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앙일보>가 할 말을 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고 하루 만에 말을 뒤집어 '이명박 특검' 하지 말자는 한나라당에 대해 '문제 있다'고 할 말을 했다. <한겨레>는 이명박 당선자의 서슬 퍼런 '보복성 발언'을 문제 삼았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한 라디오 방송사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을 놓고 특검이라든지 다시 청문회를 하는 것 비슷하게 후벼 파는 일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저급한 행위"라는 주장이었다.
그들은 불과 며칠 전 뭐라고 말했던가? 한나라당 지도부가 숙의한 끝에 이명박 후보에게 특검법 수용을 건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들이 며칠이나 됐다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너무나 명백한 이명박 당선자의 '육성 동영상' 공개 파문을 진화하고 수습하기 위해 꺼내든 '회심의 카드' 아니었던가. 그런 '약속'과 '다짐'으로 이명박 후보는 48.6%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지 않았는가.
이명박 당선자 '특검 약속'으로 압도적 지지 얻어
거기에는 제기되는 의혹이 있다면 피해 가지 않겠다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의연함에 대한 평가가 있었기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지만 그것은 이 후보와 한나라당도 수용한 '특검'을 통해서 그 의혹의 실타래가 말끔히 풀릴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도 가능했던 것 아닐까.
그런데, 그런 '약속'과 '다짐'을 담보로 거머쥔 '압도적 승리'를 내세워 특검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이런 뻔뻔함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세가 불리하면 머리를 조아리다가,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태도를 일변하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태도 아닌가.
<중앙일보>는 오늘 사설 '특검 피하려는 한나라당 문제 있다'에서 그런 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표를 많이 받았으니 특검을 그만 두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전후관계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당선자가 국민에게 지켜야 할 첫 약속이라고도 했다. 왜 한나라당 지도부는 후보와 당의 약속을 뒤집으려 하느냐고 물었다.
<중앙일보>는 선거는 선거고 법은 법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당선자는 의혹의 보따리를 머리 위에 이고 당선됐"으며 "대통령이 이런 상태로 취임식장에 오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어제 한나라당사에서 "특검에서 무혐의로 다시 나타나면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당선자가 첫날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서슬이 퍼렇다"고 평했다. "오죽 시달렸으면 그랬을까"라면서도 "대통령 당선자가 맨 먼저 자신의 신상 문제를 놓고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아무래도 볼썽 사납다"고 지적했다.
<중앙> "특검은 당선자가 지켜야 할 첫 약속"
<한겨레>는 이명박 당선자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지만, 압도적 다수가 그를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투표율은 역대 가장 낮았고, 후보가 난립했다고는 하나 그의 득표는 지난번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보다 적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한겨레>는 도덕적으로 불신을 받는다면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자신도 무혐의를 거듭 자신하고 있는 만큼 특검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또 이명박 당선자는 왜 며칠 만에 태도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일까? 하루 만에 세상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일까? 아니면, 이제는 특검을 접어야 할 때라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신문의 '응원'에 고무됐던 것일까.
<조선일보>는 선거 다음날인 20일자 사설에서 "당선자의 발걸음을 가장 먼저 붙잡는 것은 역시 특검의 조사"라며 대선 사상 최대의 표차로 당선된 만큼 "특검을 의결했던 국회의 뜻은 당선자를 과반에 육박하는 표로 당선시킨 국민의 뜻과 배치"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실상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권유했다.
<동아일보>는 21일 사설에서 역시 같은 이유로 대통합민주신당이 특검법을 스스로 거둬들이거나, 노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제안했다.
지난 2004년 탄핵국면에서 치러진 4·15총선에서 민심은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을 넘는 압도적 의석을 몰아주었다.
총선 다음날 <조선일보>는 탄핵 문제에 대해 "머지않아 헌법재판소의 심판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모두가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된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시위는 자제돼야 한다"고도 했다. "탄핵사태로 인한 심각한 국론 분열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더 차분하게 국민된 도리를 다했고, 선거도 무사히 치러냈다"고 자부했다. 그만큼 역량이 성숙했다고도 평가했다.
할 말은 하는 신문의 어제와 오늘, 다른 모습이다.
2007.12.21 11:53 | ⓒ 2007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