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로비에 선 이나탈리아 교장 선생님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글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셨다
이재흥
아파트 한 칸을 빌려 시작했던 한글학교는 어느새 소운무용단, 한누리풍물패까지 거느린 한국문화교육센터로 자라났지만, 아직도 공연날이 다가오면 이나탈리아 교장은 공연복을 만들기 위해 밤새 재봉틀을 돌린다.
올해도 한복을 지을 옷감이 없어 커튼을 잘라 손수 삼베옷을 지어야 했다. 재외동포재단 등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건물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교재구입비도 턱없이 모자라 몇몇 교사들이 사비를 털어 겨우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나탈리아 교장이, 센터가 세들어 있는 151번 초등학교의 교감직에서 내년이면 정년퇴임을 하게 될 예정이어서, 당장 임시거처를 마련하지 못하면 1월부터는 거리에 나앉을 형편이 됐다.
그동안 그녀가 초등학교의 굳은 일을 도맡아해 온 덕에 싼값에 교실을 임대하고 강당을 연습공간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그녀는 센터의 어려운 상황을 한국의 지인들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 마침 한국에서 유학중인 딸 카제노바 아셀(26)이 센터를 거쳐간 자원봉사 유학생들, 목사님, 교수님들과 교분을 유지하고 있던 터여서, 자연스레 후원회가 결성됐다. 세 차례 준비모임을 가진 뒤 4월 정식출범한 ‘한국청소년 문화교육센터 후원회’는, 센터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빠른 시일 내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후원공연을 첫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한글날을 맞아 이나탈리아 교장이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 위해 정부초청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려옴에 따라, 공연일정은 10월 20일로 최종 확정되었다. 공연소식이 알려지자, 한누리와 소운의 산파역할을 했던 ‘살판’ 과 ‘우리춤연구회’를 비롯, 연세콘서트콰이어 합창단, 이희완 명창 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출연을 약속했다.
연세대학교는 백주년기념관을 공연장으로 대관해 주었고, 서울 시내의 많은 학교들이 홍보를 도왔으며 언론사들의 인터뷰도 줄을 이었다. 덕분에 삼천 장의 초대권은 금세 동이 났고, 천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함께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일로 고생이 많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난 사실 걱정도 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큰 마음을 담아 도움을 주는데 우리가 하는 일들이 더욱 더 보람 있고 더욱 더 의미가 있어야 하고 정성을 다해 더욱 더 잘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할까봐 고민이 된답니다. 상까지 받고 언론자료도 실렸고 공연을 통해 이제 센터 일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는데, 갑자기 우리가 하는 일들이 너무나 작고 아무 것도 아니고 보잘것없는 것이어서 마음이 편하지 못해요. 괜히 큰 소리만 친 거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열심히 노력을 해야하는데. 아주 열심히.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이나탈리아 교장은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후원회와 한국동포들이 보내준 성원과 애정에 감사한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옆에 선 양주동 후원회장이 “이제 시작이예요. 일단 임시거처문제는 한시름 놓았지만, 센터설립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는걸요” 하며 말을 거든다.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포부를 밝힌 그는 올 11월 아셀과 결혼한 이나탈리아 교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후원회는 내년도 주요사업으로 ‘고려인 가족사 글쓰기 대회’ 수상작의 한․러 양국 동시출판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재일동포에 비해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와 힘든 처지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고려인 1세대, 2세대의 생생한 목소리와 체험을 채집해 놓아야 한다는 염려가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4월,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전역의 고려인들에게 작품을 공모해, 현재 수상작을 번역, 편집 중이다. 매년 진행중인 ‘국제대학생봉사 프로그램’과 봄․가을학기 유학생 자원봉사, 정기후원회원 모집도 계속된다. 문의 및 접수는 누리집(
http://www.hanycec.org/) 과 후원회 (회장 양주동
creater-y@daum.net / 019-479-0061 ) 모두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러시아 한국청소년문화교육센터 :
195-426, Russia, Saint-Petersburg, Hasanskaya str., 14/2, 151 school
7(812)520-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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