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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전통타악그룹 <동천>의 공연 모습 ⓒ 프리즘 엔터테인먼트
▲ 여성전통타악그룹 <동천>의 공연 모습
ⓒ 프리즘 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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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놀고나니 속이 후련합니다.”(50대 김모씨)
“It’s very Energetic!” (Robert minjack, 36, Washington)
“완전 여장부예요, 정말 힘있는 공연이었습니다.” (박정욱, 29, 서울)
가슴까지 치고 들어오는 강력한 ‘두드림’!
그랬다. 청중들은 전통 타악에 완전히 압도된 듯했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이 끝나고도 워싱턴에서 온 로버트도, 지방에서 올라오신 한 아저씨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힘있는 공연, 타악과 퍼포먼스가 결합돼 전통의 소리를 현대에 불러온 신선한 공연이었다.
지난 토요일(17일) 남산 드라마센터에서는 <마고 2007 소리로 나를 보다>란 이름으로 전통 타악 공연이 열렸다. 여성 전통 타악 그룹인 <동천>의 여섯 번째 정기공연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소리여행”이란 콘셉트의 단 하루 공연이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마고 설화’를 가져와 본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이 마고의 치마 속에서 다시 자신의 소리와 울림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눈도 귀도 뗄 수 없었던 전통 타악의 리듬!
공연은 한국인이 대대로 숭상해 왔던 대여신이자 창조자였던 마고의 치마폭에서 시작된다. 아련하면서도 평화로운 바다소리가 들리고, 마고의 치마 폭을 상징하는 얇은 막이 물결친다. 자궁 속처럼 조화롭고 평화로운 태초의 세상!
그러나 이기적 독주가 시작되면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근본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신의 소리에 타인에 무관심한 채 타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살아간다. 긴장된 음악과 함께 등장한 검은 옷 무용수들의 무표정하고 의미 없는 몸짓은 그런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 혼란스러운 그들의 움직임이 절규하듯 묻고 있었다.
“나의 소리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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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해낸 퍼포먼스팀의 모습 ⓒ 프리즘 엔터테인먼트
▲ 현대인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해낸 퍼포먼스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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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는 본성을 잃어버리고 헤매는 현대인들을 일깨우기 위해 그들을 치마 속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강력한 전통 타악의 리듬으로 말이다.
5명의 연주자들은 아주 재밌게 등장했다.
한 연주자는 사무실에서 정신 없이 전화를 받다 어느 순간 짜증내며 수화기를 집어 던진다. 그것은 동시에 책상을 두드리는 훌륭한 악기로 변모한다. 교통순경처럼 호루라기와 함께 악기를 두드리고, 큰 정수기 물통으로 법고를 때리기도 한다. 또 다른 연주자는 자신의 머리통을 북 삼아 때리기도 하는데 물론 시늉이었지만, 정말로 돌 깨지는 소리가 나 웃음을 유발했다. 무엇이든 악기가 될 수 있는 신선함! 거기에 전통의 소리를 붙여낸 연주자들의 솜씨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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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공연 모습 ⓒ 프리즘 엔터테인먼트
▲ <동천>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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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초반에 일부러 틀리게 박을 연주한다. 자신의 소리도 남의 소리도 모른 채 독주(獨走)하며 불협화음을 내는 현대인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전통 타악의 강력한 두드림은 서로 다른 박을 연주하던 사람들을 슬슬 자극하기 시작한다.
“나 정말 신나 죽겄소”라고 말하는 듯한 연주자들의 표정,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온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파워로 터져 나오는 소리는 절로 신명을 이끌었다. 그 리듬에 따라 청중들도 발을 까닥까닥 대며 함께 신명을 내었다. 전통타악기가 주는 ‘흥’은 사람들의 내면을 일깨우는 ‘영혼의 두드림’으로 변모한다. 공연을 따라가며 청중들은 자신과 마주보고, 타인을 보고, 마침내 세상과 마주보기를 시도한다.
그 강력한 두드림과 퍼포먼스에, 공연 내내 눈은 물론이고 귀도 뗄 수가 없었다. 약 한 시간, 나의 울림을 찾기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걸 알기엔 길었다. 게다가 내부 외부적으로 폭발적인 힘이 가해져 여운 또한 아주 길었다.
‘가장 아름다운 화음은 불협화음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던가?
이제는 내 안에서 울리는 나만의 ‘소리’를 찾아 세상과 조화를 노래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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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고2007 소리로 나를 보다> 연출자 백순원씨 ⓒ 프리즘 엔터테인먼트
▲ <마고2007 소리로 나를 보다> 연출자 백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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