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장밋빛 경기와 빈익빈 부익부

등록 2007.11.24 08:47수정 2007.11.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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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동청은 지난달 말 거의 13년 만에 처음으로 실업자가 35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5백만 실업자 충격'이라는 보도가 언론을 강타한 지 채 3년도 지나지 않았으니 독일 경기가 장밋빛이라는 주장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독일경제연구소(DIW)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보통 독일인의 삶은 경기와 무관하게 그리 살맛나는 상황이 아닌 듯하다. '독일의 부와 그 분포상황'을 다룬 보고서 내용은 부익부 빈익빈이 계속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독일인의 총 재산은 대략 5조4천억 유로 규모로, 17세 이상의 전 국민에게 우리 돈으로 약 1억원씩 돌아갈 정도로 많다. 그러나 현실은 부유한 상위 10%가 총 재산의 2/3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독일인의 2/3는 재산이 아예 없거나 코딱지 만한 수준일 뿐더러, 그나마 모든 수입을 생활비와 부채탕감에 쓰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보고서 작성자는 "많은 독일 국민은 벌어 먹고 살기에 바쁘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런 불균등한 분배는 동시에 다른 불평등을 안고 있다. 남녀 간의 재산 차이도 적지않아 남성이 여성보다 40%가 많다. 그런가 하면 옛 서독 쪽 사람들이 동독 쪽보다 2.6배나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18년이 지나고도 견고히 남아 있는 '마음의 장벽'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민자 출신의 재산은 동서를 불문하고 평균의 절반을 밑돌았다.

보고서는 지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전체 국민소득에서 기업이나 자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4%가 증가한데 반해, 임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정체상태라고 밝혔다.

보통 사람들이 대개 월급쟁이임을 감안하면 빈익빈 부익부가 지난 10년간 심화되었다는 보고서의 지적은 타당하다. 따라서 경제연구소는 최근 독일정부가 부자에게 해택이 되는 유산세 개정을 결정한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비판도 같은 이치다. 빈부의 골이 더 깊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부의 불균등을 완화하는 '올바른 방향'과 함께라야 독일 경기의 장밋빛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산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일경기 #빈익빈 부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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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 『저항의 축제, 해방의 불꽃, 시위』(공저), 역서로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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