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시골길을 두 시간이나 걸어 온 제자

<스스로세상학교> 두연이의 생활일기

등록 2007.12.08 14:32수정 2007.12.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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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줄임)... 버스를 타서 자고 일어났는데 무주! 거의 다 왔다. 그래서 난 돈을 확인했는데...달랑 천원...그것도 백원짜리로... 난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간! 아 맞다 선생님한테 부탁해 보겠어... 선생님은 1천원만 빌려서 버스타고 와라.

그런 미션을 받고 난 가서 전희식 선생님 아세요!라고 소리첬는데 모른다 하셔서 그럼 혹시 김 선생님이십니까! 했더니 아니라 하셨다. 난 돌을 툭 차면서 뭐야... 어떻게 된거야 이러고 세탁소를 돌아다니다가 중요한 건 이제부터 시작이다. 난 가끔 특이한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버스를 타는 게 아니라 사람이 걸어보지 않은 길, 버스, 차로만 다니는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스스로 세상학교> 두연(가명. 15살) 학생이 쓴 생활일기다. 이렇게 걷기 시작한 두연이. 두연이가 손전화가 없다보니 기다리던 나는 어두워지자 차를 몰고 장계로 나갔다. 피시방을 비롯하여 샅샅이 뒤졌다.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걱정이 별로 되지 않아서 사고 없이 잘 풀릴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난 어둠을 향해서 갔다. 처음에는 길은 밝았다. 점점 가면 갈수록 어두워진다. 난 이때 생각한 것은 사람 일은 당장의 것은 대충 알지만 미래는 모를꺼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무섭지만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한참을 갔을까. 무섭지만 가도가도 길이 안 나온다. 그래서10대 정도의 차를 손으로 애타게 태워 달라고 손짓했지만 씹고 그냥간다...

'씹고 그냥간다'. 씹는다는 말이 아이들 사이에서 '무시한다'로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연이가 캄캄한 시골길을 걸으며 불투명한 미래를 연결짓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갑자기 문이식 선생님이 해 준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더 무서워졌다. 내 발걸음은 내가 보기에도 빨랐다. 그러다 슈쉭 하는 소리가 들려서 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면서 쉬지도 않고 몇 십 분을 달렸다. 빛이 보인다! 그래서 난 빛이 있는 데로 달려갔지만 전봇대였다. 난 허무해 하였다.

난 다시 뛰었다. 쉴 새없이 뛰다보니 명덕슈퍼란 글자가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근데 마침 거기서 하얀차가 하나 오고 있었다. 그래서 난 뭐 안 태워주겠지만 한번 들어봐야지 이런 마음으로 손을 들었더니 쫌 가다가 멈췄다. 난 달려갔다.


아저씨는 걱정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셨다. 저 저어기 위에 지보마을 쪽 가는데요 라고 하였다. 아저씨는 타라고 하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아저씨가 상도동에서 오셨다고 했다. 우리동네 옆 동네다.

무서우면 자기 발자국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이는 법. 오죽했으면 시멘트 전봇대가 불을 켠 민가로 보였을까.

상도동에 살다 오신 분이 아랫마을에 있나 보다. 한번 찾아가 봐야지 싶다. 종진이 학생도 언젠가 걸어서 오다가 아랫동네 아저씨가 태워줬는데 다음날 오미자 농장을 하는 그 집에 가서 일도 해주고 용돈도 얻어 온 적이 있다.

....... 밖에서 갑자기 차소리가 난다. 근데 낯익은 목소리였다. 나가 봤더니 민정(가명. 여. 15살)이와 선생님이었다. 날 찾으러 갔다고 하신다. 너무 기뻤다. 밥도 맛있었다. 또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나니 몸이 가뿐해졌다.
#스스로세상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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