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출입문 앞에 앉아 있다.
권우성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 싸움이 한창이다.
130여명으로 추산되는 통합신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샷시로 걸어 잠근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임종석 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빨리 문 열어라. 이렇게 해서 대통령되겠다는 것이냐?"고 항의했지만, 문 안쪽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당 의원들을 우두커니 쳐다보기만 했다. 김충환·차명진 의원 등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다니며 신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기물을 파손하는 것을 사진채증하려는 태세다.
신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 연좌해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효석 신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후보는 틈만 나면 국법질서를 지켜야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이 모양이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안에 탄핵안과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고,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도 "자기가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밝히고 감추고자 하는 것은 밝히지 않는 검찰은 국가의 검찰이 아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보좌진 40여명은 안경률 의원의 지휘하에 신당 의원들 바로 앞에서 가수 이현의 노래 <잘 있어요>를 부르며 신당 측을 자극했다.
"잘 있어요, 잘 있어요, 그 한마디였었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인사만 했었네~" 김효석 원내대표가 안경률 의원에게 "의원들끼리 싸우는데 왜 보좌관들까지 끌어 들이냐"고 항의했지만 안 의원은 "문제를 먼저 일으킨 건 신당 아니냐"고 응수했다.
한편,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민주노동당 의원 8명은 국회 내에서 의원총회를 하며 본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4신 : 14일 오후 3시 25분]민주노동당과 함께 '이명박 특검법안'을 처리하려는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간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확성기로 논평을 발표하는 희한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오후 2시 25분께 웃으면서 "제가 이런 일이 벌어져서 그런데, 본회의장에서 논평을 하기로 하겠다"며 "들리세요?"라고 기자들에게 확성기로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저희가 긴급히 자료를 하나 입수했다"며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라는 유령단체 이름으로, '정치검찰의 BBK 조작수사 실체'라는 자료를 수만 부 찍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료를) 찍어서 선거 막판에 불법 선전물을 전국 각지에 배포하려는 계획이 있고, 또 시행되고 있다는 첩보와 자료를 입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 막판에 흑색선전물 대량 살포하거나, 터무니없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로 선거판 움직여보려는 신당의 정치공세에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맞서나갈 것"이라면서도, 본회의장에서 확성기로 논평하는 모습이 다소 멋쩍은 듯 "본회의장에서 핸드 마이크로 대변인 논평한 것을 헌정 사상 처음 아니겠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의 '본회의장 확성기 논평'은 13일 오후부터 본회의장 출입문을 전선으로 묶어 봉쇄한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이 스스로 자초한 자승자박의 결과다. 이 자승자박은 한나라당 김충환 원내부대표의 작품이다.
박 대변인의 말마따나 '본회의장 확성기 논평'도 처음이지만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 출입문 자체를 전선으로 꽁꽁 묶어 출입을 원천봉쇄한 것 역시 처음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대치중인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출입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거나 소파를 쌓아 출입을 막은 적은 있지만 이처럼 전선으로 출입문을 꽁꽁 묶어놓은 일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13일 국회에서 개최한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전날 국정홍보처가 총리실 등 정부 중앙청사에 있는 기사송고실을 비롯해 11개 부처 기사송고실의 출입문을 잠그고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것을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부 부처 기자실은 부패를 막고 감시하라고 국민이 언론에 제공한 것이지 정부가 자기들 돈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다"면서 "국민 돈으로 제공한 것을 마음대로 폐쇄한 것은 국민 뜻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것을 두고 '대못질'이라고 비난했던 한나라당 원내대표단 역시 '국민 돈으로 제공한 본회의장을 마음대로 폐쇄하는, 국민 뜻에 반하는 짓'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한나라당의 출입문 봉쇄로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통합신당의 송영길 의원은 밖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과 관련 "명백한 사실을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명박스러운' 세상이 되면 안된다"고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