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 줄여 자전거전용도로를 확보하자

[대안사회,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 7]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

등록 2007.12.22 14:16수정 2007.12.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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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자전거 거치대 ’건강, 환경, 교통, 에너지, 주차장, 자전거로 해결하세요’ 송파구청 자전거 거치대의 문구가 이채롭다. 송파구가 자전거도시를 추진하면서 공모한 자전거도시 관련 표어를 각 거치대마다 붙여놨다.
송파구청 자전거 거치대’건강, 환경, 교통, 에너지, 주차장, 자전거로 해결하세요’ 송파구청 자전거 거치대의 문구가 이채롭다. 송파구가 자전거도시를 추진하면서 공모한 자전거도시 관련 표어를 각 거치대마다 붙여놨다. 김갑봉

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 OECD국가 중 1위. 여기에 자동차중심의 도로정책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황량한 도시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자전거도시에 주목, 그 속에서 미래 도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부평의 도로 등 도시공간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자전거도시로 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 기자 주


계획도시답게 인프라 풍부한 '창원시'

경남도청이 소재한 경남의 수도 창원시. 창원시의 인구는 50만명에 이른다. 계획도시답게 도로망이 잘 짜여 있고, 차도와 자전거도로의 너비도 제법 넓다. 아울러 도시 전체적으로는 고층 건물이 드물어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창원시의 자전거도로는 행정관청이 70년대 계획도시로 설계하면서부터 설치됐다. 창원시는 모든 간선도로의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화단으로 분리했다. 마찬가지로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자전거도로의 높이를 차도에 맞춰 구분했다. 당시 인구 30만명을 예상하고 설계됐다고 한다. 때문에 인구가 늘고 차량도 늘어나면서 창원시에 변화가 생겼다.

 
창원시 자전거도로 차도와 화단으로 분리돼 있는 창원시 자전거 전용도로. 계획도시 답게 자전거 도로 역시 굉장히 넓다. 하지만 이 자전거도로에는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많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창원시 자전거도로차도와 화단으로 분리돼 있는 창원시 자전거 전용도로. 계획도시 답게 자전거 도로 역시 굉장히 넓다. 하지만 이 자전거도로에는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이 많아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김갑봉


계획도시 창원. 하지만 차량이 늘어나면서 차도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놓였던 화단이 일부 사라졌다. 도로 중간 부분에는 화단이 남아 있지만 교차로에 이르면 10여m 정도 구간은 화단이 없다. 당연히 자전거도로도 끊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전용도로를 잘 달리다가 교차로에 이르면 어느새 그 앞에는 질주하는 차들이 있어 쉽게 길을 건널 수 없다.


또한 자전거전용도로가 워낙 넓다 보니 도로 중간 중간에 주차돼 있는 차량들이 많아 자전거전용도로임을 무색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버스정류장이 자전거전용도로 쪽으로 들어가 있어 자전거이용자는 10여m에 이르는 버스정류장 구간을 위험을 무릅쓰고 지나야한다. 그렇다 보니 도시 인프라에 비해 자전거 이용자는 매우 드물다.

지금 창원시는 자전거도로를 복원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차량이 늘면서 없앴던 간선 도로 위 차도와 자전거도로간 경계화단을 복원할 계획을 세웠다. 복원하면서 화단의 높이를 1m 이상으로 높여 차도에서 자전거도로로 번지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차단할 계획까지 세웠다.


창원시 김동준 자전거도로팀장은 "문제는 시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라며 "차선을 확보하느라 없앴던 화단을 다시 설치하면 상당한 민원이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은 도로망이 잘 돼 있어 도심 교통정체가 타 도시에 비해 덜하다보니 차량 이용자가 많은 셈인데,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전거도로 복원은 가야 할 길"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시청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전거 주차장과 전기자전거. 시장이 창원을 환경수도로 선포하면서 이에 걸맞은 시책들을 추진해 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전거도시다. 때문에 창원시 공무원 중 250여명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자전거도로팀과 자전거문화팀을 거느리고 있는 창원시 도로관리과의 이중석 과장은 자전거에 '자전거도로 점거'라고 쓰인 노란깃발을 꽂고 직접 업무를 챙긴다.

