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보장 대신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분위기 원해

[내 처지에서 본 대선] 교육과 노후, 영어 한 과목만 잡아선 효과 없어

등록 2007.12.14 15:46수정 2007.12.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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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라진 선거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대로라면 후보의 대표 공약조차 모르는 상태로 투표장에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하나하나는 내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중 교육, 보육, 주거, 노후 등 생활공약들이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내 삶에 이들 생활공약들을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여기에 자기 처지에서 대선 공약들을 짚어본 글들을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각 당 대선후보들이 2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후보.
각 당 대선후보들이 2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후보. 남소연
각 당 대선후보들이 2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후보. ⓒ 남소연

도쿄대의 한 교수가 들려준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교수는 "200년 전에 조선왕조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경륜을 인정해 재상에 앉혔더라면 일본이 조선의 종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이 내용은 매우 인상 깊어 기억하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앞두고 있는 요즘은 더욱 이 대목이 가슴에 와 닿는다.


거리에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실은 벽보가 나붙었고, 유세전이 펼쳐지고 있다. 각 가정으로 책자형 선거공보물이 배달되었다. 후보별 공보물을 보니 지금 문제점을 잘 지적한 공약이 있는 반면 한눈에 실현 불가능해 공약도 넘쳐난다. 나라의 흥망이 좌우되는 최고지도자의 선택인 만큼 꼼꼼히 따져 보고 결정해야겠다.


우리 부부는 40대 후반으로 중3인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둘 다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다. 교육 사업을 하는 입장이지만, 우리 가계에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은 역시 사교육비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키기까지 들어가는 양육비를 2억 3200만원으로 추정했다. 이 중 37%가 교육비라고 밝혔다. 교육비 지출의 60%가 사교육비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 해외 어학연수 비용, 재수나 휴학 기간에 지출하는 학원비 등은 빠져 있어 실제 사교육비 지출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7년간 가장 장수하는 사업을 조사한 결과 학원 등 교육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사교육의 심각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10여년 교육 사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날이 갈수록 사교육에 발을 내딛는 연령층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보습학원을 찾는 학부모를 상담해보면 "특목고에 보내려고 하면 어릴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들었다. 주위 분위기가 다 그러니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되는 것 같아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한다.


특목고는 특정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특화된 교육을 받는 곳이 아니라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는 것도 사교육비를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물론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질 좋은 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도 있다. 그러나 사교육 열풍에 휩싸이지 않기란 쉽지 않다. 분명 사교육비 문제는 지혜로운 대안이 나와야 할 시급한 과제다.


[교육] 사교육비 잡으면 사교육 종사자들은 어떡하지?


 연간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 변화 추이 (통계청)
연간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 변화 추이 (통계청) 2007 대선시민연대
연간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 변화 추이 (통계청) ⓒ 2007 대선시민연대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후보들은 사교육비 공약을 빠짐없이 내놓고 있다. 먼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경우 대학평준화와 입시철폐로 사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를 내걸었다. 소위 명문대로 손꼽히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너도나도 사교육에 매달리는 건 사실이다. 나 또한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아들의 입시를 위해 지금보다 강도 높은 교육을 시킬 예정이다. 공교육이 해결해 주지 못한 부분을 사교육을 통해 얻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권 후보의 대학평준화와 입시철폐 정책이 이루어진다면 분명 사교육비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자녀 사교육비를 대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나에 대한 재투자가 가능해지고 문화생활에 눈을 돌릴 수 있으며 가계 저축률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6가구 중 1가구가 백수가장이며, 극심한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이 때 사교육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실업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역시 사교육비 절감 공약을 내놓았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여 사교육비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사교육은 영어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 적용되는 모든 과목에 해당되는 만큼 영어 한 과목에 대한 강화로는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학, 과학의 경우 교과서에서 다루는 문제로는 깊이가 없어 수준 높은 문제를 다루는 학원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 어려운 텍스트를 접해봐야 수능에 강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에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경우 예체능과 영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기본 예체능과 영어교육은 학교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방과 후 특기적성프로그램으로 예체능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반을 모집했다. 그러나 일반 학원수강료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교육비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학생이 드물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국어, 영어, 수학 등 수능과 관련 있는 기본 과목을 챙기느라 방과 후 프로그램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사교육비를 포함한 4인 가구 서민 6대 부문 생활비 평균부담금 148만 2천원 중 30%에 해당하는 44만원을 매월 줄여나간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서민 6대 부문 생활비란 기름값, 통신비, 고속도로 통행료, 약값, 사교육비, 어린이집 보육비이다. 사교육비와 함께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지출 중 하나가 통신비로 여겨진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사용국에다 휴대전화 4천만시대에서 보듯 휴대전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품으로 자리 잡힐 만큼의 위치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개혁 등을 통한 통신비 20% 인하 공약은 설득력이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사교육비 부담 없는 교육 정책 공약을 살펴보면 교육대협약을 통해 대입수능 폐지, 내신위주 신입생 선발, 말하기 중심 영어인증제 도입, 0세부터 고교까지 무상보육·교육 전면실시를 내세웠다. 내신위주 신입생 선발에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올해부터 바뀐 입시정책은 내신 비중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는 달리 상당수 대학들은 내신을 무력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나도 내신의 중요성을 감안해 아들의 고교 지망 순위를 정했다. 최고 정책결정권자가 내놓은 교육정책과 각 대학들 간 사전 조율로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노후]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원해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인의 사랑도 청춘의 사랑처럼 아름답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노인의 사랑도 청춘의 사랑처럼 아름답다.강풀
▲ <그대를 사랑합니다> 노인의 사랑도 청춘의 사랑처럼 아름답다. ⓒ 강풀

사교육비와 함께 꼭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 살리기 정책을 살펴보면 이명박 후보는 20대부터 80대까지 여러 계층을 위한 공약을 하고 있다. 4050을 위한 창업자 프로그램, 여성경제활동 활성화,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내걸었고, 6080의 미래를 위해서 실버산업 육성 및 지원, 실버시대 일자리 창출 등을 내놓았다.


나는 40대 후반이지만 부동산, 펀드 등 재테크를 통한 노후대책은 하지 않고 있다. 평생 일을 하면서 내 가치를 창출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노인이 되더라도 노인정에서 의미 없이 소일하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다. 일하는 가운데 보람을 찾는 중·노년의 모습, 즉 내 모습을 그리는데 희망적인 공약이다.


정동영 후보의 '정년 70세 시대' 표방은 내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은 정년이 있는 게 아니라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정년이다. 정년을 정하기보다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국민 수준만큼의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이는 인정주의에 의해 국운이 달린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나라의 지도자는 사회는 물론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향후 5년간 국민들에게 희망과 행복,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도자를 눈을 부릅뜨고 찾아내야겠다.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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