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30일 YWCA에서 열린 KBS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하여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당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리 또 다른 여성계는 이 후보에 대해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 의심된다"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단초가 된 것은 이 후보가 지난달 30일 열린 여성정책 토론회에서의 '말실수' 때문이다. 당시 토론 패널로 참석했던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 후보 소유의 영일빌딩(서울 서초구 양재동) 지하의 '성매매' 의혹이 있는 유흥주점 이야기를 꺼내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하셨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임대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했다.
"저는 몰랐죠. 임대를 했고…. 나중에 자기들(업소측)이 알아서 구청에 통보를 하고 (영업을) 실질적으로 못 하도록 했다. 그런(성매매) 게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신은 없다. 구청에 물어보면 '단속 사례 없다'고 하지만…. '시비의 여지가 있으면 안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지금은 우리가 비용을 부담하고 폐쇄시켰다. 그렇게 이해해달라."하지만 이 문제를 처음 지적했던 <한겨레>는 11월 19일자에서 "이 후보 소유의 영일빌딩에서 여성 종업원을 고용한 유흥주점이 성업중이었다"며 "지난 7월 18일 첫 보도 이후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업소가 그대로 영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남윤 대표는 이에 "성매매 업소를 몇 개월째 방치한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고, 이 후보는 "신문 기사를 갖고 하는 질의에 답변하기는 좀…(그렇다)"고 말했다.
"특정한 신문의 특정 기자가 취재를 해서…. 뭐 '2차'라고 하는데 잘 이해를 못 한다.(웃음) 그런 것은 어떤 내용인지 모르지만, 저는 원칙적으로 '성매매를 불법으로 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확실한 정책을 갖고 있는데, 그 업소가 어떻게 했는지를 잘 모른다."이에 사회자였던 이영자 가톨릭대 교수가 즉각 "성매매를 합법화하겠다는 말이냐"고 제동을 걸었고, 이 후보는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안 알아들었는데, 어떻게 사회자는 그렇게…(이해하시냐)"라고 수습했다.
이 후보는 이어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부드럽게 드리겠다"며 '성매매를 불법으로 인정한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계속되는 이 교수의 추궁에 이 후보는 "성매매 불법? 불법이죠"라며 "성매매는 인정할 수도, 인정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의 맥락상 '성매매를 합법화 할 수 없다'는 뜻이었지만, 문장을 제대로 잇지 못했던 탓에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교수 등 토론 참석자들은 토론이 끝난 뒤에도 언론사 기자의 동영상 촬영 테이프를 돌려 보며 이 후보의 발언을 되짚었다.
이 후보의 말실수가 확인되자, 일부 참석자는 "업소의 성매매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고 해석한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라는 이 후보의 평소 인식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명박 후보는 잘못된 발언 꼬집으면 언론 탓"토론회를 지켜본 김화중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은 2일 전화통화에서 "답변이 모호했다, 얼버무린 것은 소신있는 답변이라고 볼 수 없다"며 "대통령 후보로서 성매매에 대한 분명한 불법 입장이나 확고한 신념을 밝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마사지걸' 발언에 대한 해명이나 유흥업소 임대 사실 등을 통해 볼 때 이 후보는 최소한의 도덕적 관념이나 여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유흥업소 임대의 경우, 과거 지적을 받았음에도 성업하게 놔두고는 '2차를 모른다', '성매매 사실이 없었다'는 식으로 본질을 비껴갔다"며 "마사지걸 발언 또한 '인생의 지혜'를 논하면서 여성을 비하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인데 이 후보는 '선배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의미를 축소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또한 이 후보의 답변에 불만을 터뜨렸다. 정 대표는 "성매매에 대한 입장을 물었는데 얼버무리고 우스개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소한 사안처럼 대하면서 특정 언론 탓만 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보일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와 이 후보 사이의 갈등은 하루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지난 9월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진 '마사지걸' 발언으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개 여성단체들은 "'인생의 지혜'를 논하면서 특정 직업의 여성을 비하했다"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또한 발언의 진위 여부와 성매매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또한 이 후보 소유의 건물에 불법 성매매가 성업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관련 여성단체들은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는 정책을 펴놓고, 정작 자신은 불법 성매매로 이득을 얻고 있었다"며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후보쪽은 "언론이 잘못 전달한 것이다", "(마사지걸 발언의 경우) 선배가 오래 전 겪은 일을 전한 것이다", "불법 사실을 몰랐다"며 의미를 축소하거나 논쟁을 비껴갔다.
이날 토론회 초반에도 이 교수는 "BBK 사건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는데, 나머지는 부끄럽지 않느냐"고 포문을 열었고, "오래 살면서 흠이 없을 수는 없다"며 받아치던 이 후보는 "처음부터 세게 나오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남윤 대표는 "마사지걸 발언이나 성매매에 관한 견해 등 이 후보에게 더 물어볼 것이 많았는데 BBK 사건 등 따져야 할 것이 많아서 넘어간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신당 "'성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은 사퇴하라"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정치 공세를 폈다. 신당의 가족행복위원회 행복여성본부는 2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가 황급히 말을 주워 담았지만 천박하기 짝이 없는 이 후보의 성 의식을 숨길 수 없었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관기' 발언, '마사지걸' 발언, 그의 비서였던 김유찬씨의 '성접대 폭로' 등을 볼 때 우리는 더 이상 그를 대한민국의 대통령후보로 인정할 수가 없다"며 "'성나라당'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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