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삼천리에서 만든 20인치 작은자전거입니다. 자전거 세워 놓고 쉬고 있을라치면 아저씨들이 으레 "얼마짜리요?" 하고 묻는데, "200만 원이요!" 하면 "그것밖에 안 되나?" 하기도 하고 "그럴 만하네." 하고 말씀하시는데, 실제 이 자전거값은 20만 원입니다. 자전거는 물건값으로 타는 게 아닌데, 늘 값만 묻고 "어, 좋아 보이더니, 그만한 녀석이로군." 하고만 말씀하는 생각이 참...
최종규
건널목 앞. 덕지덕지 걸려 있는 걸개천들. 이 동네에는 시의원 재선거가 함께 있는 듯. 아무개 후보 걸개천에 “지하철 7호선 노선 확정 ……”이라는 글월이 보인다. 지하철 7호선과 인천사람들 살림살이는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 지하철 7호선이 인천 깊숙한 데까지 이어진다면, 인천사람들이 서울 나들이를 하기에는 한결 낫겠지. 그러면, 이 7호선을 따라서 서울에서 인천 나들이를 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인천사람들끼리는 이 7호선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지하철역 하나 새로 짓고 철길 하나 새로 뚫는 데에 들어가는 돈은 ‘몇 억’이 아닌 ‘0’이 수없이 많이 붙는 어마어마한 돈. 그 돈을 모두 동네 문화와 삶터 가꾸기에 쓰자고 하지 않더라도, 이 가운데 1/1000만, 또는 1/100만 들여도 동네사람들 살림살이는 아주 살아나지 않을까. 동네에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마음써 주는 정책을 내놓는 시의원이나 구의원 찾아보는 일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을까. 대통령한테까지 바라지 않겠다. 같은 인천땅이지만, 학익2동 동사무소는 동사무소 건물 한쪽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동네 도서관으로 쓰고 있다. 동네 도서관은 새 건물을 지어야만 하지는 않다. 초등학교도 좋고 중고등학교도 좋고 교회나 성당이나 절집도 좋으며 동사무소도 세무서도 지역신문사도 좋다. 이런 건물에 방 한 칸 마련해서 책꽂이와 책을 들여놓고 조촐하게 꾸며 놓으면 된다. 문화는 돈으로 발라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 이름을 한자로만 적어 놓아서 도무지 읽을 수 없는 고등학교 옆을 지나다. 이 동네 사람들은 저 학교 이름을 알까?
부천 접어들 무렵 보이는 컨벤션센터 건물. 다다음해인가, 인천에서 도시엑스포를 한다는데, 이런 새 건물들이 “인천을 말할”는지. 도시엑스포란, 돈으로 새로 우뚝 세운 건물들을 잔뜩 보여주면서 골목길 살림집은 꽁꽁 틀어막아서 하나도 안 보이게 하는 잔치마당일까나. 이런 건물은 무슨 돈으로, 누구 돈으로 지었을까나. 이런 건물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려나. 이런 건물을 꾸려나가는 데 들어가는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며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 일 삯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가려나.
부천으로 들어옴. 상동호수공원으로 가야 한다. 어디일까. 길알림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대충 느낌으로 헤아려 본다. 쉽지 않다. 뭐, 공원 들어가는 알림판을 제대로 세워 놓은 곳이 있던가. 엉금엉금 기듯 달리며 두리번두리번. 손이 얼어서 잠깐 자전거를 세우며 녹이다. ‘으, 어디일까?’ 하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어, 낯익은 길이네? 설마 여기?’ 마침 손 녹임 하려고 멈춘 자리 오른쪽이, 상동호수공원 들어서는 길 가운데 하나. 운이 좋다.
공원에 들어와서 긴 걸상에 짐 내려놓고 신을 벗고 윗도리 벗어 땀을 들이며 시간을 살피니 10시 28분. 11시 모임이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가방에서 책 하나 꺼내 읽기. 오늘 가져온 책은 <달려라 냇물아>(녹색평론사,2007).
... 민주화 세력들이 민주화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불안한 기억력 때문인지, 근래 자주 ‘못된 시절’과 그때의 저항을 회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왜 싸웠는가. 더 좋은 삶과 약하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싸웠고, 그 싸움의 무기인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저항하지 않았겠는가. 그게 정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노골적인 토건국가에서 누가 약한 존재인가. 산천의 죽어가고 있는 갯벌이, 사라져버리는 사구가, 메워져 가는 늪이, 앉을 데 없는 철새들이 바로 약한 존재들이 아니겠는가. ‘개혁’과 ‘무분별한 개발’을 아무 갈등 없이 같이 발음하고 있는 한, 그들의 자랑스러운 과거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때는 순결한 명분이었으나 그것은 단지 권력욕을 감추기 위한 치장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말이다 .. (65쪽)삼십 분쯤 뒤 자전거모임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둘, 셋, 넷, 다섯, …… 일곱까지. 날이 쌀쌀한 일요일 아침이기 때문일 테지. 오늘은 사람들이 조금만 모인다. 이리저리 하여 한 분은 허리가 아파 집으로 들어가고 여섯 사람이 달리기로 한다. 오늘 목표는 인천대공원을 찍고 소래포구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