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 자전거를 즐겨 탄다는 김훈 씨는 <자전거 여행>을 들려주며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최정애
하루 일과가 빡빡하지만 문학 강연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아 이번 콘서트에 참가 신청을 했다. 다행히 추첨을 통해 초대된 200명에 선정되어 참여 기회를 얻었다. 나와 함께 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힘이 되어주는 동지 1명과 동행했다. 어느 가을 소풍이 이보다 더 즐거우랴. 40대 중반인 친구와 나는 여전히 문학소녀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일과를 정리하고 부천에서 일상의 피곤함도 잊은 채 서울 양재동까지 신나게 달렸다.
사회를 맡은 백승주 아나운서는 "각종 영상물의 발달로 문학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문명의 이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동차와 문학의 만남을 통해 잠자고 있는 감성이 깨어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문을 활짝 열었다.
자전거 퍼포먼스와 플래시 애니메이션 상연,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이 펼쳐졌다. 민족의 한을 담은 소리에 객석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처럼 고요해졌다. 무대에 올라온 도종환 시인은 "살아가면서 싫지만 멈출 수 없는 일, 갈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꼭 겪어야 할 보편적 일을 소재로 시를 썼다"고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의 창작 배경을 밝혔다.
<여행>을 쓴 이진명 시인은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지인 일본에서의 단상을 적었다. 시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우주의 미아가 되고 싶지 않았던 심정, 우리나라를 벗어나고 싶어 떠났지만,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돌아올 곳이 있어서 안도했던 느낌을 이 시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두 시인의 작품을 온앤오프 무용단원들이 현대무용으로 보여주었고, 인형극단 친구들이 정교한 목각줄 인형을 갖고 연출해 시의 맛을 한층 더 깊게 해 주었다. 시를 매개로 또 다른 예술을 보여준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김훈씨는 "자전거를 즐겨 타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워보려고 사 두었는데 아직 배우지 못했다. 어디서 탈 것인가. 어떻게 타야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을까와 인라인을 타면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기도 한다. 직립보행의 역사를 깨고 있는 바퀴 달린 도구를 통해 길 위에서 만난 일들이 소재였다"며 <자전거 여행>을 들려주었다.
김훈씨의 작품으로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남한산성>과 대가야를 떠나 신라에서 소리의 세계를 꽃피운 악공 우륵의 이야기를 담은 <현의 노래>를 역사적인 배경에 맞춰 가야금과 거문고 연주로 감상하는 순서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