지자체 나서서 자전거도시 추진

사라진 자전거도로 차도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해주는 화단이 교차로에 이르러 사라지고 없다. 더구나 버스정류장도 나란히 있어 자전거는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사진속 우회전 표시가 나있는 차선도 원래는 자전거도로였다.
사라진 자전거도로차도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해주는 화단이 교차로에 이르러 사라지고 없다. 더구나 버스정류장도 나란히 있어 자전거는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사진속 우회전 표시가 나있는 차선도 원래는 자전거도로였다. 김갑봉

시청 출입구 곳곳에는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주차장과 거치대가 마련돼 있으며, 다양한 자전거 타이어에 맞는 공기주입기도 설치돼 있다. 특이한 점은 자전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창원시 로고가 새겨진 바탕에 고유번호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자전거가 어느 공무원의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볼 때는 그냥 자전거를 이용하고 먼 곳을 갈 때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한다.

창원시 역시 지자체가 나서서 자전거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자전거 관련 전담부서가 두 개 팀이나 있는 곳은 창원시가 유일할 것이다.

창원시에서는 올 2월 28일 창원시 조례를 제정, 자전거도시로 가는 인프라 구축을 담당할 자전거도로팀과 자전거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홍보와 설득·문화행사·정책개발을 담당할 자전거문화팀을 신설했다. 한편으론 이후 읍·면·동별로 민간주도의 자전거타기실천연합회를 구성, 자전거타기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서정국 자전거문화팀장은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는 차로 돼 있으나 사고가 나야지만 차로 인정받는다"며 "때문에 이를 개정해달라고 행자부에 건의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제도와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 팀장은 "창원만 보더라도 창원대로를 기준으로 북측은 주거지고 남측은 공단지대다"라며 "자전거도로도 있고 거리도 멀지 않아 자전거 출퇴근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용도로에 불법 주·정차가 심각해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 관계부서와 협의를 통해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7 대한민국 환경대전 최우수, 송파구

서울특별시 송파구는 '2007 대한민국 환경대전 환경실천 대상'에서 자전거이용 활성화 최우수 자치구에 선정될 정도로 자전거로 유명한 도시다. 자전거 무료 대여소·수리센터·자전거이용 인센티브제·어린이 자전거 면허 등 자전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송파구에는 잘 마련돼 있다.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은 상주시에 못 미치지만 6%대를 자랑한다. 자전거 거치대 역시 전철역과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고 무려 1만 2500여대가 거치 가능하다.

인구 62만의 송파구. 언제부터 자전거가 유명해졌을까? 송파구 관계 공무원에 따르면, 송파구의 자전거행정을 전담하는 부서가 설치된 것은 지난 2003년. 서울시 최초로 자전거 전담부서인 자전거교통문화팀이 신설됐다. 구청 도로과에서 자전거도로를 일부 맡아 조금씩 자전거도로를 확보해가다보니 점점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늘었다. 이를 계기로 전담 부서를 설치했고, 여기에 구청장이 의욕적으로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성화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송파구청  송파구청에 설치 돼 있는 자전거 거치대와 자동차 주차 금지 푯말. 구청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을 먼저라고 생각하는 송파구청의 마인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송파구청 송파구청에 설치 돼 있는 자전거 거치대와 자동차 주차 금지 푯말. 구청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을 먼저라고 생각하는 송파구청의 마인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김갑봉

전담부서가 설치된 것은 2003년이지만 송파구의 자전거도시 역사는 5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자전거 수리 센터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송파구에는 권역별로 4개 지점에 440여대가 넘는 무료대여소가 있으며, 여기에는 수리 센터가 나란히 들어서 있다. 누구나 대여절차를 마치면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으며 맘껏 이용하다 4군데 중 어느 한 곳에 반납하면 된다. 수리 역시 부품 값만 내면 된다.

