하고 있다. 보편 타당한 기준과 잣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일 교수 “유치환은 ‘지사형 도피’ 아니다”

 

a  박태일 경남대 교수는 지난 27일 영남대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유치환이 만주국에서 활동하고 친일산문을 쓴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박태일 경남대 교수는 지난 27일 영남대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유치환이 만주국에서 활동하고 친일산문을 쓴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 김영만

박태일 경남대 교수는 지난 27일 영남대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유치환이 만주국에서 활동하고 친일산문을 쓴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 김영만

박태일 교수는 지난 27일 영남대에서 열린 한국어문학회 학술대회에서 유치환의 친일성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유치환이 쓴 시 ‘수’와 ‘북두성’ ‘전야’도 만주의 행적을 볼 때 맞아 떨어진다. 그가 만주국에서 한 부왜 활동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부에서는 유치환이 일제의 감시와 탄압 때문에 통영에서 만주로 갔다는, 이른바 ‘지사형 도피’를 주장하는데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면서 “청마는 급작스럽게 통영에 있기 곤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만주로 간 것이었지 ‘지사형 도피’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청마에 대한 추억의 좋고 나쁨은 개인적인 문제다. 청마는 광복 후 명성을 확대해 왔는데, 한번도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영사람들이 진정으로 청마를 사랑한다면 뿌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흠모하는 사람이니 손대지 말라거나 흠집을 내지 말라는 식이어서는 안된다”면서 “문학행정의 차원을 떠나 학문을 다루는 자리가 있다면 어디든지 나가서 토론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역사적 사실 오도 말라”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근 유치환이 <만선일보>에 쓴 산문(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이 발견되자 논평을 냈다. 연구소는 “이 글은 비록 그 분량이 짧긴 해도 총동원체제기의 전형적인 선전선동의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로써 베일에 싸여있던 유치환의 만주에서의 행적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유치환의 경우 현재 알려진 친일행적만으로도 기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친일행위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한 인물이라는 견해를 거듭 밝혀왔다”면서 “해당 지자체와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기념사업의 중단 또는 유보를 요청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합리적인 요구는 일방적으로 묵살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더욱이 우리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들이 기념사업을 강행하는 한편으로,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는 시민 활동가들에게 갖은 협박과 모욕을 가하는 등 인격 모독을 넘어서는 몰상식적인 행위를 일삼아 왔다는 점”이라며 “관련자들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애써 오도하지 말고 반성하고 자숙하기를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2007.10.31 15:03ⓒ 2007 OhmyNews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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