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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금자 시인의 <어느 봄날의 만찬> 시집 표지 ⓒ 이지출판
▲ 문금자 시인의 <어느 봄날의 만찬> 시집 표지
ⓒ 이지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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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린 비로 산천은 푸르다
꽃과 잎
손잡고 어우러진 몸짓
그 사랑
탄성 메아리치듯
향기
확
풍긴다.”
문금자 시인의 시 '어느 봄날의 만찬' 전문이다. 어찌 이렇게 언어의 화폭이 간결하면서도 향기로울까? 나는 청소년 시절 어쭙잖은 시를 써본 적이 있지만 이후 시를 자주 접하지 못한 탓에 시를 잘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한 시집은 나를 시에 푹 빠지게 했다.
그동안 어쩌다 시집이 손에 잡히면 시인의 감정이 내게 전해지지 않아 읽다 말곤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현대시는 난해하기로 작정했나? 그러나 그렇게 시인과 독자가 벽을 사이에 두고 호흡을 할 수 없다면 과연 그 시가 찬란한 빛을 비출 수 없으리라.
<어느 봄날의 만찬>은 달랐다. 시인은 '눈 쌓인 시방산'으로 온몸을 떠는 눈꽃을 보여주더니 '꽃들의 유혹'으로 자신의 전생이 토종 잡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시를 써가는 내내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그저 아낙으로서 담담하게 삶을 노래한다.
'건넛집 할머니'에서 시인은 “취로사업 나가는 할머니 / 발자국 위로 / 눈이 내린다 / 눈이 내린다”라고 잔잔히 아픈 가슴을 쓸어내린다. 비가 아닌 눈이 내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또 '길'에서는 “어느새 누우런 나뭇잎 / 햇발 아래 졸고 있네”라고 자신의 심경을 묘사한다.
또 시인은 큰 동서에게도, 넷째 고모에게도, 건넛집 할머니에게도, 아파트 청소부 아저씨에게도, 구걸하는 할아버지에게도, 개미에게도, 버들치에게도, 어린 새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시집 전체에는 그 따뜻함만이 아닌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어쩌면 시인의 삶을 얘기할지도 모른다. 그 쓸쓸함, 시인은 아마 시를 쓰면서 언어로 묻어버리려 했을까? 그런데 쓸쓸함은 묻혀버리지 않고 시어 사이로 스멀스멀 삐져나온다.
그러나 시집에는 따뜻함, 쓸쓸함이 흘러 흘러 가는 대신 치열함 그것은 곳곳에서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현대시가 그저 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독자에게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치열한 삶과 함께 따뜻함과 쓸쓸함의 향연으로 현대시에 대한 편견을 날리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만, 이 시에서도 보이는 옥에 티는 제7부 '갈 수 없는 길'이 1~6부와는 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시인이 조금 욕심을 부렸을까? 또 시어의 구사에 토박이말을 좀 더 활용했다면 훨씬 반짝이는 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는 좀 지나친 요구일까?
그럼에도, 이 시집은 그동안 보아왔던 어떤 시보다 시인의 향기를 확 풍기고 있었다. 한 번도 시집 서평을 쓰지 않았던 내게 선뜻 붓을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이 시집의 매력을 나는 독자들에게 내 가슴 넘어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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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금자 시인 ⓒ 김영조
▲ 문금자 시인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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