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이산가족도 상봉길 열릴 겁니다"

[인터뷰] '샘소리 프로젝트' 홍세음 이사장

등록 2007.11.02 22:35수정 2007.11.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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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일(현지 시각) 미 상원에서는 한국계 이산가족의 상봉을 지원하는 법안을 포함한 2008년 국방예산수권법안(한국의 국방예산안)이 93 대 2로 통과됐다.

현재 남북한 사이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16차례나 진행돼 이제 더 이상 뉴스가 아니지만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재미교포 실향민들에게는 먼 나라의 얘기였다. 

그러나 이 법안은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6개월 안에 북한에 이산가족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의 숫자와 이산가족 상봉 실태 등을 조사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혈통상 한국인이지만 법적으로는 미국인인 재미 교포들에게 이산가족 상봉의 길을 열도록 한 이 법이 아직 하원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던 부시 행정부 하에서 마련된 것 자체부터 의미가 있다.

<오마이뉴스>는 2일 이 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해 온 '샘소리 프로젝트'(www.saemsori.org)의 운영 이사장인 홍세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시카고 협의회장을 만났다. 샘소리 프로젝트는 대북 지원단체인 유진벨 재단 산하에 지난해 2월 만들어진 재미 교포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이다.

"하원에서도 통과돼야... 의원들에 집중 환기시키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 법안은 북미 관계 정상화 때 평양주재 대사관에 이산가족 상봉 담당관을 신설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며 "북미 관계 개선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내년 평양에 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일단 샘소리도 함께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원에서 통과됐지만 하원에서도 통과되어야 한다"며 "하원 의원들에게도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환기시켜 이 법안이 통과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는 10만명의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교포들이 개별적으로 연변에 북한 가족을 불러내어 만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브로커들에게 돈만 떼인 경우도 많았다"고 소개했다.


북미 관계와 관련 홍 이사장은 "현재 부시 행정부는 한 곳이라도 외교적 성과가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더구나 북한은 중동처럼 석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북미 관계는 평화적으로 잘 해결될 것 같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샘소리 프로젝트' 운영 이사회 이사장인 홍세흠 민주평통 시카고 협의회장.
'샘소리 프로젝트' 운영 이사회 이사장인 홍세흠 민주평통 시카고 협의회장.김태경
- 이번 법안의 주요 내용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6개월 안에 북한에 이산 가족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의 숫자와 이산가족 상봉 실태 등에 대해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평양 주재 미 대사관에 이산가족 상봉 담당관을 신설한다는 요구도 들어있다. 미국 시민권을 얻은 이산가족들은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제대로 신경 못 썼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 얘기를 하면 아직 북한에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답변만 들어왔다."

- 상원에서 결의안 통과가 상당히 쉽게됐다.
"일단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해서 공화당의 마크 커크 의원, 민주당의 짐 매디슨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해 지난 7월 '(미국) 하원 한국인 이산가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미 의원 14명이 참여했는데 여기에는 위안부 결의안 추진으로 유명한 마이클 혼다 의원도 들어있다.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이 법안을 발의해 93 대 2로 통과됐다. 하원에서도 법안이 가결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면, 그리고 북미관계가 진전되어 내년 쯤 평양에 연락사무소가 생긴다면 샘소리 지부도 같이 들어가려고 한다."

- 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전망은?
"대선이 맞물려 있어서 무조건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국 정치에 개입하려면 표가 많든지 기부를 많이 하든지 둘 중 하나다. 상원들은 로비가 잘 되어서 이 법안이 쉽게 들어갔는데 하원은 문제다. 상원 의원은 한 주에 2명씩 100명으로 숫자가 적은데 하원은 400명 정도로 숫자가 많다. 이들에게 한국계 미국인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로 관심을 끄는 것 부터가 그리 쉽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건씩의 안건이나 제안이 그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 우리 동포들의 로비력은 어떤 수준인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우리 동포 사회는 미 주류사회에 들어가서 요구하고 힘을 발휘하는데는 약하다. 그래서 '침묵하는 소수계(silent minority)'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아직 우리 주장을 못 펼치고 있다고 본다"

"미국내 이산가족은 10만명... 연변에서 상봉하려다 돈 떼이기도"

- 미국에 있는 이산가족은 몇명 정도로 추산되나?
"1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재미 교포 전체가 200만명 정도인데 이 가운데 미국 시민권 가진 사람들은 30~40% 정도 될 것이다."

- 이전에 실향민들도 개별적 북한 친척을 만나기도 하지 않았나?
"연변에서 북한 가족들을 몰래 불러내 만나기도 했는데 일단 비용이 많이 들고 브로커 통하다가 돈만 떼인 사람들도 있다."

- 샘소리에 등록한 사람들은 몇명 정도인가?
"현재 정식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원하는 사람으로 등록한 사람들은 3000~4000명 정도다. 
과거에는 재미 교포들 가운데 북한을 왔다갔다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남한 사람들은 전혀 북한에 가지 못했다. 그런데 현재는 남한 사람의 북한행은 아주 흔한데 미국 교포들은 이보다는 훨씬 떨어진다.

미국에 이민을 온 사람 가운데는 과거 한국에 있을 때의 대북 인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산가족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 북미 관계가 현재 잘 진행 중지만 계속 낙관만 할 수 있을까?
"현재 부시 행정부는 한 곳이라도 외교적 성과가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구나 북한은 중동처럼 석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북미 관계는 평화적으로 잘 해결될 것 같다."

- 미국은 유해발굴 대가로 북한에게 많은 돈을 줬는데….
"미 행정부는 북한과 은밀하게 협상해 한 구당 100만달러를 주고 한국전쟁 때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을 벌였다. 인도적 차원에서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산 가족 상봉 사업도 인도적 사업이다. 설사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법의 목적도 설사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데 있다."
#이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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