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 시인 도종환 자동차와 만나다

'2007비전 페스티벌 문학나눔콘서트'에 다녀와서

등록 2007.11.09 16:34수정 2007.11.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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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콘서트에 초대된 도종환 도종환 시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을 낭송하고 있다.
문학나눔콘서트에 초대된 도종환도종환 시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을 낭송하고 있다.최정애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 몇몇 길은 거쳐 오지 않았어야 했고 /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 여기까지 온 것이다.-도종환의 시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의 서두

자전거는 덕산재 마루턱에서 출발했다. 산길은 눈에 덮여 있었으나, 갓 내린 눈에 물기가 없어서 자전거는 스파이크 타이어를 쓰지 않고도 산길을 넘을 수 있었다.-김훈 산문집 <자전거 여행> 중에서


도종환 시인이 자신의 시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을 낭송하자 배우 이일화씨가 연기를 하듯 이 시를 다시 읊었다. 소설가 김훈씨는 자전거를 타고 가며 길에서 느낀 단상들을 적은 <자전거 여행>을 들려주었고, 시노래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백창우씨는 동심을 노래했다.

현대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을 중심으로 시와 소설, 노래와 춤, 인형극이 어우러진 멋진 한판이 벌어진 이곳은 문학 나눔 콘서트. 11월 6일 저녁 7시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 양재사옥 아트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800여명이 참석해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치수)가 마련한 예술의 세계에 흠뻑 젖었다. 이번 콘서트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2007 비전 페스티벌 함께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었다.

소설가 김훈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훈 씨는 <자전거 여행>을  들려주며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소설가 김훈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훈 씨는 <자전거 여행>을 들려주며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최정애

하루 일과가 빡빡하지만 문학 강연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아 이번 콘서트에 참가 신청을 했다. 다행히 추첨을 통해 초대된 200명에 선정되어 참여 기회를 얻었다. 나와 함께 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힘이 되어주는 동지 1명과 동행했다. 어느 가을 소풍이 이보다 더 즐거우랴. 40대 중반인 친구와 나는 여전히 문학소녀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일과를 정리하고 부천에서 일상의 피곤함도 잊은 채 서울 양재동까지 신나게 달렸다.

사회를 맡은 백승주 아나운서는 "각종 영상물의 발달로 문학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문명의 이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와 문학의 만남을 통해 잠자고 있는 감성이 깨어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문을 활짝 열었다.

자전거 퍼포먼스와 플래시 애니메이션 상연,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이 펼쳐졌다. 민족의 한을 담은 소리에 객석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처럼 고요해졌다. 무대에 올라온 도종환 시인은 "살아가면서 싫지만 멈출 수 없는 일, 갈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꼭 겪어야 할 보편적 일을 소재로 시를 썼다"고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의 창작 배경을 밝혔다.


<여행>을 쓴 이진명 시인은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지인 일본에서의 단상을 적었다. 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우주의 미아가 되고 싶지 않았던 심정, 우리나라를 벗어나고 싶어 떠났지만,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돌아올 곳이 있어서 안도했던 느낌을 이 시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두 시인의 작품을 온앤오프 무용단원들이 현대무용으로 보여주었고, 인형극단 친구들이 정교한 목각줄 인형을 갖고 연출해 시의 맛을 한층 더 깊게 해 주었다. 시를 매개로 또 다른 예술을 보여준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김훈씨는 "자전거를 즐겨 타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워보려고 사 두었는데 아직 배우지 못했다. 어디서 탈 것인가. 어떻게 타야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을까와 인라인을 타면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기도 한다. 직립보행의 역사를 깨고 있는 바퀴 달린 도구를  통해 길 위에서 만난 일들이 소재였다"며 <자전거 여행>을 들려주었다.

김훈씨의 작품으로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남한산성>과 대가야를 떠나 신라에서 소리의 세계를 꽃피운 악공 우륵의 이야기를 담은 <현의 노래>를 역사적인 배경에 맞춰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로 감상하는 순서도 있었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 왼쪽부터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싱어 김현성, 이수진, 백창우 씨
시노래 모임 나팔꽃왼쪽부터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싱어 김현성, 이수진, 백창우 씨 최정애

마지막 무대는 시노래 모임 나팔꽃이 장식했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백창우씨는 "아이들은 마음속에 시를 품고 있다. 아이들이 툭툭 내뱉는 말은 훌륭한 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정서가 메말라 창의적인 시가 잘 안 나온다"고 안타까워했다.

"걱정이다. 걱정이다.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다. 집에 가면 맨날 혼난다"라 시작되는 <걱정이다>를 비롯한 동요 모음, 정호승 시인의 <술 한잔>을 통기타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을 끝으로 2시간 30분의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의 맛을 툭툭히 보았다. 시인과 소설가, 우리 가락을 들려준 소리꾼이 있었다. 배우, 인형극단의 연기와 현대무용, 가야금연주가 어우러져 문학은 더 빛이 났다. 여기에 밸리댄스와 동심을 노래한 노래공연까지 한 기업의 꽉 찬 문화 나눔공연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문학나눔콘서트 #김훈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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