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대단하다고? 하도 주접을 많이 떠니까"

[인터뷰] 뮤지컬 <샤인>의 'M'역 맡은 배우 최재웅

등록 2007.12.18 11:23수정 2007.12.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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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뮤지컬 <샤인>에서 'M'역을 맡은 배우 최재웅

뮤지컬 <샤인>에서 'M'역을 맡은 배우 최재웅 ⓒ 양창모

뮤지컬 <샤인>에서 'M'역을 맡은 배우 최재웅 ⓒ 양창모

뮤지컬 <샤인>을 관람한 후, 인터뷰 상대를 고민하던 기자의 머릿속에는 최재웅(29)이 꽂혔다. 그는 원작 다큐멘터리를 무대화하면서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 ‘M'역을 맡은 배우다.

 

경찰, 건달, 목사, 산부인과 간호사 등 세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역을 소화하며 막간극으로 작품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최재웅의 연기는 객석을 잡아끌었다. 인터뷰 초반,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하다는 에디터의 말을 들은 그는, "하도 '주접'을 많이 떨어서…"라며 멋쩍게 웃었다.

 

- 도대체 ‘멀티맨’으로 몇 가지 역할을 연기하는 것인가?

"정확히 모른다. (웃음) 20개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건달을 연기할 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목부터 부하까지 ‘다양한 건달’을 맡는다. 경찰 역의 경우에도, 70년대 장발을 단속하는 경찰도 있고 영종의 거리공연을 단속하는 경찰도 있다. 정확히 셀 수가 없다. (웃음)"
 

- ‘멀티맨’의 연기를 소화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사실 처음 목표는 역이 바뀌는 데 개의치 않고 발성을 똑같이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정말이지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 (웃음) 3~4초 정도 등장하는 수많은 역을 연기하기에는 순간적인 집중이 필요하다. 그것 외에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 의상이나 가발 등 도와주는 소품도 있으니."

 

- “다리몽둥이를 죽여버리겠다”, “네가 박성탄이냐? 난 최루탄이야!” 등 재치 있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는데.
"직접 만든 대사다. (웃음) 배우가 퇴장하고 다시 등장하는 아주 짧은 그 사이, 객석이 썰렁하면 우리끼리 하는 말로 “마가 뜬다”고 한다. 잠깐의 정적을 메우기 위한 단순한 말장난인데 의외로 관객들이 많이 반응하더라."

 

- 결국 당신 덕분에 극의 긴장은 많이 이완될 수 있었다.
"내 역할이 그거니까. 원작 다큐멘터리는 사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잖나. 그걸 고치지 않고 그대로 무대화하면 엄청나게 암울한 작품이 돼버린다. 그 무거운 분위기를 풀도록 도와주는 것이 ‘M'의 캐릭터다."

 

- 무대 하단에서는 ‘멀티맨’이지만, 무대 상단에서는 주로 막간극을 이끌며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무대 상단에 섰을 때의 ‘M’은 ‘내려다보는 형식’으로 관찰자적 입장이 된다. 극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직전, 이후의 내용을 암시하는 노래를 부른다. 때로는 무대 하단에 위치한 영종 혹은 성탄의 또 다른 자아가 되기도 한다."

 

- 오프닝과 클로징에 조명은 무대 상단의 당신을 마지막으로 비춘다. 그때 당신의 표정이 지니는 의미를 짐작할 수 없었다. 씁쓸하게 웃는 것 같기도 했고, 가만히 쳐다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은 이 뮤지컬이 지니는 태도와 통해있다. 긍정적인 의미로, <샤인>은 ‘부정확한’ 뮤지컬이다. ‘계속 밝게’ 혹은 ‘그저 슬프게’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네 삶이란 게 아이러니의 연속이지 않은가. 장례식장에서 울다가도 TV의 개그 프로를 보면 웃는 우리들이다. 희극과 비극이 함께 뒤섞이는 그런 ‘리얼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 열심히 ‘주접’을 떨어야 하겠지. (웃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공연문화잡지 <씬 플레이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18 11:23ⓒ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공연문화잡지 <씬 플레이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샤인 #뮤지컬 #최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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