서울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것은 올 8월이다. 송파구는 2004년 서울시 자전거 특별구로 지정돼 예산 등을 지원받는다. 송파구 역시 올 12월 관련 조례를 제정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자전거이용을 더욱 장려할 계획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의 도심개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자전거도로 설치가 의무사항으로 돼 있어 이를 반영치 않을 경우 허가를 안 해주는 곳이 송파구다.

자전거도 교통수단, 어릴 때부터 교육 중요

자전거는 교통수단이다. 현행 도로교통법도 자전거는 '차'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과연 자전거를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송파구는 어린이 자전거면허제도를 도입해 어릴 때부터 자전거는 하나의 교통수단임을, 안전하게 타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모범학교를 지정, 거치대를 설치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송파구 자전거교통문화팀의 문훈기씨는 "처음에 관내 학교들과 자전거거치대 설치 등에 관해 협의할 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이유로 자전거 통학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씨는 "하지만 협의와는 상관없이 학생들은 계속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며 "이를 학교에서도 묵인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고, 그래서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안전교육을 하고 지자체에서는 통학로 정비와 자전거거치대 설치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파구에는 40개 학교가 있다. 이중 21개 학교가 자전거이용 모범학교로 지정돼 안전교육이 실시되고 있으며, 송파구는 거치대를 설치해 주고 자전거 통학 시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자전거도로를 설치해 주고 있다.

문훈기씨는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자전거도 교통수단임을 알려주고 안전운행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면에서 송파구의 어린이자전거면허제도는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송파대로에 버스중앙차선제와 자전거도로 설치

자전거 수리센터 송파구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대여소와 수센터를 모두 4군데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잠실역에 있는 자전거 무료수리센터. 한 시민이 자전거를 고치러와서 상담을 받고 있다.
자전거 수리센터송파구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대여소와 수센터를 모두 4군데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잠실역에 있는 자전거 무료수리센터. 한 시민이 자전거를 고치러와서 상담을 받고 있다. 김갑봉

송파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송파대로는 공사가 한창이다. 왕복 10차선인 이 도로의 중앙에 버스중앙차로 제도가 실시된다. 더불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공사가 있는데, 바로 자전거전용도로다.

자전거도시 송파구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자전거정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얘기한 통학로와 모범학교 지정·운영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자전거전용도로 설치다. 서울이라 워낙 차가 많은 탓도 있지만 인도 또한 꽤 넓어 송파구의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인도에 설치돼 있다. 송파대로 자전거도로 역시 인도에 설치된다.

이와 관련 문훈기씨는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차도에 선을 그어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나 차량이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전거이용자가 많아지고 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자전거 이용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사람이 늘게 되면 그 때는 차도에 자전거도로 설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인도가 워낙 넓어 인도 위의 자전거도로와 인도는 잘 구분돼 있어서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겨울을 코앞에 둬서인지 송파구 역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송파구에 온 김에 직접 무료 대여소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신분증을 맡기고 잠실역 무료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송파대로를 따라 석촌호수를 지나 성남방면으로 15분 정도 달렸다. 중간 중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잘 이어진 자전거도로가 교차로에 이르러서는 끊긴다는 점이었다. 횡단보도에 자전거전용 횡단보도가 있긴 하지만 이미 그 자리는 차가 들어와 있거나 턱이 높아 자전거가 지나기에 불편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연재 순서 │
1. 부평구 자전거 이용 현황과 실태
2. 자전거 타고 집에서 학교 가는 길
3.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도 가보자
4. 외국의 자전거도시에서 배운다(상, 하)
5.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들(상, 하)
6.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연재 순서 │
1. 부평구 자전거 이용 현황과 실태
2. 자전거 타고 집에서 학교 가는 길
3.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도 가보자
4. 외국의 자전거도시에서 배운다(상, 하)
5. 자전거도시로 가는 국내 도시들(상, 하)
6. 자전거도시는 가능하다
#자전거도시 #자전거전용도로 #송파구 #창원시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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