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이명박 대북 강경론에 '일침'

<보스턴 글로브> "경제성장에 필요한 해외투자 몰아낼 것"

등록 2007.12.27 16:04수정 2007.12.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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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6일(미국 현지 시각)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보스턴 글로브>의 사설.

26일(미국 현지 시각) 이명박 당선자의 대북 정책에 우려를 표명한 <보스턴 글로브>의 사설. ⓒ .


미국의 유력 신문인 <보스턴 글로브>가 26일(현지 시각) 사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대북 강경책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며 "대북 강경책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망칠 수 있으며 이는 그가 공언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해외 투자자본을 몰아낼 것"이라고 경고를 보냈다.

미국의 유력지가 한국의 새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대북 정책과 관련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대외 정책에서 실패만 거듭하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정책을 바꿔 이제 대북 정책에서 일부 외교적 성과를 거둬가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 정권이 이에 딴지를 걸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글로브>는 '한국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당선자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이 두개의 목표는 서로 상충할 수도 있고 보완이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받아들인 북한 비핵화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신문은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적대적 대북노선이 부시 대통령이 이룬 얼마 안 되는 전략적 성과를 망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물리쳐야 한다"며 "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부시 정부는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 정책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실용적 노선을 취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신문은 "이명박 당선자는 경제 성장을 약속해 큰 승리를 거뒀다"면서 "그러나 대북 강경 노선을 채택하면 비핵화 과정과 대북포용정책을 망칠 수 있으며 이는 그가 공언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해외 투자자본을 몰아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이명박 당선자의 언급을 소개한 <보스턴 글로브>는 "만약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의 정권교체가 남한의 정책 목표가 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 이는 그간 힘들여 북한과 조심스러운 협상을 추진해 온 부시 정부의 입장과도 충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 끝 부분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대북 강경책의 유혹에 빠진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그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이는 그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자신의 경제성장 약속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경고했다.


다음은 <보스턴 글로브>의 사설 전문이다.

<보스턴 글로브> 사설 '한국의 선택' 번역문
지난 주 한국의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친기업 보수성향의 이명박 당선자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그가 제시한 두가지 목표는 서로 상충할 수도 혹은 보완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받아들인 북한 비핵화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일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 강경파들의 적대적 대북노선이 부시 대통령이 이룬 얼마 안되는 전략적 성과를 망칠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물리쳐야 한다.

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부시 정부는 이명박 당선자가 경제 정책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실용적 노선을 취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실제로 이명박 당선자는 경제성장과 1인당 GNP 향상을 공약으로 내세워 이번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만약 그가 대북강경노선을 채택한다면 현재 진행중인 비핵화 과정과 전임 대통령이 추구해 온 대북포용정책을 망칠 수 있으며 이는 그가 공언한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해외 투자자본을 몰아낼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에 나섰던 과거정권의 모습으로부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인권문제 역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단지 진보적인 노무현 정권에 비해 북한정권의 협박에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현재의 핵 협상에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북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이제 북한의 정권교체가 남한의 정책 목표가 된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 새 정부가 만약 그런 입장을 취한다면 이는 그간 힘들여 북한과 조심스러운 협상을 추진해 온 부시 정부의 입장과도 충돌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합의한대로 영변의 원자로를 불능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모든 핵시설과 핵물질 및 핵무기에 대한 완전한 포기선언을 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의 비핵화 과정은 매우 조심스러운 상태다.

이명박 당선자는 비핵화 과정을 도울 수도 있고 반대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만약 김정일이 이전과는 달리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명박 당선자가 대북경제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음을 인식한다면 이명박 당선자의 이런 입장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과 워싱턴의 강경파 노선을 따르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가도에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그는 그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자신의 경제성장 약속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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