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방 쪽의 엽서. 어느 사찰의 만세루일까? 시원한 능선이 찻상에 따라나오는 유과맛을 닮았다
조명자
몸무게를 있는 대로 실어 유리문을 들이받았기 때문에 충격도 더욱 컸다.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벌겋게 부풀어 오른 이마를 잡고 쩔쩔매는데 그 와중에도 눈 다치지 않은 것만도 '하느님'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 후배 남편이 어느 빌딩 유리문을 들이받아 얼굴을 수십 바늘 꿰매는 중상을 입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후배 남편도 유난히 거구라 그 체중만큼 충격이 강해 유리문이 그만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문을 뚫고 얼굴이 나갔으니 어쨌겠는가. 유리 파편에 찢긴 얼굴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조폭’ 패싸움 몰골을 보는 참상이었다. 다친 얼굴을 치료하고 흉터까지 성형을 하느라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지만 그래도 실명을 면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두 ‘불행 중 다행’이란 말로 위로를 대신했다.
나와는 달리 매사에 조심성이 있고 찬찬한 성격인 남편도 들이받는 형편이니 이 유리문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투명 창을 뿌연 창으로 바꾸자니 돈도 들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예쁜 스티커를 붙어 유리문이라는 걸 표시하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