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도 기계문명에 밀려서 베풀 수가 없어요

[1급 장애인] 목도장 가게 할아버지의 선행의 세월 이후

등록 2007.11.09 14:54수정 2007.11.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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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오른팔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태양을 손으로 가려도 빛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a 손으로 파는 목도장으로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선행은 어려워요.

손으로 파는 목도장으로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선행은 어려워요. ⓒ 송유미

▲ 손으로 파는 목도장으로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선행은 어려워요. ⓒ 송유미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느끼기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가난하고 천대받고 소외받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빙판보다 차갑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난과는 거리가 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호의호식하고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따뜻한 새 둥지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새둥지 같이 느껴지던 세상이 빙애의 단단한 벽에 부딪히게 되고 이제까지 느낀 세상과 전혀 다른 차가운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1급 장애인 목도장 가게 주인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장애인은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건설공사장에서 척추를 다친 이후 할아버지는 장애인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사고를 당한 할아버지는 당시 결혼한 몸이고 공부해야 할 어린 자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척추를 다쳐 제대로 대소변도 가릴 수 없는, 불구라는 사실에 할아버지는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글을 조금씩 읽고 적는 힘으로 이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부기관 재활원에 들어가서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돈 벌이를 할 수 있는 목도장 기술을 수련하고, 처음에는 길거리의 목도장 좌판가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루 하루 번 돈으로 남모르는 선행을 베풀다가, 이를 아내가 알고 잦은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할아버지의 선행은 멈춤을 몰랐다고 합니다.

 

"내가 장애인이 되고 보니 휠체어가 없는 게 너무 불편해서 휠체어를 가질 수 없는 장애인을 돕기로 마음을 먹었어" 하고 말씀 하시는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흥건히 고여옵니다. 

 
a 오랜 세월 선행으로 살아온 흔적의 표창장과 공로패들 그러나 인장도 기계화된 시대에 아직까지 인장기계 하나 없이 목도장을 파는 할아버지는 당신의 생활비도 요즘은 얻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선행으로 살아온 흔적의 표창장과 공로패들 그러나 인장도 기계화된 시대에 아직까지 인장기계 하나 없이 목도장을 파는 할아버지는 당신의 생활비도 요즘은 얻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 송유미

▲ 오랜 세월 선행으로 살아온 흔적의 표창장과 공로패들 그러나 인장도 기계화된 시대에 아직까지 인장기계 하나 없이 목도장을 파는 할아버지는 당신의 생활비도 요즘은 얻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 송유미
a 하반신을 쓸 수 없어서 평생 소변기를 달고 살면서도, 남을 위해 선행의 세월을 보내온 장애인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왠지 뜨겁습니다.

하반신을 쓸 수 없어서 평생 소변기를 달고 살면서도, 남을 위해 선행의 세월을 보내온 장애인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왠지 뜨겁습니다. ⓒ 송유미

▲ 하반신을 쓸 수 없어서 평생 소변기를 달고 살면서도, 남을 위해 선행의 세월을 보내온 장애인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왠지 뜨겁습니다. ⓒ 송유미
 
 저가 오마이뉴스의 기자회원으로 등록한 이유의 첫번째는 할아버지의 선행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저의 두번째 쓴 기사는 김복주 할아버지의 기사였습니다. 전 사실 오래전부터 할아버지를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목도장 가게 앞에 저의 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을 돕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목도장을 파다가 할아버지의 선행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할아버지가 '장애인 문학상'에 입상한 적이 있는 문학적 소양이 많은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틈틈이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처럼 쓰고 계십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한권의 수필집으로 나오길 염원하지만, 독지가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할아버지의 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요즘 할아버지는 전혀 일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근처의 큰 인쇄업소에서 '전기인장기계'를 들어놓고, 할아버지와 정말 경쟁이 될 수 없는 싼 가격에 대량으로 쉽게 인장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선행의 보람을 버리지 않고 한 획 한 획 공들여 나무도장을 파십니다. 그리고 하루 번 돈 중 조금씩이라고 저축해서 장애인을 돕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일거리가 하루 다르게 적어지고 있습니다.
 
'나도 전기인장기계만 있으면 계속 선행을 할 수 있을 텐데….'
 
보기만 해도 눈이 아프고 섬세한 기술을 원하는 목도장을 파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한쪽 눈은 보이지 않습니다. 성한 한 쪽 눈에 돋보기를 쓰시고 온종일 목도장을 손으로 파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두 다리를 전혀 쓸 수 없어서 항상 소변기를 옆구리에 달고 사십니다. 
 
이런 불편한 몸으로 선행을 쌓아온 세월이 '오마이뉴스'에 알려지고, KBS, 평화방송 등에 알려져서 어느 독지가에 의해 200만 원을 인장기계 보조금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200만원으로는 인장기계를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모처럼 선의를 받고도 여전히 목도장 작업을 수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a 할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는 자가용 몸은 불편하지만 생각은 자유로와 장애인 문학상에 입상 경력도 있는 할아버지는 작가의 꿈을 꾸는 문학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는 자가용 몸은 불편하지만 생각은 자유로와 장애인 문학상에 입상 경력도 있는 할아버지는 작가의 꿈을 꾸는 문학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 송유미

▲ 할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는 자가용 몸은 불편하지만 생각은 자유로와 장애인 문학상에 입상 경력도 있는 할아버지는 작가의 꿈을 꾸는 문학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 송유미
a 1평도 안되는 할아버지의 목도장 가게 점점 기계화 바람으로 생계비도 벌어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1평도 안되는 할아버지의 목도장 가게 점점 기계화 바람으로 생계비도 벌어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 송유미

▲ 1평도 안되는 할아버지의 목도장 가게 점점 기계화 바람으로 생계비도 벌어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 송유미
  
할아버지의 오랜 선행의 세월,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또 그 선행의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듯 보이지만,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살아오면서 나도 돕지 못한 듯 하니 말입니다.
 
점점 기계문명에 밀려 할아버지처럼 손으로 작업하는 일들은 생계가 어려워지는 시대, 그래도 할아버지의 선행을 알고, 이제 누군가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여태껏 새겨온 헤아릴 수 없는 목도장의 숱한 이름들이, 할아버지의 인장기계 사는 일을 조금씩 돕는다면 말입니다.
 
모든 행복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어서, 네가 노상에서 만나는 거지처럼, 순간마다 그대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어찌하여 깨닫지 못한다 말인가.
<지상의 양식>에서-'A. 지드'
2007.11.09 14:54ⓒ 2007 OhmyNews
#목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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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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